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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의 SNS칼럼] 美, 북한의 동결 협상(기보유 핵 인정)을 수용한 것인가?

(정리)김미연 기자l승인2019.07.02 11:23l수정2019.07.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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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길 칼럼니스트/전 국회의원

 김정은의 승부가 통하기 시작했다. 2018년 신년사로 시작한 대미 외교 공세가 급기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재선에 내몰린 트럼프는 결국 김정은의 숨길을 열어줬다. 6.30 판문점 회동으로 전기를 맞았으니, 김정은에겐 1년 반의 ‘1차 凱歌’이다.

 젊은 승부사는 선거에 목을 맨 서방 정치인들을 다루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믹한 머리 스타일과 억지스런 목소리, 심지어 과체중마저도 정밀하게 의도된 연출이란 생각이 들 정도가 됐다.

● 미, 북한 협상안 수용한 듯

 Pompeo 국무장관마저 문밖에 세워둔 48분의 협상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오간 대화가 발표한 대로 ‘2~3주 안에 후속 협상을 갖자’는 정도였을 리는 만무하다. 김정은이 요구해온 ‘단계적 상응조치’를 트럼프가 받아들였기에 후속 협상 합의가 가능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

 2~3주 후에 열린다는 「최선희-비건 회담」은 북핵 30년사에 남을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재선에 목을 맨 트럼프는 북한이 이미 가지고 있는 핵탄두를 폐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로 분류한 느낌이다. 

 ‘서두르지 않겠다’던 태도를 바꿔 사실상 ‘애걸복걸’을 했으니, 대가를 치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오사카 G20를 하루 만에 과거사로 만든 외교쇼, 美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을 맹물로 만들어 득을 본 트럼프가 김정은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했을 거 같지 않다.

● ‘단계적 상응조치’=기존 핵무기 인정한 협상

 북한이 갈구해온 ‘단계적 상응조치’는 「이미 생산해 보유한 핵탄두의 폐기 문제는 맨 뒤의 과제로 남기고, 새로운 탄두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작업과 북한이 요구하는 보상(제재해제 및 단계별 보상)을 교환하는 Deal」이다. 10년이 걸릴지 20년이 넘을지 모르는 협상이다.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단계적 해법’이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결과적으로 핵무기 보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6월30일자 NYT(한국시간, 7월1일 정오 게재)는 「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 凍結을 받을 수 있다. (In New Talks, U.S. May Accept Nuclear Freeze by North Korea)」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판문점 대면이 곧 새로운 북미협상이 열린 것이고 미국은 북한의 핵동결 개념을 전제로 이번 만남을 준비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북핵 문제를 30년 동안 추적해온 외교 전문기자, David Sanger의 분석이다.

 이번 판문점 ‘외교 리얼리티쇼’에서 반복된 트럼프의 정치 언사를 축약하면 ‘나와 김정은의 아주 좋은 관계 때문에 미국은 전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2017년 자신의 입에서 나온 ‘화염과 분노’는 까마득한 역사고, 지난 2월 하노이 노딜에서 ‘당신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돌려보냈던 때도 이미 과거이다. 트럼프가 바뀐 것이다.

● 재선 몰입한 트럼프, 북핵으로 성과 내려 조급

 트럼프는 2주 전(6월18일) 재선 출마를 선언하고 16개월의 선거전을 시작했다. 그간 펼쳐놓은 모든 것들을 성과로 만들어야 하고, 그게 안 되면 성과로 우겨야 한다.

