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그동안 다문화 정책에 대해 외면만 하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여러가지 다문화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북한, 민족통일 문제에 매달렸으나, 미국과 직접대화를 원하는 북한 당국의 영향으로 북한 문제와 민족통일문제가 별다른 성과를 낼 수 없어, 동력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다문화쪽에도 관심을 두는 것 같다. ​

 하지만, 다문화 정책은 쉬운 것이 아니다. 서구 유럽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를 했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그래서 섣부른 다문화정책을 펼치기 보다,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돌다리도 두들기면서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지난번에 올린 "정부의 다문화정책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따라서 향후 전개된 정부의 다문화정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해외 사례 등을 곁들여 평가를 하려고 한다. 그 첫번째로 최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서남권(영등포, 구로, 금천)지역 이중언어특구 지정문제를 논의해보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서남권지역(영등포, 구로, 금천) 중국어 이중언어특구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선무당식 다문화정책이 다문화 반감만 불러오고 있다.

​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중국 동포 밀집 지역인 구로, 금천, 영등포 등 남부 3개 구(區)의 초·중·고교 가운데 이중언어 교육을 원하는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 '중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정을 교육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자율학교는 교육 과정을 교과별 수업시수의 20%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런 상황에서 "3개 구를 아예 '이중언어 특구(特區)'로 지정한다더라"는 말이 돌면서 지역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조선족 특구'를 만들겠다는 거냐" "중국인들이 더 늘어 동네가 급격하게 슬럼화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청원 페이지엔 '이중언어 특구 지정을 결사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17일까지 1만14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교육청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이 아니고, 앞으로도 특구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즉, 서울시 교육청에서 중국어 이중언어교육을 원하는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정규과목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조희연 교육감이 여기에서 한 술 더떠 남부 3개구를 아예 이중언어특구로 지정해서 중국어를 자유롭게 익히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함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들이 '조선족 특구' '중국인촌'을 만들셈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다문화 글로벌 시대에 이중언어 문제는 교육의 핵심이다. 그것이 중국어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지구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미국 등 이민국가에서는 1960년대부터 이중언어교육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이중언어교육에 힘쓰고 있다. 필자도 2010년에 레인보우합창단을 데리고 호주 시드니에서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를 공식언어로 채택하고 있는 캠시 스쿨을 방문하고 공연도 하였다.

 하지만, 이중언어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의 문제는 다문화 대안학교처럼 학부모들의 거주지와 연동되어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특정지역에 특정국가 출신 이주민이 많이 살게되는 후과를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등포와 구로, 금천의 주민들이 반발을 하는 것이다. 서울 서남권이 중국어 이중언어특구로 지정되면, 가뜩이나 중국인과 중국동포 집단거주지인 서남권이 아예 중국동포 특구, 중국화되지는 않을까? 그렇게되면 내국인들이 꺼려하는 지역이 되고, 지역의 슬럼화가 진행되어 아파트값 등이 폭락해서 재산가치가 증발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문화 정책의 핵심적인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즉, 이주민 문제를 다룰 때, 가장 고려해야 하는 점이 바로 집단거주지화(게토화)되는 것이다. 이주민의 집단 거주지화, 게토화는 필연적으로 등장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대단히 심각하다. 즉, 특정 지역이 특정국가 출신으로 집단 주거지화되는 순간, 이주민의 사회통합은 대단히 어려워지고, 집단적인 민원과 갈등이 발생한다. 서구에서 이주민 폭동사태가 벌어진 곳은 대부분 특정국가출신들이 집단거주지화가 이뤄진 '게토'에서였다. 

 그래서 이주민 문제를 다룰 때, '게토화'의 문제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즉, 중국출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중국어 이중언어교육의 필요성은 불가피하지만, 아이들 교육은 반드시 부모들의 거주지를 동반하기 때문에, 중국출신들의 집단 거주지화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 은평지역에 베트남 출신의 다문화 가정이 많다고 해서 은평지역에 베트남어 교육을 고민한다고 하는데, 그럼 베트남 다문화가정들은 은평지역으로 몰려가게 될 것이다. 즉, 필요성이 있어서 시행하면, 그로인해 더 많은 해당 주민들이 몰려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장들이 다문화 정책을 편다며, 특정지역을 '중국인촌화', '베트남촌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후과는 엄청날 것이고, 한마디로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이점에서 싱가폴의 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 화교가 인구의 70%를 점하고 있다. 그외 인도계가 15%, 말레이계와 인도네시아계, 그리고 태국계가 섞여 살고 있다. 그들은 특정 국가 출신의 집단 거주지화를 우려해서 아파트 분양조차 주민 구성 비율대로 분양을 하고 있다. 즉, 100가구 아파트라면 중국계 70가구, 인도계 15가구, 이런 식으로 분양을 하는 것이다. 

