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 희 (김해시의원)

이광희 김해시 의원
이광희 김해시 의원

 1. 말 잔치 뿐인 자치분권 
 최근 수년간 자치분권이라는 말이 수없이 돌고 돌았다. 자치분권을 당연히 해야 한다면서, 정말 옳은 말이라고 하며, 누구도 이 자치분권이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정말 진척되지 않고 있는 일이 자치분권이라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자치분권이 권력을 나누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권력은 공짜로 나누어지지 않았다. 권력은 결정권과 명예와 부와 강제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권력을 계속 갖고 있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의 나눔은 그 만한 댓가를 치러야 했다. 나누어 주지 않으면 안될 경지에 가야 비로소 권력은 나누어졌다는 것이 예외 없는 역사의 경험이다.  중앙집권제 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가 시작된 것 자체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의 결과이다. 4.19로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개화시기에 지방자치는 이루어졌었고, 민주주의가 뒷걸음친 5.16으로 지방자치는 중단되고 중앙집권국가로 되돌아갔다. 다시 1987년 6월 항쟁의 희생과 승리의 결과로 지방자치는 이루어졌으나, 아직도 지방분권은 더디기만 하다. 
 중앙정부는 중앙이 가진 경제와 정치의 기득권을 좀처럼 나누어주지 않는다. 연방국가를 보라. 외교, 국방 등의 한정된 영역만 연방정부에게 맡기고 세무를 포함한 경제의 전반과 사회와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를 지방정부가 장악하고 있다. 그렇게 분권이 잘 된 나라가 자유로우며, 복지의 수준이 높고, 경제력도 높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해 뭘 잘해주고 있는가? 지방이 성장하는 것을 막고, 지방의 자율권을 막으려 들 뿐이다. 사실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만 잘하면 된다. 나머지는 전부 지방에 나누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 잠재력이 실현되고, 자율성이 신장되어 민주적으로 성장한다. 

  2, 중앙정부 소속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개정안의 성격 
 최근까지의 지방 주민들의 염원에 따라 자치분권의 내용을 담은 중앙정부 소속인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2018년 11월에 발표되었다.  그 내용 중에서 한 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 이 한 가지가 전체의 성격을 보여주므로 중요한 예라는 생각이다.   

법 개정안 중에서 행정안전부는 33조의 2항과 91조, 105조에서 지방의회 사무처의 인사권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데, 시도의회, 즉 광역의회의 사무처 직원의 임용권을 광역의회 의장에게 주고, 전문인을 임용하여 전문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여기서 광역자치의 사무처 직원의 임용권을 광역의회의 의장에게 준다는 것은 국회에서 사무처 직원을 독립적으로 임용하여 (국회직) 사무처 직원이 올곧게 국회를 위해 일하도록 하듯이 광역의회 사무처의 (지방의회직) 직원은 올곧게 광역의회만을 위해서 일하게 하자는 의도이다. 이제까지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는 사무처직원들이 자치단체(집행부)의 직원이 집행부의 장(도지사, 시장, 군수)의 임명을 받아서 의회 업무를 하므로, 의회의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기본 업무만 하고는 집행부의 눈치를 보다가 얼마 안돼서 다시 집행부로 돌아가는(보통 2년 이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사무처 직원의 임용권을 광역의회의 장이 가지는 것이 지방자치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을 광역의회에만 적용시키겠다는 발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 왜 행정안전부는 광역의회의 사무처 직원의 임용권만을 독립적으로 보장코자 법안을 내고, 광범위한 지방자치의 기본인 기초의회에서는 적용하지 않으려 할까? 여기에 행정안전부의 입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면, 행정안전부의 입장은 자치분권해주기 싫다는 것이다. 
광역의회가 지방자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인원에서 드러나는 만큼 기초의회에 비하면 비중이 작다. 전국의 17개시도의 광역의회 의원은 총 789명으로, 전국의 기초의원 총 2,927명과 비교하면 1/4선이다. 그리고 지역주민과의 밀착성 측면에서도 광역의원은 기초의원과 비교하면 정도가 훨씬 차이가 난다. 이렇게 비중이 약한 광역의회만 사무처 직원 임용권을 주는 것은 시늉만 하고 정작 중요한 기초의회는 안함으로써 분권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전국적으로 기초의회부터 사무처 직원을 지방의회직이라고 이름하여 독립시켜서 임용하여 일하게 하면, 이 직원들은 올곧게 지방의회만을 위해 일하게 되므로 지방자치의 성장이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이 직원들은 중앙이 독점한 권력을 가져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기초의원들과 손발을 맞추어서 일하게 되면 중앙의 권력은 급속히 지방으로 분산, 분권될 것이다. 기초의원 수가 광역의원 수의 4배가 되듯이 기초의회의 사무처 직원은 광역의회 사무처 직원 수의 4배가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4배가 되는 기초 지방의회 직원들이 지방분권을 위해 일하면 어떻게 역사가 변할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지방의회 사무처직원의 임용권을 지방의회의 장이 갖기를 계속 주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행정안전부는 이 분권이 내심 싫은 것이다. 그렇다고 분권이 싫다는 소리는 못하니 광역의회만 하는 것으로 법안을 낸 것이다. 

 3. 지방자치는 기초단위에서부터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은 기초단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기초단위가 근본이 되어야 한다. 원래 지방자치는 기초단위의 자치에서 시작하고, 기초단위 자치로 해결이 안되는 부분을 광역자치가 보충하고, 기초와 광역자치로 운영이 안되는 국방, 외교 등의 분야를 중앙정부가 보완하여 지방과 중앙이 함께 나라의 이루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을 뒤로 하고 광역의회만 사무처 임용권을 보장하게 하는 행정안전부의 개정법안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염원에 대해 기만적인 법안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통한 지방자치의 성장은 지방자치가 발전하면 그 영역이 줄어들어야 할 중앙정부인 행정안전부가 기만적으로 맡아 나설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주체들인 지방정부들이 나서서 해야 한다. 그리하여 기초단위에서부터 광범위하게 지방자치의 정신을 실현하는 개혁을 하여야 한다. 군부독재에 의해 중단된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된 1991년으로부터 28년이 지났다. 한 세대가 지날 정도의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꾸준히 성장하여, 중앙정부가 개정안을 낼 정도로 지방분권의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개혁의 주체는 지방정부가 되어야 한다. 240여 개의 기초 지방정부와 17개의 광역지방정부가 주체가 되어 지방자치의 개혁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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