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이 북한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도 그렇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씩 찾아온다.

1965년도에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였다. 불과 40년 만에 현재 남한의 국민소득은 무려 15,000달러까지 이르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수치상의 발전 정도를 국민들의 일반 생활과 똑같이 일치시키는 오류를 어는 정도 인정한다 해도 괄목할 만한 경제기적임은 확실하다.

남한이 이렇게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시간 동안 북한의 ‘유교문화에서 잉태한 한국화된 사회주의체제’는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북한 인민을 무려 300만 명이나 굶어 죽게 하는 비능률과 모순을 상대로 한 북한인민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고 있는 아무런 승산이 없는 무모한 전쟁 속에 있다.

엄밀히 이야기 하면 북한체제는 순수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먼 “가부장적 문화에 기반한 전제적 전체주의 체제”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많은 적실성을 갖게 된다고 본다. 현재의 북한체제와 지도력으로는 허물어져 가는 북한의 경제를 일으키는 것은 기적이 아니고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남한도 경제발전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국제무대에서도 상응하는 국력에 기초한 외교력으로 새로운 21세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많은 난제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인정한다.

분명한 것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대한민국호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민족주의(民族主義)에 빠져서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신국제주의(新國際主義)의 새로운 바람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해방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의 우익 냉전체제에 적극 편입하는 외교전략으로 우리의 동맹체제를 이끌어서 미국의 보호와 도움으로 이 만큼의 자본주의체제를 일구었지만, 정작 우리의 현시대 일부 젊은이들은 미국의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미국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을 더 크게 하고 있는 균형 잡히지 못한 현실을 보고 있다.

미국 사회의 일반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냉전체제의 틈바구니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민주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의 모델로 삼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것 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젊은이 들은 성장위주의 경제성장정책으로 일정부분 민주화를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1970, 1980년대의 군부정권을 방관내지는 묵인했던 미국을 먼저 떠올리는 부정적인 인식구조를 갖게 되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의 경제강국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안보 면에서도 일정부분의 군사비를 지출하면서 북한의 오판을 견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과거의 종속관계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상생과 협력을 요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아와 빈곤의 대명사였던 대한민국의 경제규모가 100배 이상 성장하면서 형성된 자연스런 자주(自主)를 염원하는 민족주의적인 시각일 것이다. 우리의 주요동맹국인 미국과 일본도 이러한 측면에서 변화된 한국의 사회구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남한이 이렇게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동안, 북한의 김씨 왕조는 주체(主體)에 기반한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폐쇄적인 정권유지 놀음으로 북한의 인민들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정치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불쌍한 신민(臣民)으로 만들었다.

북한의 인민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도 없으며, 심지어는 직업선택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공정한 교육의 기회와는 동 떨어진 ‘사상개조 및 주체사상 학습을 통하여 투철한 공산혁명을 위한 사회주의적 인간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강행한 의식교육의 부산물로 사상적인 불구자들만 양산되었다.
이 부분은 훗날 통일을 본격적으로 논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크나 큰 정부의 부담으로 다가 올 것이고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필자가 한 때 대학의 강단에서 ‘북한정치론’을 강의하면서 북한 사회의 문제점을 연구한 적이 있다. 북한에선 출신성분이 나쁘면 그 학생이 아무리 똑똑하고 재능이 많아도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없으며, 직업을 선택하는 자유도 당의 권유와 허락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일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 할 수도 없는 통제와 간섭이 독단적인 국가권력에 의해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한 언론사의 프로를 보면서 큰 걱정을 하게 되었다. 최근 일부의 언론에서 북한은 남한에 대해 주적으로 명시한 개념이 없으며 우리의 국방백서에서 주 적의 개념을 삭제한 것은 평화통일을 위한 진보적인 조치라는 논조의 보도를 내보내는 것을 보고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소련의 대리인으로 북한지역에 공산정권을 수립한 이후,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한 사상무장 및 북한 주민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이론적 근거로서 ‘남한에 주둔한 미군을 미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간주하고 이를 축출하는 해방전쟁을 적극 옹호하고 준비해 왔다.

