[김성회의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 29] 다문화 사회와 여성(유대인은 왜 강인했나)
상태바
[김성회의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 29] 다문화 사회와 여성(유대인은 왜 강인했나)
  • (정리)김미연 기자
  • 승인 2019.06.06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요즘엔 "한국형 페미니즘"이 유행이라서 심히 두렵고 꺼려지는 것이 여성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다. 필자도 여성문제와 페미니즘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문외한에 가까워 자칫 "화를 자초()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특히 다문화 정책에 대한 예산을 주무르고 있는 곳이 여성가족부이기 때문에, 잘못해서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하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에게 찍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하지만, 다문화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 문제는 비켜갈 수 없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어머니란 존재가 다문화 사회의 정체성을 풀어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 한국에 이주해온 이민자에서 결혼이주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현재 결혼이주민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이다). 비율뿐 아니라, 가정 생활과 이주민 2세의 정체성에서 여성의 비중은 절대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다문화정책의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를 "남녀의 문제" 즉 여성의 문제 중심으로 펼치고 있어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 즉, 결혼이주여성과 남편의 관계, 그리고 가정폭력 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다문화 가정의 2세와 국가의 출산율, 그리고 다양한 문화 융합과 계승발전을 담보하는 여성이라는 측면을 함께 보고 있지 못한 것이다. 

필자는 다문화 시민운동을 전개하면서 인류역사에서 여성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전통과 문화의 전달자로서의 여성(어머니)의 역할과 남성(아버지)의 역할을 비교할 때, 남성은 여성에 비하면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전통과 문화는 아버지를 통해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통해 계승되기 때문이다. 또한 어머니를 통해 계승될 때,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래서 출신국도 "부국(아버지나라)"로 부르지 않고, "모국(어머니나라)"으로 부르는 것 같다.    

쉽게 생각해보자. 각국에 전통의상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는 한복이라는 것이 있고, 일본에는 기모노라는 것이 있고, 중국에는 치파오라는 것이 있고, 베트남엔 아오자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한국인으로써 한복에는 여성의 한복과 남성의 한복이 있다는 것만 알지, 일본, 중국, 베트남의 기모노, 치파오, 아오자이는 여성들의 전통의상으로만 알고 있다. 물론, 저들 나라에도 남성의 전통의상이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전통의상은 여성의 옷이다. 

단순히 동양의 나라들만인가 중동에서는 히잡이 대표적인 전통복장이다. 러시아도, 몽골도 유럽도 마찬가지다. 다만, 스코틀랜드에서만 남성이 치마형태의 전통의상을 입어, 그것이 유명해졌을 따름이다. 이렇듯 전통의상만 하더라도 여성들 중심이다. 또, 유럽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히잡, 차도르, 부르카 모두 여성들의 옷차림이다. 여성차별이라고 지적되고 있음에도 아랍의 여성들이 차도르, 부르카를 더 고집하고 있다. 

그것은 동양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한복을 더 사랑하고 애지중지하고 있고, 일본의 남성보다 여성들이 기모노를 더 사랑하고 있고, 중국의 여성들이 치파오를, 베트남 여성들이 아오자이를 더 사랑하고 애지중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이 자신의 2세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고, 모국에 대해 알려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미식축구선수 하인즈워드가 아버지의 전통에 대해 기억하는가 어머니 나라인 한국에 대해 더 열심인가

이처럼, 다문화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는 남성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지대하고 높다. 그 이유는 바로 여성이 전통문화를 유지하고 계승발전시키고, 지속시키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느 사회의 문화와 정체성 문제에서 남성은 손님일뿐이며, 그 주인은 여성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대인이다. 유대인이 2000년간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시켜온 비밀 중의 하나가 "모계혈통 계승"이라는 것이다. 물론, 유대인의 정체성을 유지시켜 온 이유에는 모계혈통계승만이 아니라, 유대교라는 종교적 정체성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유대인이 2000년이나 일정한 거처없이 떠돌면서도 유대인일 수 있었던 것은 종교의 힘이 아니라, 바로 여성의 힘이었다. 

