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민주당 재편 등 퇴임 후 고려한 장기 포석
윤석열 대 문재인·국민의힘 대 친문세력 구도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국민청원 마지막 답변을 직접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영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국민청원 마지막 답변을 직접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영상 캡처)

[뉴스캔=장덕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를 노린 '정치인 문재인' 프로젝트를 본격화했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문 대통령은 ‘자연인’으로의 회귀를 강조했지만 최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검수완박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직격하는 발언이 거듭되면서 ‘야당 정치인 문재인’으로의 변신 준비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대한불교조계종 법회 때 "자연으로 돌아가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퇴임 후 희망을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진행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촬영에서는 "빨리 (퇴임이) 기다려진다"며 "책이나 읽을 것 같다. 이제 특별히 공을 들여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지지자들을 자주 만났다는 손 전 앵커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메이게 된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시기도 했다"며 "저는 그렇게 안 하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끝나면 그냥 평범한 국민, 평범한 시민으로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퇴임 후 계획은 대부분 전직 대통령들의 바람이었고 몇몇 불행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부분 정치와는 거리를 두었습니다. 

새로운 권력으로부터의 '정치보복'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전 대통령으로서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도리였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퇴임 후는 자신의 공언과는 달리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인 문재인'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확실한 징후는 윤 당선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입니다.

◇청와대 이전 반대 공개 표명...반 윤석열 전선 기름 붓는 문 대통령

친문(친 문재인)과 민주당 진영의 반 윤석열 공세에 연일 기름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29일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고 말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국민청원 직접 답변은 두 번째로(2021년 8월 19일) 윤 당선자의 핵심 공약이자 첫 국정과제를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방법으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는 윤 당선인과 새로운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두 건의 청원에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인지,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소한 일이지만 앞서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청와대 국민개방'도 폄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한때 구중궁궐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계속해서 개방이 확대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역사였다”면서 “우리 정부에서도 청와대 앞길이 개방되었고, 인왕산과 북악산이 전면 개방되었으며, 많은 국민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북악산 남측면 등산로를 개방한 바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용산 이전 및 청와대 개방을 설명하면서 청와대 정문에서 북악산까지 등산로가 연결된다고 발표한 지 17일 만에 마지막 남은 북악산 등산로 개방을 발표한 것입니다.

청와대측은 예정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윤 당선인의 '청와대 개방' 성과를 깍아내리기 위해 북악산 완전 개방 조치를 서둘러 발표한 것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청와대 회동(사진=캡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청와대 회동(사진=캡처)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조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다음달 하반기에 해제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정부는 29일 전격적으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 13일 이후 566일 만의 마스크 해제, 즉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상징과 공을 윤석열 새정부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북악산 개방 등 윤석열 정부 생색 못 내게 서둘러 발표  

그러나 본격적인 문 대통령의 윤 당선자에 대한 '선전포고'는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마지막 대담이었습니다.

25일 방영된  '대담 문재인의 5년'에서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이유를 묻는 질문은 회피한채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를 비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런 표현은 굉장히 위험하다…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 반대입장도 거침없이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입을 뗀 문 대통령은 "사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 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며 “게다가 지금 우리의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리는 5월 10일 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일 추진이 저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된다. 국민을 얘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청와대 시대가 끝난다 이렇게 생각하는 약간의 소회가 있는데, 혹시라도 이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역사, 또는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뭔가 청산한다는 의미로 청와대 시간을 끝낸다 그러면 저는 그것은 조금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이야기하거나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굉장히 거칠게,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던지 하는 표현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이면 몰라도 국가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가지도자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쏟아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우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에게 검수완박 관련법 처리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검수완박에 목을 메는 이유는 이미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사보임'을 거부한 양향자(무소속) 의원이 밝힌 바 있습니다.

양 의원은 지난 21일 여권 핵심인사로부터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퇴임후 밀어닥칠 각종 검찰 수사를 감안해 검찰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몰아가는 프레임 설정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오마이tv캡처)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오마이tv캡처)

◇친문그룹 정치세력화...친이 민주당 재편나설듯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친문그룹의 정치세력화 입니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한국갤럽의 26~28일 조사에서 45%를 기록했습니다. 

비록 부정평가(49%) 보다는 낮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가져보지 못한 확고한 지지도이자 친이(친 이재명) 세력이 장악한 민주당(37%) 보다도 높습니다.

정치 경쟁·대결 구도를 퇴임 후 윤 대통령과 이재명, 여당 국민의힘과 야당 민주당이 아니라 윤 대통령과 문재인, 국민의힘과 친문세력으로 짜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재 민주당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영길 전 당 대표 등 친이 세력이 주류로 인식되지만 친이 세력의 실상은 친문세력을 발판으로 하고 있습니다. 

핵심 친이 의원 10여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친문세력의 전략적 분할이고 대선에서의 역할 분담 차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후 윤 대통령과 야당과의 정치투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이재명 전 대선후보 보다는 확실한 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야당세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최근 윤석열 직격 행보는 바로 퇴임 후 정치개편까지 고려한, 원모심려(遠謀深慮.먼 앞날을 깊이 생각)한 장기 포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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