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선언 유영하·강용석, 대구 사저 구입비 25억원 대납...사천 넘어 매천 논란 우려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친박 정치’ 재개, ‘사저 정치’ 신조어까지
“야당은 후보 아닌 박 전 대통령 공격할 것”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 입주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 입주

[뉴스캔=장덕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불러 온 과거 ‘사적 공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 구입에 돈을 빌려준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세류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강 변호사는 "사심 없는 경기도지사가 되겠다. 경기도가 대선 패배자의 불펜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기도민과 함께 거부하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강 변호사는 "지난 4년간 경기도의 미래 성장 동력은 사라졌고, 도민들이 갚을 빚만 남았다. 잘 나가던 경기도가 위기의 경기도로 전락했다"며 "이젠 경기도를 정상화할 시간이다. 지난 세월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를 기회로 만들어 성공을 일궈 왔던 것처럼 강용석이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법률대리인 역할을 하던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유영하 변호사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
유영하 변호사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가 출마 결심을 밝히자 “돈도 없으시지 않냐”며 자신이 기꺼이 후원회장이 되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철 지난 '친박 정치'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역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개인 사저에서 원격 정치, 대리 정치를 노린다는 '사저 정치' 논란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 가능성은 일찍부터 예상되어 왔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구 사저에 들어갈 때 "좋은 인재들이 고향 대구에서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상 시민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다.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 인사드릴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같은 예상에 힘을 보탰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유 변호사는 '친박 정치' '정치 재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변호사는 지난 3일 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지금 지방선거를 친박의 태동이나 결합으로는 안 보셨으면 한다”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친박은 없습니다’, 이건 제가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대통령께서 누차 제게 하셨던 말씀”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심' '친박' '사저 정치' '대리 정치' 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자신의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에 출마하고 이를 지원하는 후원회장까지 맡은 이상 6.1 지방선거 내내 언론과 민주당측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강용석 변호사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개인 박근혜'에서 '정치인 박근혜'로 논란이 확장될 가능성을 높였다.

강용석 변호사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
강용석 변호사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

강 변호사는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자신의 출마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다.

강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퇴원해 대구 사저에 도착하시면서 대통령으로서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는 말을 했다"며 "박 대통령의 이루지 못한 꿈, 경기도에서 강용석이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집권시절 친박을 넘어 '진박(진짜 박근혜) 의원''로 꼽혔던 한 전 의원은 "인정에 약한 박 전 대통령이 이들의 출마 지원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공천은 사천(개인적인 공천)을 넘어 매천(돈받고 공천) 논란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유 변호사나 강 변호사가 모두 대구 달성군 사저 구입 비용 25억원 가량을 대납했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도 "일정 부분 가로세로연구소(강용석·김세의 대표)가 도움을 준 게 맞다. 그 돈은 차용한 것으로, 차차 갚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강 변호사 등의 돈으로 사저를 구입한 것은 나중에 갚더라도 성급한 결정이고 실수"라며 "지금 당장은 동정 여론이 있어 잠잠하지만 선거가 본격화되면 야당은 후보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공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일부는 지난 번 (박 전 대통령이) 냈던 편지책 저작료가 있다. 그걸 받아서 정산할 계획"이라며 "박지만 EG 회장 등 가족들이 갚아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이 결국 탄핵까지 불러온 '20대 총선 공천파동'의 교훈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당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선관위 공천 신청 직전 대표직인 들고 부산으로 갔다는 사건)의 진실은 박 전 대통령의 친박 공천 압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무난히 이길 수 있었던 20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에 패해 여소야대를 만들었고 이후 2016년 12월 9일 오후 3시, 234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며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을 공천하고 이를 지원에 나선다면 이번 선거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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