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X맨 이후 여의도 회자되는 김종인 빅 픽처
-. 야권후보단일화 훼방으로 김종인사단 박영선 당선 돕는다는 의혹
-. 야권 대권주자 황무지화.... 내각제 개헌 위한 포석

JTBC 2016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체제 관련 캡처사진
JTBC 2016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체제 관련 캡처사진

 여의도 정가에서는 얼마 전부터 영화같은 '김종인의 빅 픽처(Big Picture) 괴담'이 떠돈다.

'김종인의 빅 픽처'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2022년 대선 그리고 개헌까지 큰 그림을 그려놓고 한 수 한수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비대위원장, 사실상 제1야당 대표를 맡고 있고 시중에서는 탁월한 '지략가' '경세가' 소리를 듣고 있으니 큰 그림을 그릴 만 하다.

김종인의 빅 픽처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 6'백종원 어때요'가 화제가 된 이후부터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지속적으로 '야권에는 대권후보가 없다'며 야권 잠재적 대선후보들을 깔아뭉갰다.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후보 조건으로 '70년대생 경제통 대선후보'를 주장했고 6월에는 해프닝으로 끝나지만 '백종원 어때요'라고 해 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후 김 위원장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 위원장 '대권도전설', '내각제 개헌론', '김종인 수렴청정설' 등 온갖 상상이 나돌았다.

 

<> 김종인 위원장 내각제 개헌으로 내각총리 맡나

 

이때 잠깐 김종인 빅 픽처 얘기가 돌았다.

김 위원장이 야권 대권 후보 싹을 자르고 무주공산이 된 야권에서 김무성 전 대표계열, 그리고 여권과 손잡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 뒤 본인이 초대 내각총리를 맡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김 위원장의 여러 조건상 현실성이 떨어져 확산되진 않았다. 중간에 당 대표 추대설 등이 나돌았지만 김 위원장이 본인이 직접 나서서 비대위 임기인 20214월 퇴진을 재차 강조하면서 급격히 동력이 떨어졌고 빅 픽처는 그야말로 픽션(fiction)으로 끝나는 듯 했다.

 

<> 박원순 전 시장 자살로 흐트러진 내각제 구상

 

김종인 빅 픽처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즌이 본격화된 1월부터다. 김종인 빅 픽처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전에 그 배경부터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 배경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없었다면, 4월 임기까지는 무난한 행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앞서 얘기한 빅 픽처도 무리 없이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 자살로 인해 갑자기 돌발변수가 생긴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이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날개를 달고 당초 구상했던 그 무엇인가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지만, 만약 패배한다면 모든 꿈과 계획이 깨어지게 된다.

대선후보 간택에 앞서 서울시장 후보와 승리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그러나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 승리를 장담할 만한 서울시장 후보가 대선후보 만큼도 없었다.

지난해 10월경만 해도 지금 후보로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자녀 대학입학과 사학재단 관련 의혹, 패스트트랙 등으로 검찰조사와 재판이 계속되고 있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나 김선동 전 사무총장, 김세연 전 의원 등을 띄워봤지만 한계가 있었고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등 젋은 기업인들을 만나 의중을 떠 봤지만 손사래를 쳤다.

 

<> 김종인 사단, 박영선 전 장관 시장출마로 빅 픽처 업그레이드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이 당헌까지 바꿔서 후보 공천을 결정 하면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박영선 전 장관은 모두가 아는 김종인 사단이다. 언론계에서는 박 전 장관이 MBC 경제부기자로 일할 때부터 김종인 팬, 김종인 사단 중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위원장 최측근으로 돕고 있는 최명길 전 의원은 박영선 장관과 사수. 부사수 관계로 밀접했다. 최 전 의원을 민주당으로 영입한 이도 박 전 장관이고 공천부터 당선까지 김 위원장이 적극 지원했다.

김 위원장이 민주당 탈당할 때 박 전 장관도 함께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희대 동문인 문재인 대통령(당시 전 대표)이 만류하자 김 위원장의 양해를 받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 위원장에게는 정치권에서 박 전 장관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공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박 전 장관이 자신이 지휘하는 정당의 후보로 나서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투에서 최측근이 돌격대장으로 나선 것이다.

