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는 지금 - 어디까지 왔나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 ‘약속’, 천상병 

 

거버넌스는 지금 - 어디까지 왔나

5년전 민관협력포럼에서 거버넌스센터로 전환 출범을 준비할 무렵에 이미 ‘거버넌스가 대세’라고 했습니다. 넘치는 한국사회의 다이내미즘 만큼이나 한국 사회에 거버넌스 연관어나 그 표방들이 특히 2010년이후 또 하나의 유행처럼 넘쳐났습니다.

정부 3.0, 협치와 타협의 정치, 협치 도정, 협치 특별시, 거버넌스 구축, 시민의 정부, 주민참여 행정. 이제는 헤아릴 수 조차 없이 많은 무슨무슨 거버넌스, 거버넌스위원회, 협치위원회, 또 무슨무슨 위원회. 협치 조례, 시민 참여 조례. 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실험으로 경기 연정까지.

과연 거버넌스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인가? 지금쯤이야말로 한국의 거버넌스는 안녕하신지, 잘 하고 있는지, 거버넌스 국가로 가는 길은 얼추 가늠이 되는지, 진지하게 묻고, 돌아보고 다시 내다볼 즈음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우리는 보기에 따라서 봇물돋 듯하는 과잉한 도전 앞에 서 있는 형국이고, 이 분출의 저변에 흐르는 사회적 욕구를 잘 갈무리하고, 에너지의 흐름 길을 다시금 잘 내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때라고 하겠습니다.

▲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이형용

거버넌스는 이제 -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쯤에서 특별히 유의하여 짚어야 할 맥락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버넌스가 어지간히 대세가 된 즈음부터 ‘거버넌스, 문제는 참여가 아니라 파트너십’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였습니다.

분명코 거버넌스로 가는 출입구는 참여입니다. 그렇지만, 거버넌스의 그 초기 단계, 개념의 도입 단계를 지나는 순간, 시민 참여 행정 류,‘참여 거버넌스’ 주창은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칫 관성적으로 또 나이브하게 거버넌스한다 하다가는, 그 주창자나 실행자들은 미처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거버넌스의 진취성, 혁명에까지 이르는 진취성과 역동성을 서서히 갉아 먹고,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적 성격을 흐리고, 공동체내 부문영역 간 대등한 파트너십에 기초한 수평적 연대 향상의 길을 혼란스럽게 하고, 그리하여 일정 시점에 이르면 일시적일 수 있겠으나 자칫 유장한 거버넌스 흐름을 거스를수도 있습니다. 로컬 정부 차원에서 시민 참여 주창에 머무르는 거버넌스는, 전혀 그 의도나 의사가 아니라 해도, 선출직 단체장의 정치적 입지 기반의 약간의 강화나 정치행정적 지지 그룹의 얼마간의 확대에 머무르는 왜소화의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시민 참여 협치 현실의 속살을 잠시 거리를 두고 바라봅시다. 적지 않은 경우 주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의 협치, 우군의 협치적 진출의 확대에 견주어 시민사회(그룹)의 영역과 기반 자체가 확장되었는지? 공동체 정치에서 시민사회의 위상이 강화되었는지? 공동체 전체적으로 파트너십이 확대 강화되었는지? 비주류 우파 (또는 좌파) 시민단체와 그 인사들은? 공동체 정치에서 기업 영역의 정치사회적 발언권이 강화되었는지? 기업은 여전히 자주 낙동강 오리알 아닌지? 그 와중에 걸핏하면 이리 혹은 저리 뺨맞고 그저 대주는 처지 아닌지? 시민주권 협치에 내몰리는 공무원들의 피로감, 그 내면은 자주적이고 안녕하신지?

거버넌스의 도약을 위한 길이 현재의 거버넌스, 그 일시적 양상들에 대한 회의와 비난일 수는 없습니다. 거버넌스는 본성적으로 포지티브한 패러다임이고 과정의 패러다임입니다.

먼 발치, 서너 발치 앞을 동시에 내다 보고 한걸음 두걸음 슬기롭게 옮겨서 공동체 파트너들이 또 함께 나아갈 길을 넉넉하게 내어야 합니다.

경계를 하다 - 또다른 경계 짓기, 또 다른 패권 추구 혹은

거버넌스의 요체는 파트너십과 그를 가능케 하는 성찰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단계 과제를 검토하는 순간에도 경계를 그칠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성찰컨대 경계의 주요 지점에는 여전히‘파트너십’과 ‘참여’의 혼동, 어두운 뒤섞임이 있습니다. 때로 그것은 유혹일 수도 있겠습니다.

