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시집, "시름을 거름으로 만들어주는 시 "

 
 시인 김종철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됐습니다. 

시인 김종철, 모든 만남, 모든 이별이 스며들어 우리가 되었구나》출간
시인 김종철, 모든 만남, 모든 이별이 스며들어 우리가 되었구나》출간

 

 김종철 시인은 시문학지 《여기》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종철 시인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로 활동중인 ‘변호사 시인’으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와 인권위원장,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을 지냈습니다. 

 이번 시집 《모든 만남, 모든 이별이 스며들어 우리가 되었구나》(마인드큐브)는 김종철 시인이 평소 존경하는 이육사 시인을 기리는 의미로 총 64편의 시를 수록했으며, 출간 날짜도 광복기념일인 8월 15일 로 잡아 눈길을 끈다. 

 시집은 1부 ‘모든 것에 희망이 있다’, 2부 ‘진주빛 영혼의 시’, 3부 ‘변호사의 하루’, 그리고 4부 ‘눈과 함께 겨울나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봄, 가을, 여름, 그리고 겨울의 색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3부 ‘변호사의 하루’에는 시인이 변호사 활동에서 얻은 단상들을 표현한 시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김종철 시인은 아픔과 성숙, 고통과 성장의 변증법적 승화에 대해 노래한 시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작품집의 서두에서부터 “슬픔과 상처”가 “행복의 씨앗”이라고 말하고 있거니와, 맨 앞자리 작품인 서시(序詩)에서도 “우리의 영혼은(……) 아물어진 상처의 깊이만큼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멀리 떠나온 소라 껍데기는 비록 속은 비어 있지만 그 빈 공간 가득 파도소리를 품고 있음을 절묘하게 포착해내고 있으며(〈소라 껍데기〉), 

 매일 한 송이씩 여러 송이가 차례대로 피기 때문에 마치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 나무라고도 불리는 배롱 나무를 보고 “매일 한 송이 다시 피어/ 백일을 간다(……)/ 지는 만큼 피어내어/ 아픔만큼 화사 하구나”라고 노래하고 있다(〈배롱나무〉). 

 나비가 화사한 날개를 가질 수 있는 것도 “허물을 벗”는 아픈 과정을 견뎌냈기 때문이며(〈나비〉), 

 “물은/ 절벽을 만나야/ 아름다운 폭포가 되”는 것(〈폭포 앞에서〉)이고, 풍경(諷經)의 맑은 소리조차도 “제가 저를 치는” 아픔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말합니 다. 

 “시름을 거름으로”(〈둘레길 걸으며〉) 만들자는 시인의 제안은 결국 “고단했던 삶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함께 흘린 눈물이 반짝이는 보석이 되”는 것(〈사노라면〉)이라는 따스한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세태나 법정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있다. 

 혼밥과 혼술이 점점 더 흔한 풍경이 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빵은/ 눈물 젖은 빵이 아니고/ 뒤돌아서/ 혼자 먹는 빵”(〈혼자 먹는 빵〉)이라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사람이 법을 지켜야 하는가/ 법이 사람을 지켜야 하는가”(〈법정을 나서며〉)라는 의미심장한 고뇌가 보이기도 합니다. 

 이 시집과 더불어, 사시사철 자연의 언어와 함께 돋아난 희망의 시들이 독자들의 상처 위에 따스한 위로와 치유의 언어로 내려앉기를 바랍니다. 

 김종철 시인은 "시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하게 하여, 세상을 이쁘고 아름답게 합니다."라며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꿈을 잃은 분들에게 소망의 촛불이 되기를 바라며 제 시를 드립니다. "고 바램을 밝혔습니다.

[김종철 지음 / 마인드큐브 / 148쪽/ 1만2000원]


[작가 후기]  
 
“시는 인연을 소중하게 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저는 변호사를 직업으로 하는 법조인입니다. 늘 법전을 옆에 두고, 클라이언트의 억울하거나 안타까운 사연들을 법이 정한 틀 속에 요리조리 맞추어 넣는 일을 20년 남짓 하였습니다. 

