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의원, 여론조사 공표 · 보도 제한 추진
응답률 5% 보도 금지가 아니라 선거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철폐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국민의힘은 '규제 규제 규제'

정보 제한

[뉴스캔=장덕수 기자] 얼마 전 커다란 국민 반발을 불러온 '통화녹음처벌법'(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에 이어 국민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또다른 입법이 추진되고 있어 자유와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의 역행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장제원(국민의힘, 부산 사상) 의원은 23일 각종 여론조사를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여론조사 공표 · 보도 제한을 하는 '공직선거법'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
장제원 국회의원

개정안 주요 내용은 △정치(정책 등) 현안에 관한 여론조사, 선관위가 직접 관리 △1년 이상 선거 여론조사 공표 또는 보도 실적 없는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취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매년 선거여론조사기관 현황 및 실태 조사 △선거여론조사 응답률 5% 미만 여론조사 결과 공표 또는 보도 제한 등입니다.

장제원 의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선관위의 여론조사 견제 기능이 조속히 개선되어 불명확한 여론조사가 민심을 왜곡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개정안 제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정치 현안을 선거 여론조사로 포함시키는 이유에 대해 "정치 현안에 관한 여론조사는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에 해당하지 않아 여론조사 결과 ‘왜곡’이 의심되더라도 선관위가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는 국민이 스스로 선택해야 할 정보를 정부와 입법부 등 권력기관이 취사 선택해 제공하는 '국민 선택권 침해'입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여론조사 관련 법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국여론조사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Public Opinion Research·AAPOR)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시 함께 공표해야 할 사항으로 자료 수집 방법·날짜, 여론조사 발주처·수행기관, 표본 크기, 데이터 가중치 부여 방법 등 11가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별도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30일 이내에 확률 표본에 대한 응답률과 비확률 표본에 대한 참여율을 계산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법이나 기관에 의한 규제 보다는 언론과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심사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9년 CNN은 선거여론조사 보도 새 기준으로 우리의 ARS 조사와 비슷한 로보콜(자동녹음전화) 조사는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용 보도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여론조사 규제강화가 아니라 대표적인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 침해 규정인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세계여론조사협회(WAPOR)가 2017년 133개국에 대해 실시한 조사결과, 약 60%의 국가가 선거전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을 두고 있었고, 5%는 아예 선거전 여론조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는 금지기간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호주, 뉴질랜드 등은 금지 기간이 없습니다.

스페인과 이스라엘이 각 5일(이하 선거일 포함), 프랑스가 2일, 노르웨이와 캐나다가 각각 하루를 금지기간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5% 응답률 제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여론조사협회를 비롯홰 대부분 국가에서는 공표 권고 항목 중에 응답률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여론조사 기관 등록제를 실시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프랑스가 1977년 독립기구로 여론조사위원회를 설치, 여론조사를 관리 · 감독하고 있지만 등록제는 아닙니다.

더구나 일정 기간 여론조사 실적 부재를 이유로 등록 취소를 강제하는 것은 반 자유적 · 반 시장적 행정규제형 입법입니다.

법적 규제의 실효성도 없습니다.

현행 선거법은 6일 이전부터 공표 금지를 하고 있지만 개인 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유포는 막거나 처벌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비공개로 인해 특정 후보나 정당 쪽이 유리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을 유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여론조사와 관련, 언론사나 협회에서 자체 기준을 정하는 경우는 있지만 법으로 정해져 있는 나라는 선진국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면서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결정할 것인지는 국민의 몫이지 이를 정부나 입법으로 강제하려는 것은 전 근대적인 권위주의적 사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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