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 안녕하십니까? ①] 소액주주 울리는 물적분할, 금융위 대책 효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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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 안녕하십니까? ①] 소액주주 울리는 물적분할, 금융위 대책 효과 볼까
  • 김승주 기자
  • 승인 2022.09.19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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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 ‘물적분할 후 상장’ 7건, 모회사 소액주주 일방적 피해
해외와 달리 보상책 전무, 저위험 투자유치 수단으로 각광
금융위 대책, 주식매수청구권 외 보상책 미비

[개인투자, 안녕하십니까?]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시장 선진국인가? 규모로만 놓고 보면 그렇겠지만, 법규를 살펴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오너・기관투자자・외국인과 달리 개인투자자에게만 닫혀 있는 제도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물적분할 △무자본 M&A △대주 제도 △외국인 공매도  등 개인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자본시장’을 강요하는 관련 제도들을 살펴보고, 피해 현황과 향후의 보완책을 제시한다.

[뉴스캔=김승주 기자] 지난 7일, 제조업계 중견기업인 (주)풍산이 방산 부문을 ‘방산디펜스’로 물적분할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반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풍산 소액주주 연대’(이하 ‘소액주주 연대’)라는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는 설립 5일만에 13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주식 정보공유 커뮤니티인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도 풍산에 대한 비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왜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것일까?

▲ 9월 19일 현재 132명이 활동하고 있는 소액주주 연대(사진=소액주주 연대 화면 캡쳐)
▲ 9월 19일 현재 132명이 활동하고 있는 소액주주 연대(사진=소액주주 연대 화면 캡쳐)

◇물적분할과 ‘모회사 디스카운트’

기업이 지배력 강화, 가치 재평가 등의 목적을 위해 기존의 회사를 두 개 이상으로 나누는 것을 기업분할이라 하며, 기업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으로 구분된다.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주들이 현재의 지분율과 동일하게 자회사의 지분을 나누어 갖는 형태를 말한다. 지배권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이와 달리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형태의 자회사를 신설하는 형태로, 회사 입장에서는 분할되는 사업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향상하고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분야의 사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통해 유망 사업부를 분리할 경우, 모회사의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여 모회사의 주주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인적분할과 달리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의 지분을 지급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러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소액주주가 물적분할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주총회에서 반대 표를 던지더라도, 대규모의 지분을 가진 오너와 기관투자자들이 찬성할 경우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막을 수단이 없다.

◇모회사 주식 희석하는 ‘물적분할 후 상장’, 해외와 달리 규제 전무

게다가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시킨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이 신규 투자자에 의해 희석되어 모회사의 주식가치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모회사의 주주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주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서 상장 사례가 거의 없다. 

미국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회사 매뉴얼에 ‘보통주 기존 주주 의결권은 기업 활동이나 신규 증권 발행을 통해 축소되거나 제한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의 경우 유가증권 상장규정 601조를 통해 ‘주주 권리의 내용과 행사가 부당하게 제한되는 경우 상장폐지를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의무 규정도 물적분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회사법은 이사는 회사 및 일반 주주에 대해 '선관 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의무와 충실 의무 두 가지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이사들은 회사의 이익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충분하게 고려하도록 규정, 만약 주주들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소액주주들은 이사들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부를 별도 상장하지 않고, 구글이 유튜브 사업부를 별도로 상장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집단소송 가능성 때문이다. 

혹은 독일 다임러-다임러트럭의 사례처럼 상장을 하더라도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보전하고는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관련 규제가 전무하기 때문에 기업 측이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상장시키는 방식이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는 이사의 책임에 대해 오직 회사에 한정해서만 위의 두 가지 의무를 부담하도록 편협하게 해석하고 있어 소송 가능성도 없다.

또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 사실상 모회사 주주의 이익만 희생하면 낮은 위험에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인 것이다.

네이버 카페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 타이틀(사진=캡처)
네이버 카페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 타이틀(사진=캡처)

◇소액주주 연대,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 해야”

소액주주 연대 대표 A씨는 “신설법인이 상장하면 신규 주주들이 유입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어 의결권이나 배당권 등에서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A씨는 또 “우리는 풍산의 신동사업과 방산사업 모두를 보고 투자한 것이다. 회사에서 밝힌 대로 각 사업부의 성과 향상을 위해 분할한다면,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의 주주들이 두 사업부의 지분을 모두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비판했다.

풍산이 물적분할 발표자료에서 “신설회사는 비상장 유지로 주주가치 희석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러한 입장을 언제까지 지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15일에는 소액주주 연대 뿐만 아니라 향후 물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DB하이텍, 이미 물적분할 후 상장이 완료된 한국조선해양의 소액주주들이 모여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을 결성하는 등 반발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사실 이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지난 2년 사이 7곳의 대기업이 물적분할 후 상장한 사례가 있는데, 해당 대기업의 최근 3년 최고가와 자회사 상장일의 주가를 비교하면 명확하다.

올해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킨 LG화학은 105만원 대비 약 39% 감소한 63만9000원, 작년 9월 27일 현대중공업을 상장시킨 한국조선해양은 16만3000원 대비 약 37% 감소한 10만2500원, 작년 3월 18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장시킨 SK케미칼은 31만1582원 대비 약 35% 감소한 20만827원을 기록했다.

결국 물적분할 후 상장이 모회사의 소액주주에게 큰 손실을 유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적분할 후 상장 관행이 계속될 경우, 오너와 소액주주 간 갈등 해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 규제, ‘반 쪽 짜리’ 전락 가능성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관련 사항의 공시 강화 △모회사 주주 보호 노력이 미흡할 경우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 제한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물적분할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였던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 9월 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주요내용(사진=금융위원회 보도자료)
▲ 9월 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주요내용(사진=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그러나 이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해 실제 적용 시점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풍산 역시 이 틈에 물적분할을 공시하여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물적분할 규제에 따라 모회사가 현물출자(현금성 자산 대신 부동산, 특허권 등의 유형자산 및 무형자산을 출자하는 방식)를 통해 자회사를 설립 후 상장하는 편법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물출자는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총회 의결을 필요로 하지 않아 남용 가능성이 현저히 큰 상황이다.

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가인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에서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물적분할 이외에 일반 상장시에도 지배주주 관련 기업과의 내부거래 여부 확인 등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한 심사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이 소송 등으로 물적분할・현물출자 뒤 상장 행위를 막을 방안이 여전히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는 같은 세미나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고,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소송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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