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사진=홈페이지 캡처)
세븐일레븐(사진=홈페이지 캡처)

[뉴스캔=백영호 칼럼니스트] “저기는 무슨 매장이 밤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지?”

1989년 올림픽이 끝나고 국내 경기가 호황을 지속하며 분당과 일산 개발을 통한 도심 생활권이 넓혀지던 무렵, 저는 서울 중심 상업지 강남역에서 색다른 매장을 보게 됩니다.

너무도 환한 매장, 가지런히 놓인 진열대에 동네 구멍가게에서 보던 물건들을 진열하고 벽에는 각종 음료수와 냉동 제품들을 진열한 매장, 간판은 녹색바탕에 7-eleven. 

네 CVS 점포인 세븐일레븐 1호점 입니다. 그 시절 로손, 패밀리마트와 함께 한국 시장에 처음 들어온 편의점입니다.

“왜 이 비싼 자리에 고가품, 의류도 아닌 흔히 주변 가게에서 찾을 수 있는 제품을 팔지? 어 24시간 영업을 한다는데 새벽에 손님이 들어올까?”

필자의 이 우문스런 생각이 아마도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의 시작임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아이템으로 몇 천개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운영되는 시대가 되었는데 말이죠.

◇책상에 놓인 두 개의 유동인구 체크기

당시 점포 개발 직원으로 입사한 Lawsons CVS.

갓 대학을 졸업하고 무언가 큰일을 맡을 것 같은 신입 사원의 포부를 가지고 첫 출근하여 부여 받은 첫 업무 유동인구 체크였습니다.

유동인구 체크기 두 대를 가지고 입점 시키고자 하는 후보지에서 남녀 유동 인구를 시간대별로 체크하는 것입니다.

91년도 2월 달 지금도 엄청 추웠다는 기억과 신입 사원 스텐다드 정장인 바바리코트를 입고, 양 주머니는 체크기를 한 손씩 잡고 7~8시간을 추위에 떨면서 유동 인구를 체크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당시에는 한동안 이런 업무에 대해 갈등도 많았지만 외식업에 가장 기본을 배운 좋은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편의점의 입점 장소는 누구나 알만한 대형 상권의 입점을 하였고, 또한 입점을 위한 몇 가지 필수 요건이 있었습니다.

유동인구 많은 지역, 임차료, 매장의 모양, 그리고 편의점의 가장 중요한 담배 판매 가능 부분 등등.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 보다 먼저 선결 되어야 할 부분은 전기 용량이었습니다. 

지금은 전력 증설이 쉬어지고 편의점이 건물을 환하게 만든다는 인식에 지금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우리 동네 편의점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편의점이 필요한 전기용량은 40~50KW로 대부분 전기 증설이 필요했고 안전을 이유로 거부 하시는 건물주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처음 글에 나온 대로 환한 조명과 편의점 벽면을 가득 채운 냉장고(Work in cooler), 초기 편의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슬러시(Slush)기계, 이러한 기계들이 40~50KW라는 엄청나 전기 용량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다른 30평 정도의 소매 업장들이 필요한 전기 용량은 5~10KW 정도입니다.

국내 시장은 편의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시대가 열립니다.

먼저 치고 나온 기업은 지금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SPC그룹입니다.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빛은(떡집) 등 가맹 사업을 하는 그룹입니다. 
여러분이 미국 여행 시 찾았던 뉴욕에서 시작된 Shake Shack Burger, 그리고 계란을 주재료로 하는 Eggslut(LA), 잠바주스도 가지고 있네요.

제가 SPC에 근무하면서 배우고 느낀, 이러한 다양한 브랜드의 경험은 지금 제가 글을 쓰는데 좀 더 사실감 있고 재미있는 얘기를 전달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응답하라! 외식 브랜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기억하시죠. 

남자 주인공들이 미팅 때 만난 여성들의 부탁으로 매장에서 비스켓을 주문합니다.

그러나 시골 출신 남자 주인공들은 비스켓을 우리가 흔히 먹는 과자로 착각, 4명이 먹어야 한다고 많은 양을 주문합니다. 