현실의 제도권력측, 선출된 단체장 권력과 그 위임배분 권력, 행정의 입장에서는 권력기반 강화, (방어적)정당성 확보의 비(非)자의적 유혹이 가까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 시민측, 원천측으로 말하면, 권한 부스러기, 시민 주권과 개인 이익의 치환이라는 왜곡 폄하가 가까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경계이자 거버넌스 캠페인 비전의 한 핵심을 담는 모토 내지 정치 권력과 조직 차원 성찰의 키워드로 ‘제도 정치의 축소와 공동체 정치의 확대’ ‘현재 제도권 정치 권력의 축소와 미래 공동체 정치 역량의 확대’를 들어야 하겠습니다. 거버넌스의 지향은 공동체 시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 시민에게, 공동체 구성원 개인에게 참여의 권한을 시혜처럼, 때로 전과물처럼, 사업 집행처럼 일부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내의 다양한 부문 영역 그룹과 권한을 분점하는 것, 그리고 공동 책임의 방안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진지한 거버넌스 주창 그룹이라면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추천이든 추첨이든 참여예산위원을 모아, 그들의 사업 제안이나 심사에 얼마를 떼주는 것에 맴돌지 않고 그것을 훌쩍 넘어서, (그 액수가 얼마든) 예산 편성권을 의회에 주는 것, 분점 공유하는 것, 의회내 소수당에게 다수결을 넘어 권한을 배분하는 것, 기업 영역에 기업 정책에 관한 권한을 공유하는 것, 이런 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도약을 위한 현 단계 과제 - 로컬거버넌스 전범 창출, 국가 거버넌스 준비, 운동 네크워크 전망

이제는 거버넌스 캠페인의 궁극의 전망을 웅성거릴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도‘거버넌스 국가’, ‘아시아 평화블록(공동체)’‘민주주의 세계정부’ 등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그같은 미래를 넘어서는 한국 거버넌스 캠페인의 현단계 도약 과제로 첫 손에 꼽을 것은, ‘온전한 로컬 거버넌스의 전범 창출’입니다.

그것은 물론 국가 거버넌스를 준비하는 작업과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로컬 거버넌스의 온전한 모델을 참조하면서 훨씬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국가 거버넌스에 대한 접근의 길을 분야별로 궁구하고 모색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 거버넌스를 현실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막중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겠거니와, 장차 혁명 이상의 차분한 혁명의 비전을 공유해 가는 거버넌스 운동 주체의 확대와 실제 거버넌스 국가 캠페인을 수행하기 위한 대중적이고 광범위하고 다기한 캠페인 주체 네트워크에 대한 창조적이고 새로운 전망을 암중 모색해 가야 합니다.

선도자로서 책무 ? - 거버넌스센터의 사업활동 방향

거버넌스센터는 어떻게 거버넌스 국가 캠페인의 한 부분이 될 것인가? 되어야 하는가? 명시적이지 않게 캠페인 초기 선도자로서 자의식을 갖고, 누가 묻지도 않는, 스스로 합당한 책무를 다할 것인가?

우리는 거버넌스 캠페인의 총괄적 비전의 지속적 갱신, 거버넌스와 거버넌스 캠페인 단계의 핵심 요체, 중심의 제시, 거버넌스 이론과 실천 수준을 선도하기 위한 헌신의 제기 따위가 들어올려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에 출범 5주년에 즈음하여, 현 단계 거버넌스 캠페인의 도약 과제를 유념하여 다음과 같이 앞길의노력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온전한 로컬 거버넌스 모델을 창출하고 그에 기여하기 위해, 현장성에 기반하면서 과감하게, 자못 담대하게 거버넌스 패러다임에 따른 지방 행정 체계의 전면 개편과 재구성 방안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지방자치 및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문제 해결 솔루션 제공에 힘을 써야겠습니다.

오늘의 이 세미나도 그 일환일 수 있겠습니다.

둘째, 국가 거버넌스를 준비하기 위하여, 정치, 산업경제, 노동복지, 문화, 과학교육 등 제 부문영역 별로 국가 거버넌스의 과제, 수행 체계, 그에 대한 접근의 길을 궁리하고 준비해가야 하겠습니다. 이는 곧 거버넌스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나침판이요 청서요 시방서를 하나씩 준비하는 일입니다.

이에 역시 거버넌스 패러다임에 기초한 작업 방식에 따라 이를 테면 ‘21세기 국가 거버넌스 보고서’ 작성 돌파를 위해 지혜와 역량을 모아가겠습니다.

셋째, 현단계에서 장차 거버넌스 국가 캠페인을 선도하거나 수행해나갈 거버넌스 운동의 대중적 역량의 준비, 캠페인 네트워크와 연대의 전망을 서서히 구체화해 가야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노력으로 민관협력포럼 창립 17주년, 거버넌스센터 출범 6주년이 되는 내년 2020년 6월 4일을 전후하여 ‘제1회 거버넌스의 날’을 제안하고, 거버넌스 대회 등 대중적인 거버넌스 캠페인 프로그램을 준비해 나가야겠습니다. 거버넌스 주체의 발굴, 향상 지원, 네트워크 형성, 발전을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올해 안으로 ‘거버넌스지방정치대상’ 공모 대회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거버넌스 캠페인을 위한 과제 못지 않게,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 또한 거버넌스센터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 이를 위해서도 거버넌스센터의 중심 사업을 잡아가는 일, 그리고 머지않아 세대적 재생산의 전망을 준비하는 일 등이 당장 거버넌스센터 자체의 과제라는 인식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거버넌스와 거버넌스 캠페인을 기리는 그 마음과 정성으로 관심과 성원과 참여를 언감생심 요청드리며, 기념인사에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2019. 6. 5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이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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