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연휴에 CNN을 통해서 접한 북한의 극단적인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 국민들이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럭 저 럭 뉴스 중의 하나라고 자위하면서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려러니 하면서 지내온 시간들이지만, 이제는 우리 정부의 결정적인 태도 변화가 없인 조금만 사태가 더 악화되어도 와싱턴과 평양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서 문제해결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북 핵에 관한 정당한 외교적 잣대를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들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정부도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로 우리의 우방인 미국, 일본과 더 긴밀한 공조전략(公助戰略)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일지를 보면 지금까지 매우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사실상 핵 보유자체를 인정 받고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기 위한 엄포용 전술차원의 성명일 수도 있겠지만, 북 핵 문제를 연구해 온 필자의 느낌은 매우 남다르다. 또 다시 적당히 미국의 유화적인 협상자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는 확률이 점 덤 더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정부는 이 번 핵 보유 선언을 과거와 특별히 다르게 보지 말고 협상에서 몸 값을 올리려는 북한의 전술.전략 차원으로 치부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이 매우 안타깝다. 만약 미국이 정말 우려하는 북한의 핵 물질 수출 인정이나, 미사일 실험 재개 등의 초 강수로 국면으로 강경하게 전환된다면 우리 정부의 이러한 미지근한 태도로 ‘위기상황관리 메커니즘(Mechanism)’이 마련될 때 설 자리가 정말로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진 수개월 동안 글을 통해서 수 차례 우리 정부의 좀 더 긴박한 대북문제 및 핵 문제 인식(認識)을 촉구한 바 있다. 민족공조(民族公助)가 논리상 평화시나 위기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우리의 국력(國力)이 확보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 을 수 있어도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테러리즘(terrorism)과의 연계성을 끊을 수 없는 북한정권의 과거행적이 일소 된 상황이 아닌 시점에선 다소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민족주의자가 아닌 사람이 있는가?

우리의 한반도문제는 이제 우리의 손을 떠나 국제사회의 매우 큰 사안으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 점 더 크게 확대되면서, 더 큰 협상력과 협상자들의 결단을 요하는 사안(事案)으로 탈 바꿈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4월의 리 근 북한 외무성 부국장 핵무기 보유 발언을 시작으로, 올해 2월 10일자 북한 외무성의 공식 성명을 통한 10번째 핵무기 제조 및 보유발언까지 흘리면서 강경 협상자세를 견지하는 북한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제4차 6자회담 재개를 위하여 미국, 일본, 중국등과 그 동안 우리 정부의 각별한 노력들이 막가파식의 북한 정권 성명으로 모두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필자가 판단 키엔 이 번 북한의 공식 성명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하겠지만, 북한이 바라는 바와는 정 반대로 미국이 생각하는 우방들과의 단단한 공조를 통한 대 북한 경제.군사 제제로 연결될 공산이 더욱더 커 졌다.

미국이 북한이 회담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북한 쪽의 요구를 들어주는 전략적 결단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 정부의 태도와 대응책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와싱턴과 평양을 오가면서 중재자 역할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사태가 한 발짝 더 심화되고 악화되었을 경우,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외교력(外交力)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안보이익들이 더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성명직후 나온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 “North Korea Admits to A-arms) 기사의 첫 부분에 “중국이 침묵으로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함축적 의미를 우리 정부가 어떻게 분석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강력한 우방인 미국과의 기본적인 신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만 한반도에서의 돌발적인 상황악화에 대처 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상황인식에 우리 모두 더 배가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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