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송영길 추천...사과와 쇄신 추진하자 당 지도부·지지세력 '총질'
개딸 등 팬덤정치 결별 선언..."김건희보다 박지현 얼굴 더 보기 싫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뉴스캔=장덕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패배한 후 영입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중대위기에 처했습니다.

정치입문 4개월여만에, 비대위원장 2개월만에 자진 사퇴를 결단해야할지도 모를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박지현 위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을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며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위원장은 또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각종 6·1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민주당의 잘못을 반성하며 지지 호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왜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도 많았다”며 “정말 면목이 없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고 말한 뒤 10초가량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우리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부디 도와주십시오.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재명 후보 지지조직인 '개딸'을 연상시키는 '맹목적 지지 갇히지 않겠다' 등 상당히 예민한 이슈로 인해 불만섞기 잡음이 났으나 '선거용'으로 보고 넘어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25일 '586 정치인 용퇴'를 공식 거론하자 당내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50대-80년대학번-60년대생)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대선 때 (86그룹)2선 후퇴를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 전 총리, 김영춘 전 장관, 최재성 전 의원 정도밖에 없다.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역할을 거의 완수했다"며 "2022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586 정치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격차와 차별,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다. 586의 남은 역할은 2030 청년들이 이런 이슈를 해결하고 젊은 민주당을 만들도록 길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전날 사과에 대한 당내 비판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치받았습니다.

박 위원장은 "대선에서 졌는데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국민이 우리 민주당을 어떻게 보실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팬덤 정치 때문에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줬다"며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심판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내 검수완박 주도 강경세력에 대해서도 엄중 경고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검찰개혁 강행만이 살 길이다, 최강욱 의원 봐주자'라는 식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렬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 의원에 대한 당내 징계와 관련, 박 위원장은 "윤리심판원이 비대위원장의 요청에도 선거가 끝난 뒤인 6월 20일에 차기 회의를 결정했다. 성폭력 사건으로 당이 그렇게 고통을 겪었는데도 또 미루고 있다"며 "비대위의 비상 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최 의원의 징계 절차를 합당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날 당내 지도부는 하루종일 난리가 났습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선거대책위 회의에서는 밖에서 들릴 정도로 고성이 오갔습니다.

6.1 지방선거 결과야 어떻게 되든 당장 박 위원장을 사퇴시킬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입니다. 

회의장을 나온 당내 대표적인 586그룹 중진인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586그룹 용퇴론' 주장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당의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본다"고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전날 박 위원장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안다"고 일축한 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 "금시초문이며, 따로 논의도 없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586용퇴 등 당 쇄신안 발표와 관련, "지금 당은 아주 비상한 선거 체제에 돌입돼 있다. 당 선대위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금시초문이며, 따로 논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 위원장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 "혹시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하고는 상의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어제 이 사안과 관련해 사전에 상의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팬덤 정치' 우려에 대해 "우리의 부족을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우리 스스로 프레임을 가둘 수 있는 지점들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선거가 목전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이 다시 투표장으로 나올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지혜를 모아도 부족할 상황"이라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으로 가는 것은 오히려 좀 더 신중해야 한다"며 "온 힘을 한 데 모아서 국민에게 절박한 호소를 하면서 인물 중심, 검증된 사람들 중심으로 세워주십사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민석 공동총괄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70년 역사를 통해 비위에 대한 단호한 처리, 당원이 참여하는 지도부의 민주적 선출, 민주적 권한 행사로 당을 발전시켜왔다”며 “일부 팬덤 잘못된 행태를 극복해야 하지만 권리당원 권리가 증진되면서 민주정당이 발전한 것을 잊으면 안 된다”라고 질책했습니다. 

심지어 당 대변인이 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디스(무례한 태도.무시 등)하기까지 했습니다

신현영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혁신과 개혁을 위한 본인 개인의 의견이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자들은 "박지현 제발 나가라", "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자꾸 내부의 문제를 키우냐"라며 박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줄을 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요즘은 김건희보다 박지현 얼굴이 더 보기 싫다"며 수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관련 이재명 후보는 선거캠프를 통해 "(박 위원장의 사과를)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면서 "(박 위원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 밖의 확대해석은 경계한다"고 언급했지만 전날 박 위원장이 개딸의 팬덤정치 결별을 선언한 직후 '개딸 고마워' 글을 올리는 등 오히려 개딸(팬덤) 정치를 옹호했습니다.


◇이재명·송영길 추천, 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

민주당은 지난 3월 10일 민주당이 대선 패배한 직후 임기가 남아있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청년과 여성 눈높이에 맞게 당을 쇄신해야 한다며 이재명 전 대선후보와 당시 송영길 대표가 당시 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을 추천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탁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으로 지난 1월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는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