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인하대)

1.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주민자치회의 내용

2019년 3월 29일 정부에 의해서 국회에 발의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제25조에 주민자치회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주민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기능으로 ①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 형성 ②읍・면・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면・동장과의 협의 ③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 ④지역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 ⑤ 그 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제2항). 다만, 주민자치회는 그 명의 또는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항). 주민자치회는 회원으로 구성되며, 회원 중에서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는 대표자 1인을 둔다(제3항, 제4항). 주민자치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규약으로 정한다(제8항).

주민자치회는 그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의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제6항).

주민자치회는 기능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른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주민자치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제7항). 주민자치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규약으로 정한다(제8항).

2. 주민자치회에 대한 평가

1) 주민자치회의 법적지위

주민자치회의 법적 지위가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주민자치회를 읍・면・동에 두는 합의제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읍・면・동은 시・군・자치구의 하급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시・군・자치구의 하급기관의 일부가 된다.

주민자치회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시・군・자치구의 하급기관임에는 변함이 없다.

2) 주민자치회는 자치기관이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주민자치란 지방자치다. 지방자치는 무엇보다도 주민의 자치다.

여기서 주민은 개개인으로서 주민이 아니라 지역사단을 이루는 구성원 전체로서의 주민이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주민전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지역사단이라고 볼 수 없다. 시・군・자치구의 하급기관인 읍・면・동의 한 구성부분일 분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제라고 볼 수는 없다.

둘째로, 지방자치는 고유한 사무를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주민자치회의 기능은 지역사단으로서 갖는 고유한 권한이라고 볼 수 없다. 시・군・자치구의 사무를 하급기관인 주민자치회에 위임한 사무일 뿐이다.

셋째로, 지방자치는 자신의 사무를 자기책임하에 그 업무를 수행한다. 주민자치회는 고유한 사무를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사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그 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 구성원인 주민이 재정적인 책임을 지는 고유한 세원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자기책임하에 그 사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제가 아니며 지방자치가 아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시・군・자치구의 하급기관을 주민'자치'회라고 명명하여 마치 지역사단을 구성하는 읍・면・동 전체주민의 기관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는 주민은 지역사단으로서 전체주민이 아니다. 다라서 주민자치회에는 지역사단을 구성하는 전체로서의 주민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주민자치회는 자신의 고유한 사무도, 자신의 고유한 세원도, 자기책임성도 없기 때문에 자치도 없다.

주민자치회는 ‘주민’회도 아니고, ‘자치’회도 아니다. 준(準)주민자치회도 아니다. 이러한 수준의 ‘주민자치회’를 설치해서 풀뿌리자치를 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자치열망을 실망과 무력감으로 마비시켜 무력화시키는 마취제에 불과하다. 주민자치회에서 위임을 받아 사무를 수행한다든가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에게 건의하는 수준이라면 더 이상 자치기관이 아니라 자문기관에 불과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에는 자치권이 없으므로 주민자치회라는 표현을 하면 안 된다. 개념의 착란을 일으키고 자치에 관한 논리의 전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고는 언어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언어의 기본단위인 단어의 의미를 변질시키면 생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는 지방자치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작은 문제가 아니다. 풀뿌리자치인 마을자치를 왜곡시키는 경우에 시・군・자치구의 자치는 물론 시・도의 자치도 왜곡되고 변질될 우려가 있다.

3) 지방자치법상의 '주민자치회' 도입에 대한 평가

행정안전부는 종전에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자치위원회'를 도입하여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여 20년 가까이 풀뿌리자치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풀뿌리자치를 통한 자치의식의 고양과 책임감을 고양시키고 풀뿌리에서 국민주권의 실현에는 실패하였다. 또한 주민자치위원회가 자치기관이 아니란 비판에 대응하여 '주민자치회'라는 것을 도입하여 6년간 시범실시를 하였으나 과거 주민자치회와 마찬가지로 풀뿌리자치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지난 20년간 마을자치를 회피하기 위한 모든 시도가 실패한 것읗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법 개정안 제25조에 '주민자치회'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20년 실패를 영속화하여 풀뿌리자치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일부의 논자들 중에는 이정도로도 주민참여기회와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전옥답을 다 빼앗기고 소작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감격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자치없는 주민자치, 주민없는 주민자치를 법제화하게 되면 자치선진국에서 모두 실시하고 있는 풀뿌리자치로서 마을자치는 앞으로 20년 내지 40년 동안 쟁취하는 것이 어렵게 될 것이다. 1980년대에 지방자치준비를 논의하면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근본적으로 재론하기로 했던 지방자치의 종류문제를 늦었지만 이제라도 본격적이고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2. 마을자치의 법제화를 위한 제언

풀뿌리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풀뿌리에서 주민전체로 구성되는 지역사단을 부활하여야 한다. 지역사단으로서 자치권을 가진 마을인 읍・면・동을 설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의 마을인 읍・면・동의 고유한 업무와 재원에 대해서 지방자치법에 규정하고 자기책임하에 그 업무를 처리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시・군・자치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위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읍・면・동의 고유한 사무를 지방자치법에 규정하여야 한다.

