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강타임즈/이지폴뉴스】
임종석 국회의원
‘막걸리 보안법’이란 말이 있다. 택시에서 말 한마디 잘못해서 간첩으로 몰리고, 막걸리 마시다가 흰소리 내뱉은 게 국가원수 모독죄가 되어 끌려가던 시절, 명확한 기준 없이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됐던 국가보안법의 모순을 빗대어 쓰였던 말이다.
이처럼 과거에나 있었음직한 모호한 법률 단속이 21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어 네티즌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무심코 올린 글 때문에 선거법 위반 처분을 받은 네티즌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아예 이런 것이 두려워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정치뉴스 댓글 게시판은 깜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웃지 못할 일들은 바로 “공직선거법 제93조”와 이에 근거한 선관위의 “선거 UCC 운용기준” 때문에 생긴 일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법 제93조(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 게시 등 금지)는 “유권자들은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한 지지, 추천, 반대 의견을 담은 글이나 그림을 만들어 유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최초의 목적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제한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후보자간 상호 비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인터넷 공간마저 규제의 대상이 되어 후보자 지지, 비방 의견을 인터넷상에서도 표현하지 못하도록 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선거 때 선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도대체 언제 한단 말이냐?”,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경우’라는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단속을 펼칠 것이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선거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청구하는가 하면 법률 불복종 운동마저 펼치고 있다.
선거법 제93조 못지않게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선거 UCC 운용기준’이다.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라 할지라도 이를 반복하여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거나 퍼나르기를 할 경우 이를선거 운동으로 보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생 경찰서 한 번, 법원 한 번 갈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선량한 네티즌들이 동영상 한 번 잘못 퍼날랐다가 경찰서에서 날아오는 ‘출석요구서’를 받아들고 두려움에 떠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네티즌들에 대한 선거법 위반 단속을 위해 경찰청과 선관위가 투입한 인원이 3,700여명에 이르며, 선관위가 선거법을 근거로 인터넷의 글 삭제를 요청한 건수도 지난 9월 30일 현재 5만 5,842건에 이른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1년 동안 1만 1,399건을 삭제 요청한 것과 비교해보면 다섯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감시와 단속의 강화로 많은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목소리는 잠잠해지고 인터넷은 꽁꽁 얼어붙었다.
선관위는 이러한 논란이 거세지자 “후보를 지지ㆍ반대하는 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적으로 허용하자는 입법 의견을 2003년부터 국회에 내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그렇다. 국회가 각 정당간의 이견으로 법을 개정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을 반대해온 한나라당은 급기야 지난 5월 인터넷에서 선거운동을 더욱 규제하는 선거법을 제출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하루 속히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모든 정당들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를 촉구한다.
선거법 개정과 동시에 선관위의 단속 지침 역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는 법과 현실과의 괴리를 스스로 인정하고 선거법 93조에 대한 개정 의견을 냈던 만큼, 단속 대상을 애써 확대하여 규제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네티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하여 돈 안 드는 선거, 모두가 참여하는 선거를 만드는 것이 선관위의 본래의 의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IT 강국 대한민국은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사이버 정치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7년 대선을 거치면서 또 한 번의 참여민주주의 역사를 쓰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모두가 바라는 것은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일 뿐, 평범한 네티즌이 범법자가 되는 선거는 아니지 않은가.

임종석의원 홈페이지http://www.jsstory.net/



서울시 대표 섹션신문<뉴스.정보.여론>www.hg-times.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news@hg-times.com
<저작권자(c)한강타임즈>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위 기사에 대한 모든 법적 권한 및 책임은 한강타임즈에 있음>

     [이지폴뉴스]   임종석 국회의원   news@hg-times.com

임종석 국회의원 기자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