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막말이 아니라 아무도 맞서지 않는 우리당”
“진실을 '내부총질' 폄하 무차별적인 2차 가해...민주당 폭력 앞에 침묵”
윤호중, “(박 위원장)향후 정치적 행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당이 동의해야 하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사진=페이스북)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사진=페이스북)

[뉴스캔=장덕수 기자] 당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 퇴진론을 제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팬덤 정치'를 비판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부끄럽게도 우리당의 벽도 윤석열, 이준석의 벽보다 낮지 않다"며 "성폭력을 징계하겠다는 저에게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는 이준석 지지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고, 제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는 그들보다 오히려 더 강한 것 같았다"고 비난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저를 향한 광기어린 막말이 아니었고, 아무도 맞서려 하지 않는 우리당의 모습이었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적어도 우리가 '민주당'이라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사건의 진실을 감춰도 안되고, 선거를 이유로 조사와 징계를 미뤄서도 안된다"면서 "그런데 가해자 편을 드는 이들이, 진실을 밝히는 일을 '내부총질'이라 폄하했고, 피해자에게는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명백한 폭력이다. 민주당은 이 폭력 앞에 침묵했다"며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하지 않으면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는 외침은, 우리가 사람답게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절규"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하고, 여성할당제를 없애는 것이 공정이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며 "국민 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 저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만든 암흑의 겨울을 거둬내는 따뜻한 햇살이 되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다음날 박 위원장은 586용퇴론에 대해 "당장 다 은퇴하라는 그림을 생각한 건 전혀 아니다"며 "중요한 건 갈등 보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이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당내 공격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대국민 호소문 발표 후 벌어진 당 내분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것이 더 이상하다"며 "(사과문 발표를) 내부 총질이라고 규정해버리는 것은 개혁‧쇄신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자기하고 생각이 다르면 문자로 욕설을 날린다거나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정당이 팬덤 정당의 모습"이라며 "비대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문자를 받았는데 그중 맹목적인 비난, 성적인 희롱이 같이 담겨있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입시 비리 의혹 사과, 최강욱 의원 징계 요구를 '내부 총질'로 비판한 강성 지지층을 향해 박 위원장은 "당내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게 민주당의 개혁, 쇄신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직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호중 위원장은 지난 25일 '24일 박 위원장의 긴급 호소문 발표를 어떻게 보았나' 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는 당을 대표하는 입장"이라며 "(박 위원장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개인 행보에 대해 당이 다 협의를 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더 이상 암흑의 겨울 속에 살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의 시대가 누군가에게는 그저 조금 불편한 시간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윤석열 정부의 집권은 혐오와 차별, 분열과 갈등이 가득한 암흑의 겨울과 같습니다.

추적단불꽃의 불이라는 익명으로 활동하던 제가 마스크를 벗을 용기를 냈던 것은, 이 기나긴 암흑의 겨울을 물리쳐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하고, 여성할당제를 없애는 것이 공정이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누군가에게 정권교체는 과거에 누렸던 '권력'을 잠시 내려놓는 일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집권'이란 잃어버렸던 자리를 다시 되찾는 일에 불과한 일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의 시대가 확장되는 것을 막는 것은, 삶의 빛을 되찾는 일입니다. 생존의 이유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지방선거 승리는 바로 이런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당의 벽도 윤석열, 이준석의 벽보다 낮지 않습니다. 성폭력을 징계하겠다는 저에게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는 이준석 지지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았고, 제식구 감싸기와 온정주의는 그들보다 오히려 더 강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저를 향한 광기어린 막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광기에 익숙해져버린, 아무도 맞서려 하지 않는 우리당의 모습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민주당'이라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지켜내야 합니다. 사건의 진실을 감춰도 안되고, 선거를 이유로 조사와 징계를 미뤄서도 안됩니다.

그런데 가해자 편을 드는 이들이, 진실을 밝히는 일을 '내부총질'이라 폄하했습니다. 피해자에게는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명백한 폭력입니다. 민주당은 이 폭력 앞에 침묵했습니다.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까요?

우리당이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는 외침은, 우리가 사람답게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절규입니다.

국민 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저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만든 암흑의 겨울을 거둬내는 따뜻한 햇살이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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