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좌파 협작 음모론자나 읍소형 도움 안돼...진정한 포퓰리즘적 개혁 서둘러야
도어스테핑은 현대판 격쟁...메시지 전달보다 국민 불만·불안 직접 듣는 자리
공정과 법치, 자유와 지성주의 실천 아젠다·프레임 서둘러야

7월 19일 지지율 하락을 묻는 도어스테핑에서 답변하는 윤석열 대통령
7월 19일 지지율 하락을 묻는 도어스테핑에서 답변하는 윤석열 대통령

[뉴스캔=장덕수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넘어 최근 주가와 암호화폐처럼 끝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반색을 한 야당은 좋아 어쩔 줄 모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공로(?)가 워낙 커서 한동안 나서지 못하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까지 다시 SNS 활동을 재개할 정도다.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놓고 논박이 한창이다. 

원인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논조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음모론자들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언론의 대통령 길들이기, 좌파진영과의 협작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읍소형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국민의 변심에 책임을 돌리면서 국민에게 '이제 시작이니 포기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한다.

범 친윤세력 중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 친윤(친 윤석열) 측근, 보좌팀들의 실수를 지적하는 측도 있으나 뒷일이 걱정되어 그런지 소리도 크지 않고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하지 않는다. 

일부 현역 의원들중 매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대부분 off the record, 비 보도를 신신당부한다.

◇음모론 신봉 결과는 민심이반과 실패

여론조사 자체가 조작됐다거나 언론과 좌파가 공모하고 있다는 음모론자들은 대부분 제도권 밖의 친윤·친건(친 김건희) 정치단체들이다.

이들의 분석과 비판, 공격 방식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던 때랑 비슷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적 구성 면에서는 비슷한 이들은 보수언론의 배신, 여론조작, 친북좌파 공작을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은 無恥(없을무에 부끄러울 치. 왕은 부끄러움이 없다), 즉 오류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원인을 언론과 좌파세력의 협작으로 돌렸다. 

사실 '지도자 무치'는 비단 친박·친윤 세력만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문 그룹이나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친명 그룹, 더 나아가 공산권에서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문 전 대통령이 며칠 전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냐"라는 주장이나 언론 탓을 하는 친윤·친건 추종세력의 '음모론'이나 도진개진이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의 맹신 결과는 자신이 지지하는 지도자, 대통령의 비참한 결말이다. 

이런 신봉자들에게 둘러싸인 지도자는 민심이반을 불러오고 결국은 불행으로 끝을 맺는다. 

사이비종교가 한 때는 기세등등하게 교세를 확장하고 천하의 주인인 것처럼 하지만 '종교'가 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는 것과 같다.

◇윤석열 선택한 국민 겁박..."조금만 더~" 호소

국민의 변심에 서운해 하는 측은 현역 정치인과 친윤 성향의 SNS 인플루언서이다. 
글과 말의 책임, 언론의 공적 기능을 인정하기 때문에 언론 탓이나 좌파 공작으로 몰아가기보다는 국민들에게 '기다려달라'고 호소한다.

이들은 대부분 지식인, 소위 가방 끈이 좀 많이 긴 사람들로 자신의 선택(윤석열)이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초보 대통령으로서의 '시행착오'를 주장한다. 

조금 만 더 기다려주면, 지지해주면 아주 잘할 사람이라고, 잠재적 능력은 충분한 지도자라고 설득한다.

또는 선택의 책임을 거론하며 세련된 문체로 국민을 겁박하기도 한다. 

어쨌든 당신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고 점잖게 따진다. 이어 결과에 자유로울 수 없는 공범(책임)인 만큼 도망(지지 철회)칠 생각 말라고 경고도 덧붙인다. 부드럽게

이들 중에는 환경 탓을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권의 인사상의 적폐나 與小-巨野의 국회, 사상 최악의 글로벌 경제위기, 대통령실 시스템 미비 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대부분 외사랑, 짝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실체없는 기대는 꿈처럼 물거품처럼 한순간이다. 맑은 하늘에 찬란한 무지개를 보고 흥분하지만 곧 사라지고 만다.