 일반 적으로 행복한 사연들은 변호사에게 오지 않습니다. 대부분 변호사들은 상처 된 사연들과 함께 한 사람의 인생 역경에 동반자가 되어 희망의 결실들을 얻는 것을 보람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클라이언트의 사연들 중에는 법에서 정해 둔 틀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연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것은 가끔 드러내지 못하여 비밀이 되고, 아픔이 되는 슬픈 사연들입니다.

 저는 그러한 클라이언트의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하여 줄 수 있는 변호사가 진정으로 훌륭한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로서 적지 않은 세월 보내면서, 상처 중에는 드러내어 투쟁하여야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고, 가끔은 정성으로 덮어 두면 세월의 약으로 스스로 잘 아물게 되는 상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은 상처를 드러내어 정의의 칼로 그 원인을 도려내고 베어내어 우리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고, 시는 허물을 덮어 스스로 반성하고, 상대방을 용서하고, 서로 눈물짓게 하여 상처를 아물게 하는 묘한 치유력이 있다는 것을 한 경험, 두 경험들을 통하여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변호사가 되어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시를 버리고 지냈던 시절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돌아보니 그 시절에는 새싹이 돋아나는 봄,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 낙엽 지는 가을, 눈 내리는 겨울이 반갑다고 인사하고, 안녕하고 떠나가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철을 모르니 당연히 순리와 거스름도 몰랐고, 그저 제가 정의롭고 바른 길로 잘 나가고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더딘 순리의 길을 바쁘다는 핑계로 가로질러 가는 경우 제가 스스로 상처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정의롭고 바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어떤 속도로 걷고 기다렸다가 함께 가야 모두에게 행복한 사연들이 될 수 있는지를 시행착오를 통하여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시 시로 시작하는 하루는 늘 저를 설레게 합니다. 시는 희망을 주고, 시는 근심을 지우고, 시는 저에게 용기를 줍니다. 저는 시를 통하여 저 자신에게 법을 넘어선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대하여 자주 묻고 대답하여, 욕심을 버리고 의연한 마음으로 님들과 함께 고통을 감내하는 행복 한 미소를 얻습니다. 

 존경하는 시인님들의 시들을 읽고 외다가, 어느 날 정영자 시인님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다시 용기를 내어 제가 대학생 시절에 썼던 8편의 시와, 변호사가 되어 틈틈이 쓴 56편의 시 모아 64편의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제 두 번째 시집에 64편의 시를 담은 것은 평소 좋아하는 이육사 시인을 기리는 마음이 숨어 있음도 고백합니다. 또한,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님들이 가장 좋아하실 날인 8. 15 광복절을 출간일로 정한 것은 님들을 닮고자 하는 제 마음이 드러나 있음도 고백합니다.

 시는 슬픈 이에게는 위로를, 기쁜 이에게는 겸양을, 외로운 이에게는 다정함을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벗들 입니다. 시인은 돌아가신 분이나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관계없이 우리들의 친구들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친구들은 많을수록 자주 대할수록 좋은 벗들 입니다.

 시를 읽는 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고, 시를 외운다는 것은 사모한다는 것이며, 시를 쓴다는 것은 사모함을 못내 고백하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귓속말로, 어떤 때는 절규하며 사모함을 고백하 는 것입니다. 

 저의 시는 자연, 사람 그리고 그들의 만남, 이별 사이에 얽힌 사연과 사건들을 통하여 느낀 감정들을 진솔하게 노래하여 마음의 평안과 희망을 갈구하는 소망고백들입니다. 

 모든 만남과 이별 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간직할 때, 사람도 세상도 모두 아름답게 됩니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 분들 중에 제 시를 읽고 외우면서 단 한 분이라도 위안을 받는 분이 있게 된다면, 시인으로서는 더 없는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옳은 법은 세상을 정의롭게 하지만, 진정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가슴을 울리는 시입 니다.”

 2019년 8월 15일 변호사·시인 김종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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