그들은 당연히 그 매장을 처음 방문 하였고, 패스트푸드의 비스켓 크기를 몰라 나중에 나오는 엄청난 양을 보고 놀라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러분이 다 아시는 응사에 나오는 KFC 비스켓 주문 장면입니다.

1984년 종로에 오픈한 KFC 1호점(지금은 폐점 했지만)으로 한국 시장도 외식 문화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또한 전편에 쓰여 진 억울한 형제 브랜드, 맥도널드도 1988년 압구정에 오픈하면서 국내에 외식 브랜드가 198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됩니다.

세계적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내 업체들도 외식 시장에 뛰어 들게 되었고, 그로인해 많은 브랜드도 탄생, 발전하게 됩니다.

혹시 자뎅 이라는 커피 체인점을 기억하시나요?

1980년대 후반 주요 상권을 시작으로 커피 체인점을 시작한 자뎅.

자뎅(사진=홈페이지 캡처)
자뎅(사진=홈페이지 캡처)

1984년도 그 당시에는 너무 빠르다고 느낄 정도로 커피 로스팅 회사까지 만들어 1988년 압구정 1호점을 시작으로 커피 체인 사업을 시작합니다.

나름 성공도 거두었고, 한때 젊고 여유 있는 창업자들이 가맹을 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지금도 주변 곳곳에 보이는 자리 잡은 브랜드도 있고, 아니면 추억의 브랜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에 만들어져 성장, 발전하여 지금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KFC(1984년), 맥도널드(1988년), 파리바게트(1988년), 베스킨라빈스, 피자헛 등. 

이러한 브랜드의 진출로 국내 외식 문화는 변화 발전하였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먹거리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주게 되었습니다.

TGI Friday(사진=홈페이지 캡처)
TGI Friday(사진=홈페이지 캡처)

◇패밀리 레스토랑이 자꾸 사라져요

TGI Friday, 베니건스, 시즐러. 후터스, 코코스 기억나시나요?

1990년대 후반부터 가족이나 친구모임 시 좋은 장소에 식사를 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던 곳이고 필자도 가족과 같이 많이 애용하던 브랜드인데,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명맥만 유지되거나 철수되었습니다.

왜 이 브랜드들은 사라져서 추억의 브랜드가 되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비싼 임차료와 주요 상권에 같이 있는 경쟁 브랜드들과 출혈 경쟁이었습니다.

원래 미국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뜻은 Family owned restaurant이라는 가족 경영의 식당을 말합니다.


단어 그대로 땅이 넓은 미국에서 가족끼리 사방으로 뻗은 하이웨이에서 주유소와 식당을 경영 하면서 식사와 커피를 제공하던 공간, 가족의 경영으로 적은 인건비, 한국과 비교도 안 되는 낮은 임차료.

이 부분만 이해해도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 이유를 이해하실 겁니다.

물론 여러 이유가 더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이라 생각 됩니다.(패밀리레스토랑 얘기는 다음 편에 자세히 애기하겠습니다)

이렇듯 자리를 못 잡고 철수하는 브랜드가 있는 반면에 90년대 초부터 다양한 외식 브랜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버거킹, 파파이스, 미스터피자, 던킨, 도미노피자, 비비큐.

던킨과 도미노피자, 파파이스 치킨은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개인이 들여와 운영했습니다.

아 그리고 1999년 스타벅스도 이대 1호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국시장에 영업을 시작하였고, 그 후 수많은 커피 브랜드가 탄생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다양한 외식 브랜드의 탄생은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먹거리 제공과 가맹 희망자에게는 선택의 다양성을 주었지만, 준비가 되지 못한 본사를 선택한 창업주에게는 시련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가맹을 희망하는 창업자에게 본인에 맞는 업종 선택과 그 업종을 운영하는 회사의 선택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려 합니다.

앞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역사에 관하여, 업종별, 시대별 성공한 브랜드의 성공 이유, 아쉽게 시장에 자리 못 잡은 이유,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다양한 브랜드 근무 경험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보겠습니다. 

또한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하지만 알 수 없는 내용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재미있는 외식 이야기에 백영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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