가방 끈이 긴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적·선견적 능력을 총동원한 선택을 틀렸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관성 때문에 실체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치열한 비판도, 적절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혼자 애만 닳고 지쳐 낙향(절필)하거나 간혹 의욕적으로 직접 국정 운영에 직접 참여도 하지만 권력욕이 없는 경우 대부분 이름값도 못한다.

7월 1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7월 1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지지율 하락의 원인...국민 공감 부재

물론 이들의 지적과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또 각각의 역할과 기여가 틀림없이 필요하다. 단 하나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국정운영이라는 거대한 코끼리 앞에서 우리 모두는 맹인이고 귀머거리다. 자신이 보는 것만, 들리고 아는 것만 지적하고 탓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현상이 있으면 원인이 있다. 30% 초반까지 내려간 국민 지지율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마저 마음이 돌아섰다는 확실한 증거다.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선, 지지의사를 철회한 이유,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대통령 길들이기, 좌파와의 협작의 결과라는 비난은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언론의 책무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한 지적질이 결과적으로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초고속인터넷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언론이 특정 여론을 조장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더구나 음모론자들이 맹폭하는 소위 메이저 언론 2~3개 책임론은 인터넷 이전 시대에나 가능했던, 고장 난 전축같은 소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안티 조선 운동'이 점차 힘을 잃고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은 조선일보가 개과천선하거나 대통령을 갈아치워서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인해 그 영향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안티조선운동 하는 이들이 있다. 신기하게도 주어만 빼면 최근 보수진영의 언론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과 주장과 논리가 똑같다)

다음은 문재인 정권의 적폐가 청산되지 않아서라는 주장도 있다. 또 초유의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을 탓하는 측도 있다. 

이같은 내·외적 상황의 어려움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는 도리어 현 정부가 반등의 기회를 삼을 수 있는 효율적인 기재다. 

또 우리 국민 중 지금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윤석열 정부 탓이라고 주장하는 바보는 별로 없다. 

문재인 적폐(인적) 청산과 지방정부, 공기업, 언론 등 개혁이 미지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적 개혁은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는 있으나 하락의 원인은 될 수 없다.

또 윤 대통령의 잦은, 가벼운 말실수를 꼽으면서 한때 도어스테핑, 출근길 질의응답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것과 함께 가장 '윤석열다움'을 상징하는 탈권위적 행보로 꼽을 수 있다. 

아마 이후 가장 큰 변화, 성과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도어스테핑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5월 10일 제 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뜬 무지개
5월 10일 제 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뜬 무지개

<>지지율 하락 원인은 국민과의 공감부재

그렇다면 무엇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마구 끌어내리고 있을까. 

정치와 민심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믿음을 잃는다면 곧바로 모두 잃게 될 것"이라는 공자의 고언이다.

가족이나 친구, 노사, 대통령과 국민 등 그 무엇이든 간에 신뢰는 모두 쌍방향의 소통과 공감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어떤 행위나 결정에 쌍방이 동의하고 이해·공감하지 못하면 신뢰가 생길 수 없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도 국민의 신뢰, 공감 저하에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큰 개혁, 현대국가의 초석을 놓은 큰 개혁을 이뤘다. 

하나회 해체, 금융. 토지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 사회 전반의 기존·기성 체제를 뒤흔드는 개혁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수 있었다. 그러나 성공했다. 지지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위기 극복과정에서 자신의 지지기반인 근로자와 중산층의 피눈물을 뽑아내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경제정책은 일반 국민과 중소기업의 주머니를 탈탈 털면서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게는 '특혜'를 주는 것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 남북정상회담 역시 그 과정을 보면 정상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 정몽헌 현대그룹의 자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 전반에 첩첩히 쌓여있던 기득권·권위주의 청산을 모토로 인터넷 문화, 즉 쌍방향 교류와 효율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는 합리주의 확산을 추진했으나 안타깝게도 광우병 조작파동에 임기 내내 힘을 쓰지 못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할 게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교과서적으로 가장 확실한 목표와 일관된 국정운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대통령이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 즉 보수정치세력과 대기업 등 기성 세력을 우리 사회 전반에서 퇴출시키고 새로운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이나 대북정책(한반도운전자론), 외교정책(반일 중국주도 동아시아체제), 기후환경정책(반 원전·재생에너지)을 실험하다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지지율 40%대를 유지한 이유는 확실한 국정운영 목표와 실천, 적극적인 프로파간다를 통한 국민과의 공감 형성·유지에 있었다. 

