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 김진태, 제주지사 후보 허향진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 친분·집값대여 후보 지원 역풍...사저 정치 한계 노출 

6.1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결과
6.1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결과

[뉴스캔=장덕수 기자] 대구시민과 국민의힘 당원들이 6.1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천'(사적인 공천) 유영하 변호사 대신 홍준표 국회의원을 선택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정진석 위원장은 23일 6.1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홍준표 국회의원이, 강원지사에는 김진태 전 의원, 제주지사는 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이 각각 경선에서 승리, 후보로 선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선은 지난 21∼22일 이틀간 실시됐으며 책임당원 선거인단의 유효 투표 결과와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각각 50%씩 반영됐습니다.

특히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지난달 말 대구 달성 사저로 들어간 박 전 대통령은 이달 초 자신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했다'며 대구시장 후보로 지지 선언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못 다한 꿈들을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하여 이뤄줄 것으로 저는 믿고 있다“며 "유영하 후보에게 따뜻한 후원과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유영하 변호사 지지 동영상(캡처)
박근혜 전 대통령 유영하 변호사 지지 동영상(캡처)

또 유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은 박 전 대통령은 "유 후보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며 동영상 지지 메시지를 내고 심지어 후원금 모집 인쇄물에 친필 서명까지 넣어 배포토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전폭적인 ‘유영하 만들기’에 나선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윤석열 당선인이 대구 달성 사저를 방문했을 때는 유 변호사에게 영접부터 배석, 배웅까지 맡아 진행토록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동안 유 변호사가 개인 비서 역할을 담당했으니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을 만나는 공적인 자리에 경선 중인 후보에게 의전을 총괄토록 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대구시장 후보 경선 결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지역보다도 뜨거웠습니다.

권영진 현 대구시장이 건강 문제로 3선 도전을 포기한 상태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경쟁했던 홍준표 국회의원이 배지까지 포기하고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공개 지지하자 단번에 대구시장 경선은 국민적 관심사로 급부상했습니다.

당연히 최대 관심은 경선에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관심의 초점은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 '정치 복귀' 가능성이었습니다. 

만약 ‘대구 동서남북도 모른다’는 비난을 받았던 유 변호사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력'이 여전함을 증명하는 것이며 'TK맹주'로의 화려한 복귀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중앙은 물론 대구 정치권과 시민들 사이에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한마디로 박 전 대통령의 유 변호사 지지는 '사천'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박 전 대통령의 유 변호사 지지 이유는 '대구 시정' '데구 시민'과는 무관한,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과의 인연, 대리인(꿈 실현)이 전부였습니다.

특히 달성 주택 주택구입비용(세금포함 28억원)을 부담(대여?)했던 3인 중 유 변호사에 이어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까지 경기도지사 후보경선 도전을 선언하자 사천을 넘어 금천(돈 공천)이라는 비난까지 일었습니다.

대구 시민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과연 대구 시민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 한마디에 유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대구(달성)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 1998년 4월 재·보선때 대구 달성에서 당선돼 정치를 공식적으로 시작, 15·16·17·18대까지 내리 4선을 했고 2012년 19대 때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5선을 역임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와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는 유영하 변호사(좌)와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와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는 유영하 변호사(좌)와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대구·경북(TK)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경북 구미)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시절부터 영남·보수·공화계의 텃밭으로 여겨졌으며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친박 성지, 보수 텃밭이 되었습니다.

TK권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비운에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이어지는 '수난'까지 겹쳐 어느 지역보다도 친박 정서가 강한 지역으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박 전 대통령의 직할 정치권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구시장 경선 결과는 최소한 당분간은 이같은 예상이 맞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1~22일 시행된 경선 결과, 홍준표 의원이 현역의원 감점을 반영하고서도 과반에 가까운 49.46%를 얻어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핵심 친박임을 주장하는 김재원 예비후보는 26.43%를 얻었으며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유 변호사는 18.62%에 그쳤습니다. 

직·간접적인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김 전 후보와 유 변호사가 받은 지지(45.05%)가를 합쳐도 홍 의원을 이기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TK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과도한 '유영하' 지지가 도리어 역풍을 자초했다는 평가와 친박 진영이 김재원과 유영하로 나뉘면서 박근혜 시너지가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 외지인에 가까운  유 변호사를 추천한 것이 대구 시민에 대한 경시로 비쳐진 결과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사면받아 달성 사저에 온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공천 시도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태극기집회
태극기집회

소위 태극기파로 불리는 한 친박성향 NGO인사는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지 유 변호사나 그 측근들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라며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모두 떠날 때 곁을 지켜준 것은 유 변호사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를 대단히 서운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탄핵 때부터 지금까지 생업까지 전폐하고 도로에서 싸워왔는데...유 변호사 혼자밖에 없었다니. 허망하고 배신감까지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한 인사는 "태극기 들고 광화문에 나설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정치적 모함에 걸려 탄압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유 변호사 (지지)하는 것 보니, 측근 관리를 저리(저렇게) 하니 탄핵당한 거(것)라는 생각까지 들더라"며 "이젠 끝났다. 이제 태극기 들고 다시 광화문 나갈 명분도, 이유도 없어졌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때이른 '컴백' 시도가 무산, 당분간 예전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던 친박계 정치권도 어렵게 됐다"면서 "2024년도 국회의원 선거때까지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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