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중학교 때 해 본 축구를 약 28년 만에 정식으로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해 보았다. 내가 해외 체류 중에 우리 젊은 정치인들과 젊은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축구클럽을 조직 했다 하여 관심을 갖고 있다가, 귀국 후 정회원으로 이 모임에 참석, 첫 경기를 주한 외신기자 축구단과 국회운동장에서 치른 것이다.

모처럼 눈이 내린 운동장위의 인조잔디들이 나의 육중한 몸을 다행히 잘 지탱해 주어서 큰 사고 없이 몸을 푸는 게임을 잘 치루었다. 아직도 마음은 항상 20대인데 몸이 40대라는 사실이 오늘에야 실감나는 것을 보니 그 동안에 격렬한 운동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사실 나는 시골의 초등하교 시절에 매우 축구를 좋아했었고 매우 열정적으로 게임을 한 전력으로, 언제나 축구는 자신 있는 종목이었지만 그렇질 못하다는 것을 오늘 여지없이 깨달은 것이다.

축구를 끝내고 일산의 집으로 오는 도중 올림픽 대로 우(右)측에 위치한, 나의 차 창문을 통해서 본 겨울의 한 강(漢江)은 오늘따라 더 검푸른 물결로 자연의 위엄을 한껏 나에게 뽐내고 있었다. 저 검푸른 대(大) 강속의 물결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마음속으로나마 상상을 해 보지만 감히 들어가리라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단지 민심(民心)을 담아내야 할 국회의사당을 끼고 흐르고 있는 이 남한강속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차를 몰고 왔다. 여러 차례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름아닌 응축된 민심의 덩어리가 바로 그 곳에 있으리라는 나의 추측이다. ‘응축된 민심의 덩어리’, 그 것이 가장 잘 맞는 대답일 것이다.

근자에 귀국 후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나라걱정을 무척이나 많이도 한다. 국론(國論)이 매우 심하게 분열(分列)되어 있음도 느낀다. 문제는 나라를 경영하는 대 원칙(原則)이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잘 각인되어 있느냐이다. 오늘 우리가 디디고 있는 이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 나라가 가야 할 길은 분명 정해져 있다. 이 것은 원칙의 문제이다. 분명 이 원칙의 문제는 우리 모두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원칙(原則)이 정해지고 국민들의 합의(合意)로 정책이 만들어 지면, 그 정책은 성공하고 나라는 당연히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우리의 지도자를 선출해 놓고도 이러한 원칙의 문제에 대해서도 상이한 사회집단들이 분열하고, 서로들 갈등 속에서 잘 잘 못을 상대방에게만 전가하는 민주주의의 최악의 악순환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리 우리가 단합을 못하고, 명확한 진리를 보지 못하고 국론을 낭비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가야 할 우리의 원칙은 우리의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더 굳건히 하고, 평화와 국민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외교안보정책으로 국시(國是)를 추구하고, 국론(國論)을 만들면서 국민을 이끄는 것이며, 국민도 이러한 나라의 부름에 협조해야 하는 단순한 것이다.

우리사회는 지금 이 단순한 문제에서부터 갈려서 서로 싸우면서, 합일점(合一點)을 찾지 못하는 혼란의 시대를 걷고 있다. 지금 이 시대상황에서 우리 나라가 갈 길은 오직 진실(眞實)과 정의(正義)의 편에서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아주 중요한 길인 것이다. 문제는 그 길을 놓고도 많은 우리의 국민들이 진실을 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타파하느냐 인 것이다.

오늘 아침 축구를 해 보니, 11명의 선수들이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니마치 한 사람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그 목표는 다름아닌 골을 넣어서 승리하는 것이다. 승리하기 위해선 혼연일체가 되어서 전략을 수립하고, 세부전술까지 마련하여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경영도 이와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우리가 어려웠던 1950~60년대는 ‘잘살아보자’는 목표로 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우리의 힘과 의지를 모으고 실천했다. 우수한 우리 국민들의 잠재력이 모이고 쌓이니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가? 통일선진조국창조일 것이다. 지금까지보다 더 어렵고 험난한, 강력한 경제력과 국방, 세련된 외교력을 열 배는 더 요하는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인 것이다. 이렇게 가는 길은 분명 하나이다. 유일하게 냉전이 찌꺼기가 남아있는 이 한반도는 아직도 안보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김정일 정권의 핵개발의혹으로 조성된 불안정한 안보 정세 속에서 우리는 항상 긴장하고, 우리의 우방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이 난제(難題)을 타개 해야 한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곧 주적(主敵)개념을 삭제한 국방백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한다. 많은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갖고 정부의 시급한 삭제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를 이끄는 기본적인 전략과 전술을 마련 하는 데에, 현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단결된 힘을 이끌어 내는 기본적인 노력도 다지지 아니한 상황에서, 홀로 앞서가는 모습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다. 현 정부는 저 깊은 한강물속에서 응어리져서 흐르고 있는,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민심(民心), 나라의 정체성(正體性)의 혼란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不確實性)에서 나온 민심(民心)의 뚜껑을 열어보고 겸허하게 경청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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