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자 청문회서 의혹 해소 실패...민주당, 교육장관후보 이어 다음 타깃
국민의힘, "사퇴 늦어지면 지방선거 어려워져"우려 전달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캔=장덕수 기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자진 사퇴한 가운데 아들 딸 '아빠 찬스' 논란을 일으킨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역시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2주일가량 전부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인수위 고위관계자가 정 후보자에게 직접 권유했다는 소식입니다.

인수위원회 소식에 정통한 A 인사는 지난 2일 "인수위 고위관계자가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면서 "2주일여 전쯤 정 후보자에게 자진사퇴 권유를 했으나 본인이 거부하고 당선인에게 '문제없다'고 해명해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A 인사는 "배현진 대변인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윤 당선인의 발언을 전한 것도 정 후보자가 당선인에게 '해명? 설명'을 한 뒤 그렇게 된 것"이라며 "인수위 내부에서는 정 후보자의 아들 문제가 나오자마자 '제2 조국사태'를 우려해 즉각적인 교체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배 대변인은 지난달 17일 윤 당선인의 '부정의 팩트' 발언을 전한 데 이어 18일에는 “(윤 당선자는) 차분하게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검증의 시간은 국회 청문회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브리핑 했습니다.

정 후보자의 아들 문제가 언론에서 집중 보도되던 지난달 15일 전후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 당선인에게 도움을 줬던 여러 조언 그룹에서도 정 후보자의 교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위를 잘 아는 B인사는 "내 기억으로는 15일 전후 많은 사람들이 당선인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정 후보자의 사퇴 또는 교체를 조언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어떤 분은 '24시간 이내 정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무자급 한 관계자는 "당시 인수위에서도 대체 후보를 물색하던 중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에게 결백함을 강조하면서 맡겨달라고 해 당선인도 '지켜보자'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고 대체 인선 작업도 중단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정 후보자가 당선인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수위 안팎에서는 정 후보자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부인, 두 자녀) 풀브라이트 장학금 △한국외대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시절 법인카드 ‘쪼개기 결제’ 의혹 △성폭력 교수 옹호 논란 등으로 자진사퇴를 했습니다.

윤 당선인도 지난 2일 밤 김 후보자로부터 직접 '자진 사퇴' 의사를 듣고 수용했다고 합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에 비하면 김 후보자 의혹은 가벼운 편이다. 정작 사퇴해야할 사람은 버티고 있다"면서 "당선인이 정 후보자 요청대로 청문회 소명 기회를 줬으니 해소되지 않으면 결론은 정해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자진 사퇴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 후보자의 의혹은 본인의 △새마을금고 이사장 무단 겸직 △비정규직 차별 논란 등이 있고 자녀 관련 의혹은 △두 자녀 경북대병원 봉사활동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아들 병역특례 논란 등입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김성주(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시병) 의원이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냐”는 질문에 “국민께 심려 끼쳐드린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그렇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여기(청문회)까지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제게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같은당 고민정(서울 광진구을) 의원이 장관 후보자 자리를 고수하는 이유를 묻자 “제기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국민 눈높이에는 부합하지 못한다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사퇴한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정 후보자를 낙마 대상자로 꼽고 공세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김 후보자에 이어 정 후보자까지 연쇄 낙마를 통해 인사 난맥상을 드러내어 6.1 지방선거의 불리한 판세를 반전시켜보겠다는 의도입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결국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를 발표했고 한덕수, 정호영, 한동훈 등은 이미 국민 검증에서 탈락했다"며 "정호영 후보자는 국민의힘에서조차 자진사퇴를 권유한다. 김 후보자처럼 즉각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는 패자부활전이 아니다. 국민 검증은 이미 끝났고 국민 검증에서도 부적격이 확인된 인사에 대해 윤 당선인은 빠르게 결자해지를 바란다"며 "이런 인사를 끝내 강행하려 든다면 민심에 맞서겠다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3월 28일 CBS '한판승부'에서 의혹을 받고 있는 장관후보자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사진=CBS 한판승부 캡처)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3월 28일 CBS '한판승부'에서 의혹을 받고 있는 장관후보자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사진=CBS 한판승부 캡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 자진사퇴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날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정 후보자와 김 후보자 두 분은 시기의 문제였지 사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내부 의견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공정·비상식 프레임에 걸리면 선거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두 장관후보자에 대해 "지금 이 정도 물의를 일으켰으면 우리나라에 굉장히 갈등이 불거져 있고 양극화된 사회에서 지도층으로서 조금 더 과하게 책임지는 모습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의혹) 해명하고 싶으시다면 그걸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제 말의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억울할 수는 있으나 그거는 후에 하시면 될 것"이라며 "저도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경찰한테 조사를 받았다. 본인들도 전체 공동체를 위해서 조금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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