즉 옳든 그름을 떠나 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의 명확한 국정목표와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지지율 상승의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윤 대통령은 지금 국정운영 목표,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도 못한 채 국민과의 공감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취임 두 달도 안돼 역대 최저 지지율의 원인이다.

◇윤석열의 깃발...자유와 법치, 지성주의 어디로 갔나

깃발이 있어야, 목표가 있어야 뛴다. 그럼 윤 대통령의 깃발은 무엇일까.

윤 대통령을 스타 대열에 올린 명언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한다"는 검사의 결기였다. 이 말은 사적 관계나 이익보다 공적 책무에 더 충실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조국 전 법무장관관련 비리나 원전 등 수사에서는 '정권보위'보다 '법치'와 '공정'을 몸서 실천했다.

또 취임사에서 밝힌 '자유'와 '지성주의'는 어렴풋이나마 윤석열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나아갈 방향으로 보였다.

윤석열의 깃발은 공적 책임, 공정, 법치, 자유, 지성주의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의 목표였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지금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결과는 그 깃발과 다르다. 공정과 자유, 지성주의 목표에 어울리는, 적합한 국정운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이전 강행을 불통의 시작이라고 지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실보다 득이 더 컸다.

윤 대통령이 직접 용산으로의 이전 브리핑을 통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설득했던 것이 주효했다.

청와대 국민공개로 인한 호평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절대 청와대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켜내는 뚝심있는 대통령으로 강한 인상을 줬다. 

그런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설득하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장관을 임명했을 때 윤 대통령이 밝힌 이유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유창한 영어 실력과 국제경험'이었다.

그 이후 크고 작은 인사 관련 문제에 대해 왜 이 사람이어야만 하는지 설명이 없었다. 

용산 대통령실 깃발
용산 대통령실 깃발

아빠찬스, 정치자금 유용, 성희롱 등 다양한 이유로 낙마했을 때도 사과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총괄책임이 있는 비서실장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음주운전 전력으로 40년 교원은 퇴직할 때 훈·포장 대상에서 탈락함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음주운전 전과자 박순애 교육부총리 임명을 강행하고 “언론과 야당의 공격으로 고생 많았다”고 위로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공식 수행원 대신 지인을 공식 의전에 참여시켜 문제가 됐을 때도 '잘 아는 사람 도움' '사전 답사 기획했으나 수행은 아니다'라고 박근혜스런 답변으로 일관했다.

◇상식과 이해 불가능한 윤 대통령 답에 국민은 기가 막혀

윤 대통령이 5월 16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관련 시정연설에서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처칠과 애틀리 파트너십’을 거론했다. 평소 윤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처칠을 꼽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존경하는 처칠은 이런 말도 했다. 

"(정치인은)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언할 수 있는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언이 맞지 않았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재능도 갖춰야 한다" 

싫든 좋든, 맞든 그르든 정치인은 설명해야 한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의 소통이고 공감의 시작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 국민을 설득하지도,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대통령과 국민이 공감하지 못했다. 

더구나 가장 불통으로 꼽히는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같은 소리만 해댔다. 

국민여론이나 상시적이지 않은 4차원같은 소리만 해댔다. 불만과 불안,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지도 못했다. 해소는커녕 염장에 불을 질러댔다.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지적한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정제되지 않은 말로 실수가 잦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단을 건의하기도 했다 한다. 한심한 소리다.

