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스, 스카이락, 시즐러, 베니건스, 후터스를 아시나요

미국 베니건스 대표매장(사진=홈페이지)
미국 베니건스 대표매장(사진=홈페이지)

[뉴스캔=백영호 칼럼니스트] “맛있게 구어 주세요” “저는 잘 익혀 주세요” 

우리가 1990년대 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흔히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나오던 얘기입니다.

물론 잘못된 주문도 아니고 우리말로 잘 표현한 주문이지만 그 때만해도 ‘레어’, ‘미디움’, ‘웰던’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음식 맛을 손님 입맛에 맞춰주는 문화 자체가 익숙치않을 때였습니다.

가족 혹은 연인과 특별한 날이면 찾았던 패밀리 레스토랑. 

이제는 프랜차이즈화된 유명 브랜드와 대형 매장은 대부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각각의 고유한 맛과 취향을 강조하는 레스토랑(개인 또는 창업형 브랜드 프렌차이즈)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슬픈 얘기가 숨어 있습니다.

백화점을 운영하던 미도파(지금은 롯데백화점이 인수)에서 처음으로 체인화된 레스토랑 ‘코코스’를 시작했습니다.

코코스의 시작으로 많은 대기업들이 패밀리레스토랑 비즈니스를 시작합니다.

CJ그룹의 ‘스카이락’(후에 VIPS도 시작), 롯데의 ‘TGI Fridays’, 대한제당의  ‘Sizzler’, 동양제과의 ‘베니건스’ 등.

그러나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 적자로 그룹의 미운 오리새끼로 둔갑하고 얼마 후 소리 소문도 없이 대기업들은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에서 철수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브랜드는 ‘Hooters’ 얘기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당시 유명 배우가 들여와 2007년 압구정에 오픈하여 용산, 논현동 매장 3개를 운영하였지만 초반부터 엄청난 적자로 3년 만에 모두 폐점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가 종업원들의 선정적 비키니 복장 서빙이 한국 문화와 맞지 않는 스타일 때문입니다. 

실제 ‘Hooters’는 Family restaurant 아닌 Breastaurant(가슴과 식당)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고 사라졌습니다.

Breastaurant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일화도 재미있는데요.

1986년 만우절날 한 식당에 모인 미국인 사업가 6명이 장난으로 재미있는 식당을 만들어보자는 농담을 계기로 실제 오픈한 것이 바로 ‘후터스’입니다.

로고는 Hoot라는 부엉이의 웃음소리란 뜻에서 부엉이를 사용하였지만, 실제로 여성의 가슴을 뜻하는 비속어 Hooters란 이름을 간판으로 걸고 선정적 영업 방식으로 미국에서는 나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영업 당시 압구정 매장에는 술에 취한 진상 손님들이 너무 많아 종업원들이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 운영하기 정말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그 많았던 브랜드 매장들이 철수하게 된 것은 한국 시장에는 안맞는 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임차료, 외국보다 큰 매장에 필요한 많은 종업원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좁은 상권에 출혈 경쟁에 따른 치킨 게임이 문제였습니다.

농담을 현실로 만든 엉뚱한 후터스 창업자들은 초기 레스토랑 성공에 고무되어 2003년 ‘후터스 에어’(비키니 승무원들의 기내 서빙)라는 저가 항공사까지 설립, 항공기 7대까지 늘였으나 3년 만에 4000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문을 닫았습니다.

후터스 걸(사진=후터스 홈페이지)
후터스 걸(사진=후터스 홈페이지)

◇크고 화려하고 핵심 상권. 과도한 프로모션...예고된 실패 

“좀 더 크게 그리고 화려하게”...아파트 분양 홍보물이나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 선전 문구가 아닙니다.

그 당시 먼저 오픈한 경쟁사 점포에 우위를 점하고 출시 매장을 알리고자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신규 오픈 전략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파파이스, 모기업인 대한제당이 운영한 시즐러도 화려한 인테리어와 누구나 알 수 있는 주요 상권 입점으로 초기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같은 출혈 경쟁은 후발 주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더 화려하게, 넓게, 그리고 핵심 상권에 오픈을 시킵니다.