하지만, 유대인이 처음부터 모계혈통 계승은 아니었다. 시조인 아브라함에서 이삭...모세로 이어지는 혈연적 계승을 볼 때, 유대인은 부계혈통이었다. 그것은 유대인이 유목민족이었고, 유목민족은 농경민족보다 부계혈통 계승이 훨씬 중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유대인들이 자신의 종족(민족)을 유지하기 위해 부계혈통을 버리고 모계혈통으로 바꾼 것이다. 

만약, 유대인이 부계혈통 계승을 유지했다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민족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유대인의 또 다른 뿌리인 북쪽의 이스라엘인(사마리아인)들만 보아도 자명하다. 혹자는 유대 12지파 중에서 북쪽 이스라엘 10지파에 대해 흔적을 찾고 있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북쪽의 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게 멸망당하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예수 당시에는 사마리아인으로 기록되고 있긴 하다). 

반면, 남쪽의 유다(지금의 유대인 뿌리)는 신바빌로니아에게 멸망당한 뒤, 모두 바빌론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였다. 신바빌로니아를 무너뜨린 키루스 2세(고레스 대왕)에 의해 풀려나 가나안 땅으로 되돌아오긴 했지만, 다시 로마의 지배를 받다 독립반란이 진압되며 외지로 추방되었다. 이렇게 노예생활과 유랑생활을 반복하면서 부계혈통으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즉, 수없는 유랑생활과 피정복 노예생활 과정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를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 과정에서 모계혈통 계승과 유대교라는 종교의 역할이 지대했다. 즉 유대인 어머니의 자식은 유대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어머니가 유대인이 아닐 경우(아버지만 유대인일 경우)에는 랍비(유대교 성직자)에 의해 유대교로 개종하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유대인의 혈통은 백인화 되어갔지만, 유대인으로서의 전통은 유지가 될 수 있었다. 

지금 유대인 1600만 중에서 600만 정도가 이스라엘에 살고 있고, 600만은 미국에 살고, 그외에는 전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다. 심지어 동양의 중국에도 유대인이 존재한다. 또한 솔로몬의 후계라고 하는 이디오피아의 유대인들도 존재한다. 극동 시베리아 하바롭스크 옆에는 유대인 자치주도 존재한다. 그렇게 얼굴색도 인종도 다양하지만, 유대교와 전통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유대인이라 부르고 있다. 

또, 전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7%나 차지하는 유대인, 칼 마르크스, 프로이드, 아인슈타인, 록펠러, 로스차일드가문, 찰리 채플린, 키신저,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전세계 유명인들, 미국의 금융 산업과 헐리우드 영화계를 주무르고 있는 것이 유대인들이다. 미국 유대인들의 평균소득은 미국인 평균소득의 2배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결국 유대인이 그 험난한 유랑생활과 박해를 뚫고 지금의 유대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를 통한 모계혈통 계승이었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특히 주목되어야 한다. 여성들이야말로 전통 문화의 계승자이며, 전달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이주여성이 전체 국제결혼가정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결혼이주여성의 역할에 대해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간직하는 출신국의 전통이 우리의 전통과 충돌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의 2세가 어머니의 출신국과 한국을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결혼이주여성의 역할증대를 고민해야 한다. 

어짜피 문화는 갈등하면서 공존한다. 갈등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갈등은 극복의 어머니고, 새로운 창조를 위한 산고와 같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를 살면서 "일치" "같다"는 것에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함께 공존하며 갈등하면서 더 크게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 다양한 문화적 전통을 간직한 여성들이 자신의 전통을 한국의 전통과 조화롭게 꾸며갈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계속...>

김성회 칼럼니스트는 레인보우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한국다문화센터 대표입니다. 김성회 대표는 연세대 민족자주수호투쟁위원장,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과 이인제 국회의원 보좌관, 반기문 팬클럽 '반딧불이' 회장, 한국다문화청소년센터 이사장, 한중경제문화교류센터 이사장 등을 지냈습니다. 김성회 대표는 일찍이 다문화 시민운동을  시작해 국내 최초로 다문화 어린이 레인보우 합창단을 설립하여 운영했으며 각종 다문화관련 행사와 방송출연, 전문패널 등의 활동을 통해 올바른 다문화 정책수립 및 문화 형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