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의 집권구상을 마무리하고 있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이념적인 지평에 대한 분석이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담당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우리 외교의 현주소는 너무나 근시안적이고, 현안이 대두될 때마다 땜질하는 처방으로 얼룩진 전략의 부재를 공공연히 노출시키고 있는 개혁의 대상이라 여겨진다.


얼마 전에 유럽을 방문한 미국의 대통령을 유럽인들은 유럽의 시각으로 부시 대통령의 이념적인 잣대를 평가한 적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유적인 성향의 국제주의자(liberal internationalist)라고 이해해온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부시 대통령은 다소 보수주의적인 국제주의자(conservative internationalist)로 비추어졌다.

로스 패렅(Ross Parot) 이나 패트 부카넌(Pat Buchanan) 같은 보수주의적 민족주의자(conservative nationalist)들과도 대비되는 개념이다.

안정(stability) 보다는 자유(freedom)의 개념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기조는 2기 출범이후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이념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러한 그의 기조는 취임연설을 비롯 연두교서 등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념을 구현할 핵심적인 정책구상이 지난 3월 3일 미국의 상.하원에서 동시에 상장되어 통과된「2005민주주의 증진 법(ADVANCE Democracy Act of 2005)」을 통하여 현실적으로 구체화되었다.

국제사회 다자체제의 상징인 UN을 통한 외교보다는 때로는 자국의 이념과 힘에 기반한 일방주의적인 정책집행도 부시의 민주주의 확산정책을 촉진하는 주요 요소중의 하나로 보여진다.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편승한 일본은 내달에 발표할 중의원 헌법조사회의 보고서를 통해서 현행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으로 전력(戰力)의 보유를 용인치 않는 부분인 일본 헌법 제9조 개정관련, ‘헌법적 조치를 부정하지 않는 의견이 다수설’이라는 입장으로 정리하고 자위대를 자위군(自衛軍)으로 격상하는 기초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최근 중국의 패권주의적 부상과 약화되는 한.미동맹의 틈바구니를 미.일 동맹의 강화로 돌파하고 있는 미국의 의중을 알아채고 전 세계에서 확산 되고 있는 민족 및 국가간의 갈등과 유.무형의 전쟁에 국제평화군의 이름으로 적극 개입하겠다는 일본의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에 조직된 ‘헌법조사회’를 통한 정지작업이 입법화로 연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렇게 21세기의 신(新)국제질서(New International Order)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군을 자처하는 일본이 과거의 패전국가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계기가 되는, 전쟁을 수행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체제전환은 제2차 세계대전의 수모를 완전히 탈피하는 국가적 명분을 축적하고 일본내의 보수적 우익들의 팽창주의적 민족주의의 재현을 현실화시키는 계기라고 보아도 전혀 과장이 아닐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사령관직을 한 달 정도 수행한 윌리엄 팔론 제독(Adm. William J. Fallon)은 이틀 전에 AP와의 인터뷰에서 점 점 더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양안해협(Taiwan Strait) 문제보다고 한반도를 첫 번째의 분쟁가능지역으로 공식 거론 하였다. 이러한 갈등의 수위가 상승되는 근원적인 이유중의 하나가 중국의 부상이라고 제독은 여러 차례의 언급을 통하여 분석을 하였다.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바로 이러한 국제정치의 수면 하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행동 이외의 방안중의 하나는 명분을 통한 국제사회의 힘을 모으고 관련국들에게 설득을 협조를 이끌어 가면서 당사자 국가들에게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고도의 외교전략일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체제도 부시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의 취임연설에서 천명한 ‘자유의 확산(expansion of freedom)’과 ‘폭정의 종식(ending tyranny)’을 주요내용으로 형성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부시 대통령이 당선 시키는데에 결정적인 지지를 보내준 미국내의 미국적 가치를 존중하는 도덕성에 기반한 기독교세력의 바람과 열망을 결코 저 버릴 수 없는 부시 행정부의 자연스런 선택일 수도 있다.

6자회담의 실효성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명분과 실리를 다 추구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정의감을 녹여내고 외교.군사적 영향력 확대의 주춧돌이 되는 이 ‘자유의 확산을 통한 전세계의 폭정 종식’ 모토(Motto)에 외교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의 구제적인 목표물중의 하나가 바로 한반도에서의 북한의 인권문제이다. 미국외교의 수장인 콜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수 차례의 연설과 상원인증청문회를 통해서 북한을 포함한, 이란, 쿠바, 미얀마, 벨로러시아, 짐바브웨 등의 국가들은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정의 하였다.

부시 대통령도 2년 전에 행해진 한 연설에서 ‘압제의 전초기지(outposts of oppression)’라는 용어로 상술한 나라들의 열악한 인권상황과 독재체제를 공식적으로 비판했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미 국무부가 2005년 2월에 발표한 ‘연례각국인권보고서’내용 중에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정권중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수단, 짐바브웨, 이란, 벨로러시, 미얀마 등과 함께 북한이 대표적인 인권유린국가로 낙인 찍혀 있는 상황에서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미국의 간접지원 및 홍보활동이 한 층 더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또 북한의 인권상황과 관련하여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주민들의 권리가 부재하고, 공식적인 재판절차가 없이 살해, 실종, 임의 구금 등이 만연되고 있으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도 부재하고, 김동식 목사의 납치사례 등에서 보듯이 해외 인사에 대한 불법납치’ 등을 열거하면서 공식적으로 인권침해사례의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가 3월14일에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시작하여 4월22일까지 6주간 계속 될 것이다. 동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3번째로 의제로 채택되어 올려질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번에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과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열악한 북한의 인권을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상정 안이 우리 정부가 아닌 타국에 의해서 제기될 적마다 ‘불 필요하게 북한지도부의 심기를 자극한다는 비공식적인 이유’로 우리 정부는 의제 상정 현장에 불참하곤 하였다.

참으로 한심한 현 정부의 인식수준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세계의 양심국가들로부터 곱지 않은 평가를 받아서 우리에게 무슨 득(得)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 해 볼 일이다.

그들의 눈치를 보아서 우리의 의도대로 북한이 전향적으로 변하고 있다면 다소 위안이라도 삼겠지만, 최근의 탈북자 공개처형 등의 자료에서도 보듯이 우리의 순수한 의도나 배려는 아무런 효과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2기의 통치이념을 구체화시킬 첨병으로 라이스 국무장관의 임명에 이어서, 존 볼튼 전 군축.국제문제 담당차관을 UN대사로 임명하였으며, 그 후임자리에는 북한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출신 로버트 조지프를 임명함으로서 미국의 행정부가 추진중인 ‘민주주의 확산정책 추진의사’를 다시 한 번 확고히 전 세계에 천명하였다.

바로 이러한 흐름의 저 변에는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한반도에서 이념적 교조주의(敎條主義)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고 있는 북한정권과, 그의 마지막 후원자이면서 동북공정(東北工程) 추진으로 우리국민들을 화나게 한 중국의 비민주성(非民主性) 및 폐쇄적 민족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우리가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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