상황이 보통 복잡해진 것이 아니다. 상황판단이 빠르고 한 수 앞을 보는 지략가로 통하던 김 위원장에게도 여간 난제가 아닌 것이다.

 

<> 세 번째 변수 안철수 출마 선언...김종인 멘붕

 

그런데 세 번째 변수가 생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전격적인 서울시장 출마선언이다.

한 때 안철수의 멘토로 안철수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 김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가 절대 서울시장 출마를 못할 것으로 확신했던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옛날부터 봤는데,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면서 일찍부터 야권 대선후보 감에서도 제외시켜놓은 상태였다.

그런 안철수가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범야권 후보 단일화와 '야권 혁신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대권 플랫폼은 김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 임기를 마칠 때 쯤 본인이 직접 차기 대선후보를 육성하겠다고 내놓은 안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조국 등 친문계로부터 '당원과 지지자는 훈육이나 훈도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난을 받았고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비례국회의원 5선 신기록 타이틀만 거머쥐고 뒷방으로 밀려난 바 있다.

안철수 대표의 '대권포기 - 서울시장 출마' 선언은 평소 차분하고 정제된 언행을 해온 김 위원장에게는 멘탈 붕괴 그 자체였고 대책 부재의 공황을 불러왔다.

야권내 잠룡들을 깔아뭉개던 그는 '70년대생 경제통' 후보감을 찾지 못하자 11월초부터 결국 당내 잠룡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해 적임자(?)를 찾기로 방향을 바꾼 바 있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의 경쟁력 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조차 본인 의도와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자신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저 편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 김종인 빅 픽쳐 구체화...안철수 폄하와 후보단일화 방해 본격화

 

더구나 비대위원장 취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김무성 전 의원과 협력적이었던 정진석 의원(현 공관위원장)조차 이해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종인의 빅 픽처가 구체화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추정된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X, 김종인 대권설, 김종인 당 대표추대설 등이 돌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안철수 대표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인 안철수 입당요구다.

1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고, 안 대표가 야권 후보단일화를 원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당내 경선을 거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안 대표는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아니 김 위원장이 안 대표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백기 투항' 요구조건을 내놓고 후보단일화를 무산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최대 주주인 김무성 전 의원계열은 물론 당 소속의원과 당원들은 김 위원장 그 배경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김무성 전 의원의 김종인 손절이야기가 퍼진다.

당내 후보 경선이 시작된 2일에는 급기야 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기호 2' 을 고집했다. 김 위원장은 "기호 4번을 고집한다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3일에는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문항에 기호 2번과 기호 4번을 넣어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아예 후보단일화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후보단일화 거부로 4.7 보선에서 여권에 패배한다면 어떤 경우든 그 책임은 오로지 김 위원장 몫이다. 황교안 전 대표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고 50년 정치인생을 불명예스럽게 끝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왜 자해에 가까운 '후보단일화 훼방'을 계속하는 이유가 뭘까.

 

<> 김종인 빅 픽처 목표 - 박영선 당선, 내각제 개헌

 

여기서 김종인의 빅 픽처가 본격적으로 제기된다.

김종인의 빅 픽처의 핵심, 최종 목적은 '내각제 개헌'이다. 내각제 개헌 이후에 앞서 얘기한 내각총리 여부는 중요치 않다. 독일식 내각제를 통해 정치를 넘어 국가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의도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갑자기 내각제로 바꿀 수는 없다. 당연히 차기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을 준비하는 한시적 대통령이다.

내각제 개헌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여권의 호응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내각제 개헌에 호의적이다. 내각제는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 방지와 퇴임 후 권력유지, 정치보복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보장책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해 취임식에 이어 올해 신년회견에서도 개헌을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야당 대선후보 황무지화...야권 잠룡 김종인 훈도 아래 길들이기

 

두 번째는 제1 야당의 동의다. 이를 위해서는 야권에 승리를 장담할 만한 대선후보가 없어야 한다. 정권탈환, 권력창출 여지가 없어야 내각제 개헌으로 마음으로 돌릴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유력한 당내 잠룡들을 지속적으로 폄하하고 야권대선 후보로 부상하던 윤석렬 검찰총장이나 안철수 대표를 깔아뭉갠 것은 '후보 길들이기' 차원도 있었지만 사실 '2022년 대선승리 가능성 제로' 상태를 만들고 싶은 의도가 더 컸다고 본다.

