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5월 양적 긴축 단행 시사...40년만에 최고 물가급등 억제 불가피
정부, 국내 영향 미미...물가인상·경기침체동시 스테크플레이션 우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사진=연준)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사진=연준)

[뉴스캔=장덕수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의 5월 양적 긴축 시사에 5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80.70포인트(0.80%) 하락한 3만4641.18에 마감했습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7.52포인트(1.26%) 내린 4525.12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8.39포인트(2.26%) 떨어진 1만4204.17로 각각 장을 마쳤습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지명자는 5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이르면 5월 회의에서 빠른 속도로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하기 시작하고 금리를 연속으로 올림으로써 통화정책 긴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레이너드 지명자는 또 "양적 긴축의 월 상한선은 훨씬 커지고 시행 기간은 짧아질 것"이라며 "현재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고 상방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로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더 강한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보유 중인 자산을 축소하는 정책입니다.

유동성을 공급하되 그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과는 달리, 양적 긴축은 유동성을 직접 회수하는, 좀더 강한 긴축 정책입니다.

◇ 양적 긴축 속도 빨라져...40년만에 최고 물가 폭등 영향

특히 전문가들은 연준의 양적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양적 긴축을 시행했는데 당시에는 약 10년에 걸쳐 서서히 긴축과정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2년 사이로 그 주기가 짧아졌습니다.

2020년초 양적 완화를 시작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2021년 말 테이퍼링을 시작했으며 이제 공개적으로 양적 긴축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양적 긴축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연준의 양적 긴축 시기 동안 미국 증시가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악재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양적 긴축이 동시에 추질될 경우 주가 하락 등이 올 수 있고,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같은 우려에도 미 연준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이어 양적 긴축을 서두르는 것은 물가가 무섭게 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는 40년만에 최고치인 7%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했으며 미국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하락할 정도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연준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양적 긴축이라는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시에 빼든 것입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물가와의 전쟁, 전면전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경기 위축보다 물가 인상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 국민 개개인의 삶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 정부, 국내 경제 영향 미미...원자재가 급등으로 스테크플레이션 우려

정부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예측 가능했던 만큼 우리 경제가 받을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이 이번 FOMC 결과(금리 0.25%p 인상)와 러시아 디폴트 관련 소식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한 점과 과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당시의 경험,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의 여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정부는 연준의 양적 긴축 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의 급등으로 인한 국내·외 초인플레인션을 더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매출의 53%가 재료입니다. 

주요 서비스 업종의 재료비 비중 또한 30% 전후인 만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물가도 비상입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6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뛰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4%를 넘긴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처음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로 오르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5일 브렌트 가격은 전날 보다 배럴당 0.89달러 하락한 106.64달러, WTI는 101.96달러로 1.32달러 떨어졌으나 두바이유는 3.50달러 오른 105.3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물가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부총리 역시 "글로벌 전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당분간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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