 멕시코 국경장벽은 어린 여자아이와 아빠의 익사 장면 그 한 컷의 사진으로 위기에 빠졌고,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애초 예상을 벗어나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EU 동맹국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이란 핵합의 무효화로 시작된 갈등은 2억$짜리 美무인기정찰기 격추에도 불구하고 쳐다만 보는 신세임을 확인했다. G20에서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는 주목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관종」 정치인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보려 할 가능성이 높다. 8천만 민족의 생명이 걸린 북한 비핵화 문제가 트럼프의 불안한 심리상태 위에 놓여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 트럼프의 불안한 심리상태

 그의 심리상태를 읽을 수 있는 사건은 지난 6월 20일 밤에 있었다. 자국의 첩보 드론을 이란이 격추한 데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가 결정해 내린 對이란 미사일 공격명령을 작전개시 직전에 취소한 것이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문제로 제기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공격을 가하면 이란 쪽에서 150명이 죽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그 해명 아닌 해명은 ‘희생자가 없는 미사일 공격을 생각했다면 그가 제정신이 아닌 것’이란 반응으로 이어졌다. 

 이번 방한 기간 TV로 노출된 트럼프의 눈빛이 무척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는 관찰도 이런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 「최선희-비건 회담」은 순항할까

 6.30 판문점 담판의 내용은 곧 있게 될 후속회담에서 최선희의 입으로 확인될 것이다. 하지만 회담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이미 보유한 핵탄두를 거론하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과 회담을 진행하는 것 자체로 큰 성과를 얻게 된 것이나, 그렇다고 대뜸 내줄 것을 내주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우선 영변과 그 연관 시설을 폐기하고 사찰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회담이지만, 어떤 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인지 아무도 구체적으로 밝힌 사실이 없어 벽두부터 안개 속이다. 

 핵 시설의 목록조차 미국에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이 후속회담에서 통크게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폐기의 범위를 ‘앞으로 만들 무기’로 한정한다고 해도, 미국 비확산 전문가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포괄적 검증요구를 북한이 실제 수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동결을 전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시간은 북한 편이 된다.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내년 3월쯤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보여야 하는 트럼프가 시간에 쫓기게 된다는 게 걱정스러울 뿐이다.

● 동결 전제한 핵협상은 군축협상

 핵탄두와 운송수단을 보유한 나라가 ‘더 만들지 않는다’는 약속을 걸고 국제협상을 벌인다면 그것은 「핵보유국의 군축협상」이 된다. 북한이 그토록 고대하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협상 진전을 위해 언제든 던질 수 있는 ‘칩’이 된다. 더 중대한 사실은 향후 어떤 협상이 진행된다고 해도, 5~60개쯤 되는 북한 핵탄두와 미사일은 어딘지 모를 지하 발사대에 남아있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대한민국엔 실로 재앙적 결과이다.

● ‘변한 게 없다’는 Biegun, 본질이 바뀌었다는 美언론

 트럼프는 판문점 회견에서 극적 회담의 실무를 맡아 성사시킨 Stephen Biegun을 직접 소개하면서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자기 뜻과 달리 자꾸 토를 다는 Pompeo, Bolton 대신 대북협상에 앞세우겠다는 시그널이다. 

 미국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은 Biegun은 미국의 대북 협상 노선은 변한 게 없다면서,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이고, 뭔가 새로운 얘기는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what is accurate is not new, and what is new is not accurate)」라고 했다. 

 그가 남을 속이는 사람은 아니라지만, 평생 러시아에 자동차 영업을 하다 북핵을 맡은 짧은 경력 때문에 그의 판단력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오히려 CNN 토크쇼 진행자인 반 존운스(Van Jones)의 원칙론적 일갈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봐야한다.
 『화염과 분노를 말한 당사자가 핵 폐기가 아니라 김정은과의 우정을 말하며 서로 끌어안았다. 그게 바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행위(that’s legitimation of a nuclear state)이다.』

<>최명길 칼럼니스트/전 국회의원

최명길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MBC 기자로 입사, 국제부와 정치부, 워싱턴특파원, MBC 유럽지사장 등으로 활약했으며 MBC 대표 뉴스앵커로 활동하다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보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 정책위 부의장을 거쳐 2016년 서울 송파구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현재 한반도 및 국제현안에 대한 국제정세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김미연 기자  easypol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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