1) 마을자치의 실시단위와 법적지위

풀뿌리자치인 마을자치의 실시단위는 선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게마인데(Gemeinde)나 타운(Town)의 규모를 생각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읍・면・동 단위이다(황종규, 2019, 72). 읍・면・동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지역사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지방자치단체로서 법적지위를 인정한다3)(신용인,2018, 300). 이것이 마을자치의 역사적인 전통과 풀뿌리 지방자치에 관한 시대적인 요청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이에 지방자치법 제2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현재 “1.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 2. 시, 군, 구”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추가하여 “3. 읍・면・동”을 추가한다.

2) 마을 사치의 자치사무

마을자치의 사무를 지방자치법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이를 규정하는 방식은 보총성의 원칙과 전권한성의 원칙에 따라 먼저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시・도의 사무를 먼저 규정하고, 시・군・자치구의 사무를 규정해야 한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시・도나 시・군・자치구의 사무로 규정되지 않은 사무는 모두 마을자치단위인 읍・면・동의 사무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을의 권한은 연혁적으로 볼 때 국가나 다른 지방으로부터 온 것이 반대로 원래 마을이 가진 권한이 국가로 이양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토크빌, 이용재 역,111). 이점에서 마을의 원한이 원래적인 것이므로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마을의 권한으로 보아야 한다.

3) 마을자치의 기관구성

마을자치기관을 구성함에 있어서는 그동안 지방자치에서 초래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마을의 규모도 반영되어야 한다. 먼저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의회의 설치여부이다. 주민수가 3만명 이상인 경우에는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인구가 2만명 미만 특히 1만명 미만인 경우에 구태여 대의기관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지방의회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마을자치를 하면서 지방의회를 모두 둔다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에 주민전체로 구성되는 주민총회가 충분히 의결기관으로서 기능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읍면동의 주민수는 다음과 같다.

이렇게 보면 읍・면・동의 평균 주민 수는 15,000명 가까이 되며 읍면동의 70% 내지80%에는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의회를 둘 필요가 없고, 주민총회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헌법 제118조 제1항에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라는 규정이 문제가 된다. 헌법개정을 통해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의회 대신에 주민총회를 둘 수 있도록 예외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개정이전이라도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의회가 아니라 주민의 직접 의결기관으로서 주민전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해석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읍・면・동에서 지방정치인을 매개하지 않고 주민이 마을 문제를 직접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집행기관의 구성에서 고려할 것은 제왕적 단체장의 문제이다. 많은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권력집중과 권력남용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총회나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독임제집행기관 대신에 스위스처럼 5-9명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집행기관을 생각할 수도 있다. 협치를 풀뿌리 정치단위인 마을에서부터 실천하고 학습한다는 의미에서 합의제 집행기관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독임제기관으로서 읍・면・동장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집행기관을 합의제로 할것인지 아니면 독임제로 할 것인지는 당해 읍면동의 헌장으로 정하여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재원

마을자치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재원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세인 독자적인 읍・면・동세를 규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만 세원발굴에 한계가 있다. 이에 현재 시・군・자치구세의 세원을 공유하여 일정비율을 읍・면・동세로 하도록 규정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세율과 징수율은 주민총회나 지방의회에서 결정하도록하여 재정자율성과 재정책임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세부적인 마을자치의 규정형식

지방자치법이나 개별 법률로 마을자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에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자치단체 종류로서 읍・면・동을 규정하고, 그 사무와 세원,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의 대강적인 내영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당해 읍・면・동의 헌장과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실정에 맞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규정하고, 주민총회나 주민투표를 통해서 세부적인 것을 확정하는 것이 마을자치의 이상에 부합한다. 마을헌장은 주민총회나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ㅜ민투표로 확정하도록 하고, 조례는 주민총회나 지방의회에서 의결한다.

(※ 위 내용은, 6월 21일, 한국NGO학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등이 공동 주최한 마을자치와 마을민주주의 공동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읍・면・동 마을자치의 복원” 중 일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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