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 안녕하십니까? ②] 기업 삼키는 ‘무자본 M&A’, 규제 정비와 자가진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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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 안녕하십니까? ②] 기업 삼키는 ‘무자본 M&A’, 규제 정비와 자가진단 필요
  • 김승주 기자
  • 승인 2022.09.2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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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로 부당이득 챙기는 ‘기업사냥꾼’
해외 비해 규제 미비... 적극적인 대책 마련해야
‘6계명’ 해당하면 무자본 M&A 의심
(주)좋은사람들 2022년 1월 7일 주주총회(사진=KBS 시사기획 창)
(주)좋은사람들 2022년 1월 7일 주주총회(사진=KBS 시사기획 창)

[뉴스캔=김승주 기자] 지난 달, 무자본 M&A로 주식회사 에스모를 인수한 뒤 허위사실 유포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 씨가 징역 5년, 벌금 3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에는 KBS ‘시사기획 창’ 팀에서 설립 25년 차의 중견기업 ㈜좋은사람들이 무자본 M&A 세력에 의해 거래정지 상태에 이른 과정을 탐사보도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자본 M&A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무자본 M&A 등에 의한 불공정거래 건수는 한 해에 120건이 넘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무자본 M&A는 무엇이며, 왜 개인투자자에게 일방적인 피해를 주는 것일까?

◇ 사채 차입, 차명 인수, 허위 공시... ‘작업’의 방식

무자본 M&A. 말만 들어보면 무언가 불법적인 일이 벌어질 것 같지만, 사실 무자본 M&A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남의 돈을 빌려 무언가를 행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마련이다. 
무자본 M&A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를 활용하여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자본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자본 M&A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얻는 ‘기업사냥꾼’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먼저 시중은행이 아닌 사채업자로부터 인수자금을 차입한다. 그 자금으로 인수하려는 대상 기업의 주식을 인수한 뒤, 해당 주식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다.

불법적인 인수 과정이 마무리되면, 불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급등시킨다. 

불공정거래의 방식은 크게 ‘허위사실 유포’와 ‘시세조종’으로 나눌 수 있다. 

허위사실 유포란 “이번에 신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라는 발표처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허위의 호재를 퍼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시세조종은 다수의 주식 보유자를 동원하여 막대한 양의 주식을 일시에 매도하거나 매수하는 방법이다. 기존에 확보해 둔 작전세력을 이용하거나, 스팸문자 등으로 일반인들을 포섭하고는 한다.

그리고 불공정거래를 통해 주가가 급등한 사이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남은 돈은 호주머니에 챙긴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한 뒤에는, 이용가치가 없어진 기업에서 손을 뗀다. 

껍데기만 남은 기업은 자연스레 경영악화 뒤 폐업의 길을 걷거나, 분식회계 적발 등으로 인해 상장폐지까지 이르게 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때가 되어서야 상황을 파악하지만, 기업사냥꾼들은 도주한 뒤이다. 

무자본 M&A
△ 무자본 M&A의 과정(그래픽=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기업사냥꾼들이 검거되면 징역이나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기는 하지만, 이미 부당이득을 탕진하거나 은폐한 그들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식사기 문자
△ 기자가 직접 수신한 시세조종 의심 스팸문자 (사진=김승주)

◇ 관련 규제 전무... 해외사례 참조해 법규 정비 필요

기업사냥꾼들은 인수 과정에서 명의 대여자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지분 쪼개기를 통해 총 지분의 5% 이상 취득 시의 공시의무, 총 지분의 10% 이상 양도 시의 공시의무 등을 회피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M&A 단계부터 기업사냥꾼들의 개입을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현행 상법에 따르면 기업의 지분을 인수・양도하는 과정은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의 기업사냥꾼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소액주주가 무자본 M&A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금융당국이 상시감독을 통해 비정상적인 무자본 M&A 의심 기업을 적발 및 조치하고 있기는 하나, 사전통제보다는 사후관리의 성격이 강해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관련 법령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먼저 인수 전 단계에서는 인수자가 금융당국에 ‘인수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는 부동산 구입 시 제출하도록 하는 ‘주택구입자금조달계획서’와 유사하게 인수자금 조달처가 불분명한 인수자를 미리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지닐 수 있다.

인수 후에는 기존 주주들로 하여금 인수자들이 일방적으로 주가를 높이거나 회사의 핵심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부당이득 편취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poison pill’ 제도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기업사냥꾼의 경영권 탈취를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한 회사의 주식을 10% 혹은 15% 이상 취득하는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기존의 주주들이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신주를 매입하여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기업사냥꾼이 이미 부당이득을 실현한 상황이라면, 금융당국이 나서서 기존 주주들이 손실을 최대한으로 보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정거래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적발한 뒤, 기업사냥꾼을 검거해 재판에 넘기고, 형사 및 민사 판결이 나기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개인투자자가 손해배상까지 몇 년의 시간을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부당이득금의 소재를 알 수 없어 배상금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다반사다. 

국가가 소액주주들의 손실을 먼저 보전해 준 뒤 부당이득금을 환수하여 충당하는 ‘선 보전 후 환수’ 등 보다 적극적인 구제책이 필요한 이유다.

◇ 개인투자자라면 ‘6계명’ 통해 무자본 M&A 의심해야

당국과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무자본 M&A를 의심해 볼 수 있는 5~6개 정도의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대체로 ‘잦은 최대주주 변경’, ‘유상증자 실시’,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수시・대규모로 발행’, ‘신규사업 등에 대한 과도한 언론홍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등이 있다.

아직 국내에서 무자본 M&A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미비한 상황인 만큼,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위의 6계명과 같은 의심스러운 점이 있지는 않은지 잘 살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 세력들이 각종 불법행위를 일삼아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라며 “투자자라면 정기보고서 등을 통해 기업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심기업 투자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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