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리당 선병렬 의원, "나는 법사위 파행의 산물"

[인터뷰]우리당 선병렬 의원, "나는 법사위 파행의 산물"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은 4일 오는 4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개혁당 출신들과 재야파가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M1@
재야파 계열로 분류되는 그는 이날 <이지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그룹의 정치적 기반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노선이 비슷하고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직 이런 논의가 (내부적으로)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야파의 국민정치연구회와 개혁당파의 참여정치연구회 모두에 몸을 담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P2L@국보법 폐지에 가장 앞장선 바 있는 그는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실패에 대해 " 지금 당장 성과가 있었느냐 없었는냐 평가하는 것 보다 국민들에게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도 의미가 있다"면서 "2월에 열심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에 보안법 논의를 할 때는 이제 ´3+1´이니 ´2+2´니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면서 "당론은 정하되 상임위가 권한을 갖고 야당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당정치에서 당론을 거는 것은 중요하지만 토론과 협의를 통해 당론을 관철시키지 못했다면 그 당론은 죽일 수 밖에 없다"면서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국보법 폐지에 실패하더라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했다.

한편 그는 이부영 의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부영 의장이 최근 당의장직을 사퇴하면서 강경개혁파들을 향해 ´강경상업주의´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치인이 대표자리에서 책임지고 사임한다는 것은 본인이 물러남으로서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으로 가자는 일종의 희생양인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의장은 사퇴하면서 앞으로 계속 분열의 재생산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떠나는 이유가 하나도 없게 된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 천 대표에 대해서는 "온건파들을 정치적으로 리더쉽을 발휘해 모아가는 역할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표가 원칙을 강조하는 것과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 당내 의견을 통합하는 것은 다르다"면서 "원내대표로서 당이 안흔들리고 의원들 사이의 의식을 평준화하는 것에는 실패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서는 "우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니 누군가 책임지면서 모든 의원들이 그것과 대비시켜 나의 책임은 뭔가 자성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어차피 7개월은 시행착오"라고 설명했다.

@P1R@인터뷰는 1월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 초선의원으로 1년을 돌아본다면

▲17대 국회에 대해 우리 스스로 새로운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개혁적인 국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역시 우리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장애물이라면 어떤 것이 있는가

▲초선의원 중진의원 당 지도부간 현장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 스스로도 사고를 깊이 하고 행동의 강도를 잘 조잘해야 하고, 당도 과거의 정당과 달리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쉽이 형성되야겠다. 당내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 지난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가장 열심히 나섰다.그러나 끝내 열린우리당 당론을 관철하지는 못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4대개혁 입법이 난항에 부딪혀 어렵겠다는 예측은 했었다. 그러나 ´포기하면 안된다´ ´최선을 다하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당장 성과가 있었느냐 없었는냐 평가하는 것 보다 국민들에게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도 의미가 있다. 2월달에도 국가보안법 얘기가 나올텐데 열심히 해야할 것이다.

- 사실 국민들이 정치권의 국가보안법 논란에 많이 지쳐있다. 지난 12월 국회모습을 2월에 다시 보여준다는 것은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길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러니까 이번 임시국회 같은 방식으로 하면 안된다. 야당도 몸으로 막을 생각하면 안된다. 여당도 힘으로 밀어부칠 생각하면 안된다. 이번에도 우리가 힘으로 밀어부칠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상정조차 안되니까 마찰이 있었던 것이다.

- 그러나 여야가 지금의 당론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표결처리가 불가피하지 않은가. 한나라당이 표결처리는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라 다시 몸싸움이 날 것 같다.

▲정당정치에서 당론을 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토론과 협의를 통해 당론을 관철시키지 못했다면 그 당론은 죽일 수 밖에 없다. 정당이 하나의 정책에 대한 당론에 목숨을 거는 정치는 작년 연말 임시국회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승자도 없고 얻는 것도 없는 상태다. 당론은 정하되 상임위가 권한을 갖고 야당과 논의해야 한다. 국가보안법도 마찬가지다.

다음에 보안법 논의를 할 때는 이제 ´3+1´이니 ´2+2´니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지난 번 합의에서 2월에 ´다룬다´고 했으니, 법사위에 상정해서 국민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저희 당론이 채택될 수 있다고 본다.

- 상임위가 권한을 갖고 논의한다는 것은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당론에서 후퇴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당 법사위원들이 논리를 잘 전개하고 상임위 전략을 잘 짜서 관철되면 좋은 것고, 관철 못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 오늘 아침 국민정치연구회 모임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

▲국민정치 연구회 소속의원들은 대체로 지난 연말 240시간 연속의총에 참여했다. 우리가 강경파이라서 보기보다는 당론에 충실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평가받을만 하다는 의견 많았다.

´이런 진정성을 가지고 당 운영에 계속 헌신하자´ ´그 대신 본의아니게 연속의총과정에서 우리가 강경파로 지목 받으면서 당내 다른 의원들과 괴리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잘 감안해서 포용력있고, 원만하게 운영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우리가 전반적 논의에 앞장서지 말자는 얘기가 있었다. 왜냐하면 일부 의원들이 240시간 연속의총을 다음 전당대회 때의 당권을 의식하고 한 전략적 행위였다고 오해한 부분이 있고, 마침 오비이락으로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등 연장선에서 받아들여질 부분이 있다.