미국의 선진화된 문화와 자본주의를 이식해서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는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을 미 제국주의의 하수인으로 여기고 반드시 척결내지는 개조를 해야 할 대상으로 선전,선동 하면서 북한인민들의 일치단결을 강요해 온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편견(偏見)과 오만(傲慢)에 사로잡힌 체제놀음에 동조하는 마음이 없이 어떻게 북한에 주적 개념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들이 극도로 가난하고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민족해방을 이야기하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입에다 담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자고로 중국의 속담에도 있는 “곡간이 차야 사람도 인정을 베푼다”는 평범한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먹을 것이 없어서 핵을 이용한 전쟁위기 조성으로 국제사회 및 남한으로부터 먹을 것을 구걸하는 잘못된 대외정책의 최종 희생자는 고스란히 북한의 일반 인민과, 먼 훗날 잘못된 정치의 뒤 수습차원에서 통일을 감당해야 할 이 땅의 국민들일 것이다. 사람이 배가 고파서는 민주주의도 체면도 생각할 수가 없다.

북한이 바로 이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의 한 핏줄이요, 형제이기에 인내심을 갖고 요구를 들어주고, 때로는 속으면서도 모르는 척 돈도 주어왔지만, 도대체 고마움을 고맙게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처럼 우리의 체제를 이간질하고 전복 하려는 통일전선전술의 기본을 그대로 우리 체제내의 불만세력들에게 교묘하게 주입하고 선전하면서 남한의 체제 전복을 꾀하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말이 좋아서 자주지 자주의 본질이 가난에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와싱턴에선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동맹체제의 균열을 방관하고 있는
한국의 지도층을 응시하면서 대 한반도정책의 기본노선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의 주적 논쟁에서 보았듯이 미국의 충고를 노골적으로 거절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에 대해서 어떠한 신뢰감을 갖고 있는지 겸허하게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북한의 핵 문제도 우리의 바람을 떠나서 일본과 공조로 UN을 통한 고립작전으로 선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의 민족주의자들인 네온-콘(Neo-Con)들은 공공연히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 대한 강경노선을 주문하고 있다.

전 세계에선 참 된 민주(民主)의 이념을 전파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확산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라크에서도 민주적 총선으로 민주정부가 수립 중이고, 1980년대 중반의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사회주의의 종말을 체제변혁(system transformation)으로 선언한 이후, 우크라이나, 그루지아, 그리고 몇 일 전에는 키르기스스탄에도 민주주의의 불길이 타 올랐다.

북한의 김정일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가슴을 열고 이 민족의 불쌍한 북한 땅 인민들에게 지도자로서 살신성인하는 결단과 희생정신을 보여야 한다. 그 길이 설령 정권을 유지할 수 없는 김씨 일가 패망의 길 일지라도, 그토록 우리 민족의 자주를 숭상하고 순수성을 사랑하는 한민족의 일원이라면 그 대도(大道)를 가야만 하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화, 경제적 번영을 갈망하는 인류역사의 커다란 바람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가 없다. 이젠 이러한 거대한 역사의 바람에 순풍을 달고 빨리 체제변혁을 꾀하는 나라만이 국민에게 내일의 희망과 행복을 보장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독재와 빈곤으로부터 탈출하여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체제를 건설하고 국민개개인에게 희망을 주는 위대한 북한 땅이 되길 바란다. 바로 북한의 지도부가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역사의 대도(大道)를 갈 때에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도 그 들에게 아낌없는 물적 심적 지원을 배가 시킬 준비가 될 것이다.

하루빨리 국제체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거듭나 북한의 아사직전의 경제를 일으키고 인민들의 삶도 개선하는 상생(相生)의 길이 있음에도 대립과 대결의 외교노선을 고집스럽게 고수함으로써 초래되는 경제봉쇄, 국제사회의 군사적 강경대응에 북한이 무슨 힘으로 북한의 인민들을 보호할 지 암담한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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