윤 대통령과 도어스테핑을 추진한 측은 이전 대통령과 확연히 다른, 차별화된 윤 대통령만의 '탈권위-소통'의 노력을 보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훌륭한 기획이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운영에서 나타났다.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도어스테핑을 통한 새로운 가치(탈권위)와 현상(소통)의 확산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들의 질의에 격식없이 즉답하는 형태로 운영했지만 적선하듯이 기자들에게 몇 마디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냈다. 귀찮은 질문에는 감정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이런 모습은 도어스테핑의 진정한 목표인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본질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도어스테핑은 대통령과 정부가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 공급하는 기능도 있지만 젊은 기자들로부터 세상의 소식을 듣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민이 무엇을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하는 지를 알 수 있는 자리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들이 구중궁궐 청와대에 들어앉아 인의 장막으로 민심을 알지 못했던 것과 달리 측근들을 배제하고 직접 민심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도어스테핑의 진짜 목적이고 의미다.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제왕적 권위주의체제가 아니더라도 엄중한 것이다. 

그 말의 무게는 여느 장관이나 정당 대표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것이고 결정권자의 속마음을 비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도어스테핑, 현대판 격쟁...말 보다 생생한 국민소리 듣는 기회로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검찰 백브리핑이 떠올랐다. 

검찰의 특성상 공개적인 브리핑 외에 검찰 대변인 등이 오프더 레코드를 전제로 최근 수사상황이나 현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을 한다. 또 부장급 이상 검사가 방으로 몇몇 기자들을 부르거나 몰려가 뒷얘기를 듣는 관행이 있다. 

명분은 언론의 궁금증해소와 편의제공, 국민의 알권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결국 검찰의 언론플레이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오프더 레코드 브리핑'을 거부할 수 없다. 

당연히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다. 엉뚱한 소리를 해도 기자들은 그 발언의 맥락과 의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백 브리핑이고 오프더 레코드이고 은밀한 정보여서 혹여 가짜정보나 거짓말을 해도 공개적으로 항의도 못한다. 분을 삭이고 더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또 방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다르다. 대통령이 말을 내뱉는 순간 그것은 공식화되고 국정운영 방향이 되며 국민과의 약속이고 정책이다. 

당연히 도어스테핑에서 전달할 메시지를 사전에 충분히 (참모들과)숙의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기자들의 질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는 과감히 노 코멘트를 표시해야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막아서도, 무시해서도 안된다. 

도어스테핑은 대통령 아래 수많은 보좌진과 실세정치인, 공무원들을 장애물을 패스해서 민심을 직접 전달하는 현대판 격쟁(조선 시대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임금이 거둥하는 길에서 꽹과리를 쳐서 하문을 기다리던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포퓰리즘적 아젠다와 프레임 절실...윤석열 깃발에 해법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또 하나 원인은 국정개혁 아젠다와 프레임의 부재다. 사실 관전자 입장에서 아젠다와 프레임 얘기는 쓸데없는 훈수에 불과하고 주제넘는 짓이다. 

대통령실에는 탁월한 재능을 갖춘 인재들과 온갖 정보와 팩트, 수단을 갖고 있다.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다.

다만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진정한 포퓰리즘적 정치·사회·경제 전반의 개혁 추진을 권하고 싶다.

진정한 포퓰리즘적 개혁이란 국민이 정말 원하는, 동의하는, 더 나은 미래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개혁을 의미한다.

진정한 포률리즘적 국정개혁 목표와 방향, 방법은 앞서 윤 대통령이 제시한 깃발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 깃발에 목표와 해법이 있다.

조폭 양아치같은 전 정권의 알박기나 과거 비리 청산, 역성장 정책 폐기 및 수정도 윤석열 깃발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아쉬운 것은 구체적인 아젠다와 프레임을 짜야 할 대통령 측근과 주변 인사들이 인식의 한계(신자유주의·좌파 포비아) 또는 사적 이기심(인사권·정계입문)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비전, 국정 방향에 맞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개혁 대상과 방법을 모르거나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자신도 다시 한 번 지난 두 달여의 국정운영이 공정과 법치, 상식, 자유와 지성에 부합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성패 여부는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이 좋아하는 국정개혁을 추진할 아젠다와 프레임에 달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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