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반도정책 담당자들이 북 핵 문제의 해결책을 놓고 고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고찰(geopolitical study)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도 언젠가는 통일을 달성할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 계산을 하고 6자 회담 및 대(對) 서울정책을 저울질 하고 있을 시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통일후의 한국이 중국과는 일정한 외교적 거리를 유지하고, 친미(親美)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추구할 노선(路線)으로 통일이 달성된다면 누구보다도 한반도에서의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세력으로 중국이 자리매김을 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1950년도에 발생한 한국전쟁에서 UN군을 위시한 미국의 개입으로 북한군이 수세로 몰리는 상황에서 왜 중국이 수많은 군사들 죽음을 희생양으로 북한정권을 구제하였는지 조금 더 전략적인 고찰을 할 필요가 있다.

서세동점(西世東漸)의 개화기에 중국의 중화사상(中華思想)에 기반한 자존심은 서양의 침략세력에게 무참하게 짓 밟히면서 굴욕적일 만큼 중화사상(中華思想)의 무능과 부패를 경험하였다.

완충국가로서 한반도에서 골치 아픈 막내 동생 격인 북한의 전제적 사회주의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이야 말로, 중국의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지정학적 판단을 하였던 것이다.

한국전 종료 후 반 세기가 지난 지금도 완충국가(buffer state)로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을 옆에 끼고 있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보전략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중국 지도부의 고려사항임을 알아야 한다.

경제발전에 모든 것을 다 전념하고 있는 중국의 지도부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친미정권의 주도하에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하는 행위는 국가안보의 근간이 되고 있는 해양전략의 축을 포기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강한 인식을 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마한(Alfred Thayer Mahan)은 1987년 출간된 그의 저서 「역사 속에서의 해양권 장악의 위력과 아시아의 문제들(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and The Problem of Asia」에서 해양권(海洋權)의 학보(command of the sea)를 국가안보 및 경제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바다에서의 활동의 폭과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야 말로 한 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와 직결된다는 정책적 지침은 지금의 중국의 전략가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을 원활하게 보장할 공업용 자재 및 원료, 수출품을 실어 나르는 해양 수송로(sea lane)의 확보가 앞으로 중국의 번영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출입의 활성화를 통한 안전한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해군력의 증강을 통한 해양권(海洋權)의 확보가 21세기에도 시급한 국가의 안보과제(安保科題)로 상정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황해경제권(The Yellow Sea Economic Circle) 및 발해경제권(The Bohai Economic Circle)이 위치한 서해안의 경제권을 더 발전시키고, 서해안의 해상 수송로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적 우선순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제적 세습왕조의 틀로 변형된 공산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의 유지로 귀결됨은 당연한 것이다.

북한의 왕조적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대한민국의 체제가 승리하는 흡수통일이 현실화되고, 한반도의 외교노선이 친미(親美)로 일관한다면, 중국의 지도부는 매우 불편한 한반도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나, 동북아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통일후의 안정적 한반도 위기관리를 이유로 일정수준의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통일보다는 현재의 분단체제를 고착화(固着化)하려는 한반도 정책을 선택할 것이다.

냉전체제하에서의 한반도에서의 국제정치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 및 대비책이 없이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을 변형시킬 수 있는 정책을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dtadt)같은 한반도문제 전문가도 그의 글(Strategic Asia에 실린 논문)을 통하여 한반도에서 미군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하면서, 남북간에 평화무드가 조성되어도 미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남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통일후의 통일한국은 대략 살펴보아도 인구 7100만으로 국제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 혁명에 도움 받아서 상호의존(interdependence) 및 지구촌화(globalization)바람의 심화 및 확대로 평화 및 공존에 대한 바람이 확산되고 점점 더 국경 없는 지구촌이 실현되고 있지만, 아직도 현실주의적인 요소들, 즉, 국토의 크기, 위치, 자원 및 기타 안보에 미치는 여러 사항들이 국가의 전략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기에, 우리의 최대 인접국이면서 오랜 역사적 경험과 문화를 같이 공유해온 중국의 생각과 고민을 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보고, 협력 및 경쟁의 축을 마련해 가고 있다.

이 두 나라가 사안별로 협력과 갈등의 외교를 펼칠 것이 보이는 이 시점에서 지금의 한반도는 두 나라가 힘의 우위를 결정하는 전장(戰場)이요,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틀을 만들 수 있는 화합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대만문제, Spratly Island 등도 중국에게 중요한 안보지형을 제공하지만, 한반도야 말로 동북아에서 중국의 안보를 결정하는 전략적 완충지대(strategic buffer)임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분쟁사태는 곧바로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깨는 중요한 혈전의 장(場)이 될 것이고, 지금 중국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는 경제개발을 통한 중국의 현대화(modernization)를 가로막는 사건이 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김정일이 예쁘진 않지만 순치(脣齒, relation of lips and teeth)의 관계로서 공생하는 이유를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관념으로 한반도를 보고 있는 북경의 정책담당자들을 잘 분석해야 하지 않겠는가?

북한의 핵(核) 및 한반도의 안보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모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남방 배치되는 것도 중국의 이러한 의도를 알고 있는 미국의 전력적 선택이라는 관점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국이나 북한의 입장에선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구축해 온 한-미 동맹이 약화되는 것이 그들의 국익에 부합되는 것은 누구도 쉽게 알 수가 있다.

특히나, 중국의 입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갑작스런 북한의 체제붕괴로 인한 자유민주체제로의 흡수통일은 중국이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주도로 통일이 되어서 유럽의 NATO와 같은 역할을 명분으로 일정수준의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전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의 말 한마디, 정책적 선택이 우리의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지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의 국익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예측으로, 감(感)으로 우리의 사활이 걸린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할 순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정권과 밀실에서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면서 주고 받는 형식의 민족공조(民族公助) 논리(論理)도 커다란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입장을 보는 상술한 명확한 이유에서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반대하고 있는 중국에게 근거 없는 환상으로 미국을 견제한다는 그릇된 판단으로 너무 가까이 가서도 안 된다.

북한을 도와주되 현재의 북한주민을 탄압하고 있는 구시대적 북한정권과 일반의 국민들을 구분하는 용기와 지혜로 우리 국민들의 혈세를 쓰는, 국제정세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대북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한 가지이다. 근대사에서 국민들의 행복을 가장 잘 보장하고 있는 민주주의체제를 확산시키고, 자유와 평화의 정신을 구현하는, 세계의 지성인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통일선진한국의 건설이다.

바로 이러한 과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만약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있다면, 이는 우물 안의 개구리(a frog in a well)그 이상 이하도 아닐 것이다.

통일 후에 왜 미군의 역할이 한반도에 있는지 깨우치지 못한 부류들이 있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어리석은 환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 나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부국강병(富國强兵)없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 또한 공허한 이상론자(理想論者) 일 것 이다.

증명되고 경험한 철학과 노선(路線)으로 가는 간단한 길이 있는데도, 모호하고 확실치 않은 언사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무리들이 있다면, 훗날 우리 후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가슴에 손을 언고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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