세 번째 조건은 야권 분열이다. 반드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세력은 있을 수 있고 특히 여당과의 내각제 개헌 추진은 과거 '이민우 내각제 파동'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 야권을 분열시켜 내각제 개헌 지지와 반대 세력으로 나누어야 한다. 여기에 적합한 세력이 친박근혜 세력이다.

야권만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 여권도 나누어야 한다. 특히 현 여권 대선후보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내각제 개헌을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권 내 내각제 개헌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빅 픽처'는 내각제 개헌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플랜이다.

 

<> . 야 정치권 내각제 찬성과 반대 세력 재편 추진

 

우선 야권 분열과 내각제 호응 세력은 나름 충분히 확보됐다.

국민의힘 당내 최대계파 보스인 김무성 전 의원은 적극적인 내각제 개헌론자. 김 전 의원은 비대위원장 영입논란 때 이미 큰 틀의 정국구상에 동의하고 적극 지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사면설이 제기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어 석방된다면 그의 친위세력들은 새로운 정치적 결사체를 추진할 것이며 소수정당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내각제 개헌을 찬동할 것이다.

또 대선주자 황무지 계획도 성공했다. 유력한 대선주자 감들이 하나같이 김 위원장 앞에서면 학동이 된다. 훈도, 훈육 대상이다. 윤석렬 총장도 예외가 없다.

다음은 여권내 지지세력 확보다. 이 부분이 빅 픽처의 핵심이다. 김 위원장은 박영선 전 장관을 여권내 파트너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김 위원장의 끈기 있는 '야권 후보단일화' 제동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포위하기 위해서는 박영선 전 장관만한 적임자가 없다.

 

<> 박영선 서울시장 당선과 여야 내각제개헌파

 

박 전 장관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여야를 아우르는 김종인 내각제개헌파 진영이 형성되는 것이다.

당연히 김 위원장은 야권 후보단일화를 막아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안철수와 국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막아야 한다.

김 위원장의 빅 픽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7 보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막아 3자 구도 본선을 치르거나 단일화를 끝까지 방해해 야권 단일후보 시너지 효과 확산을 최대한 막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당선시킨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원인을 안철수 후보에게 뒤집어씌우고 자신이 지원하는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내세워 제2의 비대위나 당 대표 체제를 구성한 뒤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다.

 

<> 청와대 김종인 내각제 발 맞춰 본격 여론조성 나서

 

여권도 야권 재편에 발맞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단행해 본격적인 야권 재편을 촉발시키고 청와대와 친문세력 중심으로 본격적인 내각제 개헌 여론 조성에 나선다.

김 위원장은 박영선 서울시장을 고리로 여권과 힘을 합쳐 막전막후에서 내각제 개헌을 추진, 성공시켜 차기 대통령의 임기와 역할을 내각제 체제 준비에 국한시킨다.

즉 여의도에서 회자되는 김 위원장의 빅 픽처는 '야권 후보단일화 반대 - 박영선 서울시장 당선 - 야권 분열과 재편으로 세력 약화 - 내각제 개헌 논의 촉진 - 친문세력 등 여권과의 내각제 개헌 추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종인 빅 픽처가 비록 상상과 추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나 결코 황당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설마했던 사람들도 최근 김 위원장의 난장을 보면서 진짜 김종인의 빅 픽처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종인의 빅 픽처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데 야권 각 진영이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우파NGO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용이라고 판단해 지켜봤다. 그러나 최근 김 위원장의 후보단일화 방해책동은 여권을 돕는 심각한 이적행위 수준이라며 조만간 김 위원장의 후보단일화 방해책동 중단을 촉구하고 비대위원장 직에서 퇴진할 것을 촉구하는 우파 NGO 전체의 강력한 의사 표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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