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냉전 구조 속에서 현대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제2차 대전 이후에 한 국가의 원수가 시위대의 한 구성원으로 길거리에 나선 것은 현 중화민국(中華民國)의 천수이벤 총통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이 3월14일에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反國家分裂法(anti-secession law)을 통과시킨 이후 대만국민들의 정서가 불편해진 것을 반영하는, 통상적인 통치권자의 의전을 넘어선 천 총통의 고뇌에 찬 길거리 항의였다고 보여진다.

이 법이 통과된 직후, 와싱턴은 이법의 통과를 불행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북경을 비판하였고 앞으로 양안관계(兩岸關係)의 악화를 우려하는 논평을 내었다.

민주주의의 보편적인 이념과, 법의 지배(rule of law), 그리고 인권의 존중이라는 가치를 명분으로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의 내정간섭(內政干涉)이라는 외교적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정부분 대만정부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만해협(Taiwan Strait)의 불안정한 여건이 한반도로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연관성 및 인접성을 생각 할 때, 남의 나라 일로 불구경 만 할 한가로운 처지가 아닌 것 같다.

현재까지 북경의 중국은 대만인들을 향해 706개의 미사일을 배치 겨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마다 이 미사일 숫자를 120기씩 꾸준히 증가시켜 더 큰 군사적 긴장감 조성으로 독립을 향한 구체적인 행보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국방부도 23일 입법원(立法院)의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통하여 중국이 2008년에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2015년 잠수함의 핵 보복 공격능력 확보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구체적으로 2012년이 되면 중국의 이민해방군(PLA)이 대만군보다도 군사적인 측면에서 압도하는 결과가 예상되므로, 중국군의 전력증강에 맞서기 위하여 P-3C 반잠기(해상초계기) 12기를 적극적으로 도입 할 것을 건의하였다.

국가반분열법의 통과가 중국의 인민해방군(PLA)의 군비증강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배경에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강화 움직임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대 중국견제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협력이 진행되는 와중에서 표출된, 중국정부가 고의적으로 채택한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폐쇄적 민족주의의 발로인 것이다.

필자는 2004년도에 대만의 국립정치대학의 외교학과에서 방문교수로 국제정치를 강의하면서 대만의 지식인 및 대만을 방문중인 여러 나라의 석학들과 대만정부의 안보디레마(dilemma)에 대한 많은 토론을 하였다.

대만의 국제정치학자들의 고민은 중국에서 군사적 팽창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민족주의가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약자로서의 입장 속에 내재되어 있어 보였다.

필자는 항상 이러한 주제의 학술토론이 있을 때 마다, 현재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民進黨)의 급격하고 다소 감정적인 독립움직임이 국내의 선거에서의 표를 얻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지 몰라도, 대(對) 북경과의 외교적인 이득은 적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소견을 제시하곤 하였다.

필자는 또한 대만의 관련 당국자 및 전문가들에게 현재의 상태(status quo)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경제 및 문화분야의 교류 및 협력을 계속 확대 할 것을 권고하였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우리 속담이 의미 하는 것과 같이, 보이지 않는 대만의 민주주의 발전을 홍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외교부에서 일을 할 때에 본 중국사람들의 대만관(臺灣觀)은 독립을 향한 급격한 움직임만 아니라면 기타의 분야에선 모든 것이 용인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한반도에서 북핵 문제가 남.북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듯이 양안문제도 중국과 대만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동북아에 위치한 주요국중의 하나인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우리 남.북한의 안보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대만을 향해서 무력행사를 하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 미국과 일본의 계산된 대만에 대한 안보적 가치를 생각할 때에, 정치적인 목적의 공격적인 수사 이상의 과격한 행동은 할 수가 없는 구조라 여겨진다.

만약 중국의 군대가 군사적인 공격으로 무력통일을 향한 포문을 연다는 결정을 했을 때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제압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보되었을 때일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중국의 경제발전이 더 많은 미국과 일본의 협력을 요구하기에 더더욱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대만과 중국의 무력에 의한 통일은 이러한 연유에서 가능성이 매우 적은 시나리오이다. 반대로, 점진적인 교류와 공감대의 확대를 통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통합은 실현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시민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보장하는 정치체제 발전에서 대만은 북경보다 한 수 위의 승자가 되었다. 필자는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재의 중국 공산당(CCP)이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체제를 언제까지 민주의식이 함양된 인민들에게 강요할 수 있을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반드시 돌게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중국의 인민들도 일정수준의 경제적 부와 자유를 누리게 되는 날, 정치체제의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다원주의 사회로의 변혁을 부르짖을 것이다.

바로 그날까지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을 통한 대만의 안보를 굳건히 지킨 토대 위에서 미국과 같은 수준의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경제적 부가 더 보장되는 대만사회가 달성되었다면, 통일의 물고는 무력이 아닌 대만의 가치와 정치체제를 닮으려는 중국인민들의 보이지 않는 역사적 물줄기에 의해 형성되고 추진되어지면서 대만이 패자가 되지 않는 통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만의 승리는 아니더라도 대만의 가치와 안위를 보존하는 통합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다소 낙관적인 필자의 견해일 수도 있다.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승리하는 중국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기에 대만의 중요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문화 면에서 미국의 위상을 뛰어넘는 가정은 앞서 말한 정치체제 변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 많은 시간을 요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철학적인 측면이 무시될 수 없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북한처럼 교조주의적이고, 경직되고, 오도된 이념으로 인민들을 속이면서 왕조체제를 유지해온 집권세력의 말로가 비참 할 것이라는 필자의 가정도 바로 상술한 연유에 기인하고 있다.

북한이 그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민족과 주체도 시대적 상황이 바뀌면 정의와 실천적 측면에서도 더 유연성을 보여야 마 땅 할 것이다.

요즈음의 동북아는 시계추가 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많은 현안들이 묻어서 굴러가고 있다. 앞서 말한 중국정부가, 통과시킨 반(反)국가분열법, 불안정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북한 핵, 한일간에 불거진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우리가 흥분하면서 대처하고 있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댜오위다오(鈞魚島,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영토확보 전쟁,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불거지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 한국과 미국의 주적(主敵) 개념 정리 문제, 동아시아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감춰진 패권경쟁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지역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의 찌꺼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반도가 위치한 지역이 갖고 운명적인 어려움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위정자들의 이 지역에서의 미묘한 현안들에 대한 한치 앞을 못 보는 국수적이고 균형감각을 상실한 발언 및 대처가 자 못 걱정되는 것은 우리 국민모두가 다 공감하는 부문이라는 것을 우리 정부에게 국민을 대표해서 학자로서 똑똑히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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