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한 학기 동안 대만의 국립정치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한반도의 핵(核) 문제를 연구하고 고민해왔다. 어떠한 경우에도 쉽게 풀릴 수도, 그리고 감상적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대단히 어려운 난제(難題)가 바로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문득 어제 저녁의 주요인사들과 만찬석상에서 나눈 대화의 핵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직도 나의 머리 속을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그들 국제정치에 대한 생각을 잘 알고 있는 필자의 지인 및 한국의 현실정치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위치에 있는 두 정치인과의 대화는 시종일관 우리정부의 시대착오(時代錯誤)적인 대북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미국이 한국을 언제까지나 미국의 국익을 위한 토대로서 여길 수 있는가에 대한 우리정부의 명확한 분석의 결여 및 통일후의 동북아지역 패권(覇權)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결과에 기반한 미국의 역할(役割)을 우리 정부가 다소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 모두 동의하였다.

나를 비롯한 만찬의 참석자들은 통일의 과정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이 더 증대될 것이라는 동북아지역의 정세분석에 모두 동의하면서 바로 지금이 한.미 공조(公助)의 틀을 변화된 환경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더 발전시키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하였다.

바로 이러한 시금석(試金石)을 마련하는 시험대가 북 핵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의 한.미간의 전적인 신뢰의 회복 및 강화라는 것을 우리 정부당국자들이 더 유념해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또 최근 북한 핵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Howard Baker 전 주일대사의 걱정 어린 인터뷰기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상원과 외교계에서 오랜 국제정치현실을 접하고 몸으로 터득한, 노련한 이 저명인사는 우리정부가 애써서 북 핵의 위험성을 축소 하는 것에 대하여 이해 할 수 없다는 뉴앙스(Nuance)를 인터뷰 기사내용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경제의 문제와 달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문제는 우리 모두 한 치의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삶의 근간(根幹)이 되는 이슈이다.

경제는 우리의 삶의 질과 연결되어서 어려운 상황하에서도 다시 좋은 상황으로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안보는 한 번 삐그러 지면 우리의 생명자체가 없어지고 우리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깨어지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사안(事案) 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정부가 공식적으로 핵 무기 보유를 선언한 지금,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협상용이라는 ‘위로 아닌 위로성’ 말로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감증(安保不感症)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사안이 이렇게 간단히 끝날 일들인가? 정권은 몇 년 지나면 바뀌지만, 이 땅의 국민들과 이 땅의 역사는 계속 이 산하(山河)와 더불어 가야 하는 영원한 존재이다.

현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세력들의 정치철학이 국정에 반영되어야 하는 민주정치의 합리성(合理性)을 인정한다 할 지라도, 안보문제에서의 정권이익차원의 접근이나 국민에 대한 부정확한 홍보는 대단히 위험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반역죄 이상의 범죄 행위이다.

국제정치(國際政治)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의 북 핵 문제와 관련된 발언이나 태도를 용납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중대고비에서 국민들이 알아야 할 사안과 더불어 이 나라의 역사가 가야 하는 진실(眞實)은 하나이지 둘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북 핵 및 기타 안보관련 대북협상(對北協商)에서 진실이 하나 이상, 둘이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정치인들은 많이 보았어도 호연지기(浩然之氣) 로 이 나라의 위기에 대한 정확한 처방을 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치인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해도 그 동안 이 나라의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정치인 중 그 누구 하나 몸을 던져서 이슈를 만드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북 핵 문제도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까지 왔으면 책임 있는 정치인들의 돌파구를 여는 노력이 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북한을 싸고 6자회담의 주역을 자처하고 있는 중국의 단호한 태도를외교적 공식라인을 통해서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일본과의 강화된 공조를 금과옥조(金科玉條)시하는 정치인들의 성명과 이를 뒷받침하는 행동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젠 우리 정부도 더 단호한 중국의 협상전략을 이끌기 위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비 공식 입장에서 우리 중진정치인들의 북한견제용 성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국제정치의 수를 읽는 정치인이라면 지금쯤, ‘ 만약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분명한 역할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 대한민국도 수개월 걸려서 핵 개발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라는 취지의 강한 어조의 견제구도 고려해 봄 직하지 않은가?

이러한 아름다운 아이들의 사랑과 가정의 사랑을 지키는 우리 안보의 핵심이 위기에 처한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당국자들이 더 현실적인 감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사사로운 파당(派黨)의 이익을 떠 난 국민공리(國民公利)를 위하는 대 결단으로 정사(政事)에 임하길 간절히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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