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국인 놀이터’ 공매도, 기업가치 왜곡・시세조종 유발
개인 공매도 ‘대주거래’, 높은 이자율・짧은 상환기간에 ‘무늬만 공매도’ 지적
‘기울어진 자본시장’ 정상화 위해 적극적 대책 요구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7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 관련해 논의 및 발표했다.(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7월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 관련해 논의 및 발표했다.(사진=금융위원회)

[뉴스캔=김승주 기자] 지난 22일 삼성전자가 종가 5만 4,400원을 기록하면서 9월 들어 네 번째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외국인・기관의 매도세가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 지난 달 22일부터 외국인은 1조 5,909억원, 기관은 9,19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공매도 거래 규모도 급증세다. 지난 달 22일과 비교해 보면 거래량은 11만 4,515주에서 22만 8,357주로 2배가 됐고, 거래대금은 약 68억 7,582만원에서 약 124억 3,251만원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를 겨냥한 공매도 거래가 증가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기관이 대량의 주식을 공매도해 주가 하락을 이끌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손실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 공매도, ‘적정가격 발견’ 이론과 달리 역기능 거세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값에 매수해 빌렸던 주식을 상환함으로써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는 이론적으로 유동성 공급, 적정가격 발견, 시장과열 방지 등의 순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이 과도하게 고평가된 상황이라면, 누군가가 공매도를 해 적정 가격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의 급락을 유발하는 등 역기능이 두드러진다. 

어떤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개별 기업의 고평가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침체, 정치적 불안정, 해당 산업의 사양화 등 수도 없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대적인 공매도를 실행하면 그 매도세 자체가 주가의 하락을 유도하고, 이는 개별 기업의 성과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기업가치 왜곡’을 유발한다. 

더 나아가 기업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하거나, 리딩방 등을 통해 대규모의 매도주문을 일으켜 주가를 조작하는 등 노골적인 시세조종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업가치 왜곡과 시세조종행위는 공매도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일방적인 손실을 야기한다. 금융당국에 의해 불법행위 정황이 적발되더라도, 이미 주가는 떨어진 뒤다.

◇ 개인용 공매도 ‘대주거래’, 해외에 비해 개인투자자 규제 강력

그렇다면 공매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대응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이 바로 ‘대주거래’다. 대주거래란 개인투자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실행하는 공매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대주거래는 외국인・기관이 행하는 공매도인 ‘대차거래’와 달리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어 주가 상승에 따른 손실 위험이 높고, 최저 담보유지에 필요한 증거금이 많기 때문에 포지션 유지가 어렵다는 페널티를 지닌다. 

게다가 증권사가 대여를 위해 마련해 둔 주식의 수도 대차거래에 비해 훨씬 적어, 대주거래가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개인뿐만 아니라 외국인・기관 투자자도 동일하게 150%의 담보비율을 적용받는다. 
일본 역시 개인과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130%로 동일한 담보비율을 적용받는다. 외국인 ・기관도 공매도 시에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담보비율 규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제정하는 ‘증권시장업무규정’에 위임되어 있고, 이 규정에서는 이를 다시 한국거래소의 회원들에게 위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회원들은 당연히 대부분 외국인・기관이다.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둔 상황이기 때문에, 진전된 규제가 도출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외국인・기관과 개인 간에 자본력의 차이와 정보 비대칭이라는 본질적인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주거래만으로 개인에게 일방적인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분

대차거래

대주거래

대여자

외국인, 증권사 등

증권사 등

차입자

외국인, 증권사 등

개인

이자율

종목별 상이

2.5% ~ 9.5%

최저 담보유지 비율

감정가격 기준 105% 이상

) KOSPI200: 전일종가 기준 135%

KOSPI200 이외: 전일종가 기준 155%

전일종가 기준 140% 이상

만 기

자유롭게 협의하여 결정

최초 90 후 연장 가능

리 콜

대여자: 상시 회수요청 가능

차입자: 중도상환 자유

대여자: 회수요청 불가

차입자: 중도상환 자유

대차거래와 대주거래 비교 (=금융위원회)

 

◇ ‘공매도 vs 개미’ 게임스탑 사건의 시사점

국내의 공매도 규제에 관해 참고할 만한 미국 사례가 있다. 바로 ‘게임스탑 사건’이다. 

게임스탑은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게임 CD를 판매하던 기업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산업이 발달하면서 점차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기관투자자들은 게임스탑의 주가가 반등할 만한 상황이 없다고 판단하고, 공매도의 타깃으로 삼았다.

그러자 일방적인 손해를 예견한 개인투자자들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레딧’의 게시판 중 하나인 ‘r/WallStreetBets’ 유저들을 중심으로 대량의 매수세가 시작됐다. 개인들이 마치 공매도 세력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 결과 공매도를 주도하였던 ‘멜빈 캐피탈’이 파산하는 등 “공매도는 저위험”이라는 기관투자자의 안일한 인식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게임스탑 사건에서 개인들이 공매도 세력에 저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개인투자자 규모가 한국에 비해 거대한 점 △수많은 개인투자자를 결집시킬 수 있는 레딧 등의 대형 커뮤니티가 발달한 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월스트리트 금융권이 개인들에게 일방적인 손해를 일으켰던 수차례의 사건 등으로 인한 뿌리 깊은 반감 등 국내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즉 ‘게임스탑 사건’은 미국 시장에 비해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위험이 낮고, 개인투자자를 규합할 구심점도 없는 국내 시장에서는 개인들로 하여금 공매도로 인한 손실을 방어할 있도록 돕는 제도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개인투자자에게 ‘손해 보지 않을 자유’ 보장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주거래 최저담보비율을 현행 140%에서 1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해당 내용과 함께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공매도 과열종목 공시 확대 등의 규제를 담은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반대로 국회에서는 대주거래를 확대하는 대신 대차거래를 억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배(국민의힘, 충북 충주) 의원은 대차거래의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대주거래와 동일하게 제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매도 규제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기관・외국인 측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깨뜨린다”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누군가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역시 자유에 있어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본질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 한 쪽이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과연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장이라 할 수 있을까.

행정부, 사법부,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매도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모두에게 자유로운 시장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