당의 중론을 모아가는 과정을 모아가면서 우리가 선호하는 인사을 우리가 먼저 앞장서지 말고 당의 논의를 따라가자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었다.

- 240시간 연속의총을 두고 일각에서는 재야파와 개혁당파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럴 소지는 꾸준히 있었다. 천 (전) 대표가 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혁당 그룹과 재야파가 소회돼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막판에 천 대표가 실현하고자 하는 당론에 힘을 실어준 것도 우리다. 소위 온건파들이 오히려 천 대표의 원내원영에 서포터즈가 되지 못했다.

당의 정책적인 모습을 보자면 두 그룹이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 창당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부분에서도 두 그룹이 비슷한 면이 있다.

- 그렇다면 오는 4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도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인가. 성향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정치적 기반이라는 부분에서 두 그룹은 완전히 다른데.

▲그렇다. 전당대회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두 그룹의 정치적 기반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7개월 동안 해보니 상대방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

재야파에게는 오래전부터 국회를 개혁적으로 이끌어 왔던 경험이 있다. 7개월의 과정속에서 접합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봤다. 오히려 노선은 비슷하고 정치적 기반이 다르다는 점이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필요성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 그런 논의가 실제로 있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야파의 국민정치연구회와 개혁당파의 참여정치연구회 양쪽 동시에 몸을 담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저도 그렇고, 강기정 이경숙 의원 등이 그렇다.

-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은 대체입법으로 당론을 변경할 듯 했다. 그런데 의총을 통해서 당론을 고수했고, 한나라당은 합의를 파기했다고 반발하는 등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는데 진실은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 봐 달라. 당내 일각에서, 특히 중진그룹에서 연내 타결을 하기 위해 대체입법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중진들이나 이부영 의장이 좀 현장감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당 분위기가 대체입법으로 몇 시간만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분들은 ´숫적으로 대체입법 의견이 많다´

´투표를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겠지만 당의 정체성 문제, 4대입법에 관해서만은 소위 강경파들, 원칙론자들이 이야기하면 온건파들이 말을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천 대표를 지지하며 세웠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협상의 효율성만을 따져서 수습하려고 했던 것이 착오였다. 우리가 보기에는 차라리 국가보안법을 들고 해를 넘기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당론관철을 위해 계속 노력하면 되지 마땅한 이유없이 당론을 왜 바꾸느냐는 것이 우리 생각이었다.

서로가 다 노력하려고 한 것이었겠지만, 양측의 현장감이 달랐던 것 같다.

- 이부영 의장은 떠나면서 강경파를 비난했는데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정치집단에서는 무슨 일을 하다보면 이견, 분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정치인이 대표자리에서 책임지고 사임한다는 것은 본인이 물러남으로서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으로 가자는 일종의 희생양인 것이다.

그런데 이 의장은 사퇴하면서 앞으로 계속 분열의 재생산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떠나는 이유가 하나도 없게 된다. 지도자가 그렇게 말을 하면 안된다.

- 소위 강경파 의원들이 천 대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는데 결국 나중에 보니 지도부, 중진에서 천 대표만이 당론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경개혁파 의원들이 지나치게 천 대표를 압박한 것 아닌가.

▲대표가 원칙을 강조하는 것과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 당내 의견을 통합하는 것은 다르다. 소위 온건파들을 정치적으로 리더쉽을 발휘해 모아가는 역할이 부족했다.

여기에 천 대표가 조금 흔들린 부분이 있다. 대체입법 주장하시는 분들과 얘기할 때와 당론고수파와 얘기할 때가 다른 부분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불신의 골이 있었다. 자신은 속으로 안 흔들렸는지 모르지만, 원내대표로서 당이 안흔들리고 의원들 사이의 의식을 평준화하는 것에는 실패한 부분이 있다.

- 지도부가 총 사퇴했는데,

▲어차피 7개월은 시행착오였던 것 같다. 이번에 우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니 누군가 책임지면서 모든 의원들이 그것과 대비시켜 나의 책임은 뭔가 자성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 원래 산자위 소속이었다가 국가보안법 때문에 법사위로 사보임됐는데 두 군데 상임위를 해보니 어떤가.

▲똑같은 국회내라도 각각 특성이 다른 영역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산자위와 법사위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그렇다면 법사위와 문광위도 또 다를 것 아닌가. 산자위는 편하고 차분하게 의정활동 할 수 있는데 법사위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최종적으로 부딪히는 곳이라 훨씬 시끄럽다.

- 법사위에서 대야공격의 전면에 섰다. 너무 말싸움에만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는데.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정말 화가 났다. 그래서 국회를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초등학생들 학급회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은 한나라당의 자기중심적이고 왜곡된 논리가 잘못됐다는 것을 그때그때 지적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어차피 의사진행은 안되고 양측의 공방만 보도될텐데 여기서 밀리면 여당이 논리가 궁색하고 무책임하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었다. 그래서 목소리를 크게 할 수밖에 없고, 다소 억지도 있었지만 상대의 논리를 즉석에서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사진행이 정상적으로 됐더라면 차분히 논리적으로 이야기했을 것이다. 저는 법사위 파행의 산물이다.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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