​ 그만큼 이주민들의 '게토화'는 매우 위험하다. LA한인타운에서 벌어진 흑인폭동,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벌어진 아랍계 청소년들의 폭동, 영국 런던 외곽지역에서 벌어진 폭동 등이 모두 게토화가 진행된 곳에서 벌어진 폭동들이다. 이는 지금 대림동과 안산 원곡동의 치안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따라서, 다문화 정책과 이주민문제를 다루면서, '게토화의 위험성'을 모른다면 이주민 전문가라고 할 수 없고, 또 올바른 다문화정책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조심스레 추진하는 서울시 교육청의 이중언어교육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이 '과유불급'한 발언을 함으로써 큰 홍역을 치루게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중언어교육의 문제는 학부모의 주거지 이동을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통째로 '특구화'라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호주 등 이민국가에서도 특정지역을 통째로 000언어 특구로 만들지 않고, 개별 학교차원에서 선택하고, 그것을 교육자와 기자제 구비, 집단주거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심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 또한 특정지역을 통째로 000언어특구로 만들기 보다는 특정지역 안에서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이중언어교육이 이뤄지고, 그것을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심지어 한 학교에서 중국어나 영어, 일본어 등이 함께 교육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때 특정지역이 특정국가 출신의 이주민들로 구성되는 '게토화'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게토화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 방과후 교육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방학중 학기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 방학 중에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민의 자녀들을 불러들여 특별학기를 편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이수한 경력을 토대로 '해외거주자 특별전형'의 형태로 대학입시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해외거주자 특별전형으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본의 교육과정을 이수함으로써 일본인들의 정체성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중도입국자녀에 대해 방과후 교육을 적극 활용하는 형태로 이중언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특정지역을 통째로 특구화하고, 일률적으로 제도를 만들어 모두에게 적용하기 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귀찮고, 또 표시가 나지 않으니, 한꺼번에 적용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다문화시대의 마인드가 아니다. 그야말로 대량생산 산업사회의 마인드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실패가 2010년부터 시작되었던 결혼이주여성들의 "다문화 강사"제도였다.

 즉, 여가부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이용하여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과 사회통합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다문화 교육 강사양성 제도"를 시행하고, 여기서 배출된 결혼이주여성들을 일선학교에 "다문화 교육강사"로 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즉, 필리핀 출신 여성을 다문화 강사로 배치했는데, 그 학교에는 중국 출신의 다문화 가정이 많아 중국쪽 문화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필리핀 여성이 어눌한 한국어로 중국문화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예산이 부족한데, 필리핀, 중국, 베트남, 등 모든 국가별 다문화강사를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과는 일선학교에 배치된 다문화강사는 학교에서 임시 일용직 신세가 되고 말았다.

​ 또 다른 예가 있다. 바로 이자스민 의원이 입법하려고 했던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이다. 이자스민 의원실에서는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의 입법 취지와 근거로 1993년에 승인된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을 들었다.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부모와 함께 거주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만들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자스민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제정공청회
이자스민 전 의원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제정공청회

 그런데, 이 법은 불법체류자 양산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는 법이었다. 즉, 아동을 볼모로 불법체류를 하더라고 이를 제지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 등 이민국가에서도 남미국가 출신들 등이 아동을 볼모로 한 불법체류의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 먼저 보내어 학교에 입학시켜놓고, 이후 아이와 함께 주거하기 위해 부모가 가고 있다. 그래서 그들 국가들도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은 승인했지만, "이주아동권리보장법"과 같은 법률을 제정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입법이 되는 순간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률에 의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피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 형태로 적용하기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전세계 어느국가에서도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다문화사회 초입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법률로 제정하려고 했던 것이다. 만약 그 법이 법률로 제정되었다면, 그야말로 불법체류를 위해 아기를 낳고, 그것을 근거로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할 길이 없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다문화 문제는 법률적이고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정책적이고 지역 공동체적 차원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형태로 해결책을 찾아나갈 필요가 많다. 그런데, 관료들이나 국가에서는 무엇이든 '제도'로 일거에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문화의 마인드가 아니며, 올바른 다문화 사회를 실현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반다문화적인 획일적인 마인드로 '다문화정책'을 만들고 펼치려는 것이다. 그렇게 펼쳐진 다문화정책이 만들 사회는 단일문화도 아니고 다문화도 아닌 아주 이상하고 기형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 ◆ 게토화 : 게토라는 말은 베네치아의 유태인 집단 거주지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세 유럽 베네치아는 세계적인 상업 중심지로 유명했는데, 그중 유태인들이 전당포 등 고리대금업을 하던 동네가 게토라는 이름의 동네였다. 그래서, 이후 이주민들의 집단거주지를 지칭하는 사회학적 용어로 "게토"라는 말이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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