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현진 전 경실련 공동대표

경실련 30주년을 맞아 작년부터 시작한 기념 인터뷰가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일곱 번째 경실련이 만난 분은 임현진 전 공동대표입니다. 임현진 대표는 경실련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경실련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사회학자로서 한국의 사회과학 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하셨고, 경실련뿐 아니라 한국NGO학회를 이끌며 다양한 시민단체 영역에서도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 1989년 발기인으로도 참여하셨는데, 어떻게 경실련 운동을 하게 되셨는지와 창립 당시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1988년부터 서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당시 경실련이란 시민단체를 창립한다고 하니까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제게 연락이 왔어요. 동참하고 싶다는 말씀이 많았어요. 특히 직장인들 중에서도 공공부문보다 회사원, 은행원, 교사 등 민간부문에 종사하는 분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선후배, 동료 교수들과 우리 사회에 경제정의와 사회개혁을 위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 영국의 페이비언 소사이어티처럼, 개량주의라 하더라도 우리는 혁명을 할 수는 없으니까 개혁을 해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시민사회를 만들고 지키자는 얘기를 나눴었지요.

에피소드라고 하면 그때 지금은 돌아가신 박세일 교수(청와대 정책수석 역임)하고 양건 교수(국민권익위원장, 감사원장 역임) 이런 분들과 같이 경실련은 사회운동에 끝까지 매진해야지 이걸 디딤돌로 해서 정치를 한다든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지요. 그러나 이 신조가 개혁을 위한 정치참여, 현실참여라는 명분 아래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를 시작한 분들 중에서 성공한 분이 거의 없어요. 시민운동가는 본연의 자세를 지켜야 합니다."

- 세월호 참사 직후에 한 언론에서 인터뷰하신 걸 보니까 우리 사회는 '4불(不)'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씀하셨어요. 불통, 불신, 불만, 불안이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고 하셨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달라졌다고 보시는지요?
"세월호 이후에도 그런 '4불'이 없어지지 않아 걱정입니다. 촛불 이후 형식적으로는 의견 개진이나 공론 조성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지방정부는 그래도 나은 편인데 중앙 정부 수준에서는 협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국회는 협치라는 말만 떠들었지 민의를 대변하고 있진 못하고, 완전히 정파 이해에 빠져 나라 안팎의 현안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어요. 태극기는 태극기대로 나가고 촛불은 촛불대로 갈라져 있고 소통도 잘 안 되고 신뢰도 회복이 안 되고 사회가 어렵다 보니까 민생은 힘들고 여전히 국민들은 불안하고 불만이 많다고 생각해요.

최근 미세먼지 대책만 봐도 정부가 뭐냐? 국가가 뭐냐? 촛불 때와 똑같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사드 때처럼 중국 눈치만 보고 중국에 할 말을 못해요. 특히 어린이들의 미래 건강을 위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여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현실적 방도를 단기와 장기로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정부는 촛불 이후 시민단체를 편하게만 바라보고 있고, 야당은 다 자기의 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거 같아요. 여·야당이 시민단체를 네 편, 내 편으로 보는 단견을 버려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정부는 항시 비판적 협력관계로 거리를 두고 비판하면서 도울 건 돕고, 견제할 건 견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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