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관리제, '주 단위' → '월 총량관리'로
임금체계, 호봉연공 임금제 → 직무·성과급 임금제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 활성화
노동개혁 정책수립을 위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10월까지 운영
"공정한 중재자·조정자 역할 최선 다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Ktv)

[뉴스캔=장덕수 기자] 정부가 현행 '주 단위'인 연장근로를 '월 단위'로 바꾸는 등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 중심 임금체제 확대 등 노동개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23일 "우리나라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 분석과 해외 임금체계 개편 흐름 및 시사점 등을 토대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연공성 임금체계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지만, 이직이 잦은 저성장 시대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의 주역인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며 "급변하는 노동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제도와 불합리한 관행은 일하고 공정하게 보상받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선을 첫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 장관은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면서 " ‘언제’, ‘몇 시간’, ‘어떻게’ 일하느냐의 문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근로조건이자 일터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여야 합의로 도입한 ‘주 최대 52시간제’는 오는 7월이면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됩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 장관은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이면서도 기본적인 제도 방식은 그대로 유지함에 따라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별‧업종별 경영여건이 복잡‧다양해지는 만큼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유연근로제가 보완되었지만 절차와 요건이 쉽지 않아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대비 연간 근로시간 비교(자료=노동부)
OECD 대비 연간 근로시간 비교(자료=노동부)

오히려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워라밸’, ‘시간 주권’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쉴 수 있게'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 달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근로자의 건강권, 업종과 직무 특성, 노사의 근로시간 운영의 자율성 등을 고려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며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주요국은 우리의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독일은 일정기간 내 ‘주 평균시간 준수’ 방식이고 일본은 월·년 단위 관리 및 3개월 단위 선택근로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법적으로 연장근로 한도는 없고 할증률만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노사합의시 예외적 추가근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선방안으로 정부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실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 등을 위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적립 근로시간의 상‧하한,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기간 등 세부적인 쟁점사항에 대해 면밀히 살펴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습니더.

이 장관은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연구개발 분야에만 정산기간을 3개월로 인정하고 있어(타 분야: 1개월) 그 범위의 불명확성,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다"며 "근로자 편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 활성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호봉급 임금체계 운영 비중(자료=노동부)
호봉급 임금체계 운영 비중(자료=노동부)

현행 호봉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합니다.

이 장관은 "임금체계 개편은 기본적으로 노사 자율의 영역으로, 수십 년간 논의가 있었지만 진전은 더딘 과제"라며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인구구조‧근무환경‧세대특성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은 55.5%이며 1000인 이상의 경우 70.3%로 연공제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서는 거의 없는 연공제는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차이가 2.87배로 연공성이 높은 일본(2.27배)보다도 높습니다.

반면 직무‧성과급제인 유럽의 경우 평균적으로 2018년 기준 1.65배에 불과합니다.

이 장관은 "연공성 임금체계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나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공성 임금체계는 초고령 사회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2021년 기준 16.5%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불과 3년 뒤인 2025년이 되면 20.5%로 늘어나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 장관은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며 "정년연장 등 고령자 계속고용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9년 OECD 'Working Better with Ages'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강한 연공성을 보이며, 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율이 낮고, 주된 직장에서 이른 퇴직 후 전직하는 과정에서 소득수준과 일자리 질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합니다.

이 장관은 "정부는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고, 청년, 여성, 고령자 등 모든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및 확산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미국 O`net과 같이 풍부한 임금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O`net은 직업에 대한 임금정보와 수행직무, 필요능력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고령자 계속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재고용 등에 대한 제도개선 과제도 함께 검토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10월까지 4개월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연구회는 실태조사와 집단 심층면접(FGI), 국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우리 노동시장의 객관적인 상황과 실태에 기반한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하게 됩니다,

이 장관은 '노사정이 함께 모여 폭넓은 개혁의제를 발굴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 나가는 사회적 대화 노력도 계속하겠다"면서 "노사, 전문가 등과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어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은 법‧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의식과 관행의 개선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며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일관된 자세로 공정한 중재자이자 조정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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