그러나 서울 강남역이 두 곳이 아니듯이 명동이나 대학로, 압구정같은 핵심 상권이 전국에 널려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불가피하게 유명 핵심 상권에서 몇 개 브랜드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각 브랜드들은 같은 상권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도한 프로모션과 할인 경쟁을 벌였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에게 독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본이 약한 기업 순으로 브랜드를 철수하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가 찾기 힘든 추억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아마 10년쯤 후에, ‘응답하라 2000년’ 드라마에서나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움이 남는 업종입니다.

조금 작게 그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에 맞게 운영했다면 몇 개의 브랜드는 지금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코코스 레스토랑
일본 코코스 레스토랑

Family가 아닌 한국식 Company restaurant의 실패의 원인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매장의 규모가 너무 컸고, 그에 따른 많은 인원의 투입으로 손익 관리가  안 되었습니다. 

2. 너무 화려한 인테리어는 과다한 투자로 이어져 매장 손익을 망가트리고, 식당의 본질인 음식 맛을 묻혀 버리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3. 다양한 메뉴도 문제였습니다.

선택의 다양성은 좋았지만 다양한 메뉴는 많은 주방 인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많은 메뉴로 인한 판매되지 않은 재료의 폐기율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당시 경쟁사와의 출혈경쟁은 인테리어, 매장규모 뿐만 아니라 많은 메뉴 종류도 손익을 망가트리는데 크게 역할을 한 것입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손익에 필요한 재료 원가율(35~40%) 보다 많은 식재료 폐기로 인해 원가율(50%이상)이 높아져 팔아도 남지 않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객 확보와 주변 매장들과 경쟁에 필요한 프로모션, 할인으로 손익은 더욱 악화된 것입니다. 

4. 이밖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외식 영업을 경험 해보지 못한 회사가 자본과 해외 유명 브랜드 이름만 걸고, 성공할 것이라는 준비없는 무모한 도전이 짧은 Life cycle(상품 수명)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됩니다.

아마 개인이 이러한 실패를 맞았다면...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실제 외식업에 종사하면서 창업하는 많은 선, 후배들을 봤지만 성공보다는 아쉬운 결과를 보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었고, 유명세로 매스컴에 자주 나오다 어느 순간 실패로, 너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준비 안된 기업의 도전과 무모한 치킨 게임으로 한국 소비자는 길지 않은 패밀리 레스토랑과 허니문 기간을 끝냅니다.

◇추억의 패밀리 레스토랑 1세대 브랜드

1994년도 차인표, 신애라씨가 주인공으로 나와 엄청난 인기를 얻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드라마 장소로 나왔던 TGI FRIDAYs.

아시겠지만 TGI는 ‘Thank God It's Friday’의 약자로 주 5일 근무가 일찍 시작한 미국에서 “금요일이 와서 정말 좋다”는 관용적 표현인 T.G.I.F에서 s를 붙여 1964년 탄생한 패밀리 레스토랑입니다.

지금은 모기업인 롯데 쇼핑몰 위주로 15개 점포 정도가 남아 있고 중심 상권 매장들은 거의 철수했습니다.

한국 최초 패밀리 레스토랑 '코코스'는 2004년에, 스카이락은 2006년, 1995년 동양제과가 들여와 대학로에 1호점을 오픈한 베니건스는 2016년 서울역 점포를 마지막으로 모두 폐점했습니다.

현재 국내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는 유일하게 T.G.I.F 몇 점포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추억의 베니건스 몬테크리스토
추억의 베니건스 몬테크리스토

강남역에 위치하여 가족과 자주 들렀던 베니건스. 그리고 가장 좋아했던 메뉴 몬테크리스토. 지금도 가끔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이렇듯 사라져간 브랜드를 보면서 초기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하는 대형외식 사업을 좀 더 철저히 준비하고 각 브랜드의 특성에 맞게 발전시켰다면 소비자는 다양한 경험을, 기업은 많은 고용 창출을 지속할 수 있었을텐데...지금도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는 1세대 패밀리레스토랑이 남긴 슬픈 교훈들은 미래 외식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남겨진 메시지가 많았다고 느껴집니다.

그래도 외식 전문가로써 더 좋은 식당 그리고 오래 동안 우리 곁에 남을 브랜드가 곧 탄생할 거라 지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외식 이야기에 백영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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