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에 갑작스레 행해진 찰스 캠벨(Charles Cambell) 주한미군 참모장겸 8군사령관의 긴급기자회견은 다시 한 번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안보문제를 접근 하는 데에는 오직 진실에 기반한 사실만이 최선의 방책이지, 적당한 눈치 보기 식의 중도적인 시각의 타협점이 있을 수 없기에 사안의 중대성을 알고 있는 국민들의 심기는 더욱더 불편하기만 하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의하면, 한.미양국의 방위비 분담금의 협상합의내용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나온 이 회견의 내용 중에는 우리정부와의 사전 조율이 없이 우리의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사전배치 장비 및 물자부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중요한 내용’도 있다는 것이다.

한미양국은 4월 15일 2005년도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2004년 대비 600억이 적은 6800억원 수준으로 한다는 잠정 합의가 있었다.

아직 공식발표가 나오지 않는 시점에서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발언한 많은 대목들 중 우리의 전쟁 억지력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전력, 사전배치 장비 및 물자, 병력 및 병력 지원, 한국군에 제공되고 있는 지휘 및 통제(C41) 장비분야에 있어서 어렵지만 변화를 위한 결심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라고 한다.

사전배치 장비 및 물자에는 주로 약 60만t(약5조원 규모)에 달하는 전시비축탄약(WRSA), 수백 대의 M-1 전차,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자주포 등으로 구성된 수개 여단 장비, 화생방 장비 등이 들어 있다.

비축탄약은 총.포탄은 물론 재래식 폭탄, 정밀유도폭탄, 각종 미사일로 구성되어 있고, 한국군이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의 70% 이상을 미군 WRSA가 차지 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지휘통제 장비는 양국 군의 두뇌에 해당하는 GCCS-K랄 불리는 것으로,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 해.공군 작전사령부, 육군사령부에 깔려있다고 한다. 필자도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유사시의 우리 군의 전투능력을 계산할 때에 필요불가결 한 내용 및 물자라는 인식을 떨 칠 수가 없다.

미국과 우리 정부의 세세한 협상과정에서의 이런 저런 합의 및 내용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캠 벨 사령관의 통상적인 의전을 뛰어넘는 ‘폭탄성 회견’에 대한 우리의 안보부처인 국방부와 외교부의 대응이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협상의 메인 창구 역을 담당해온 외교부는 “이 번 일이 감정적으로 나왔다거나 한.미 동맹을 근본적으로 흔들 것이라는 분석은 사실과 맞지 않고, 현재 한.미 동맹은 개별사안관련 시중의 우려와는 별개로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말하고 있다.

국방부는 업무상 자부의 중대한 일이 분명한데도 외교부가 협상 주무부서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대응을 회피하면서 아무런 대책마련도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필자는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안보문제에 관한 한 개인의 시각보다는 항상 진실이 담긴 사실을 전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대국민홍보라고 생각한다. 관념론적으로 한미동맹의 틀이 예전과 같이 굳건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관념론(觀念論) 속의 내용들은 심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가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는가?

지난 번 필자의 칼럼에서 한국국제정치학회 주관으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카토(Cato) 연구소의 더그 밴도(Doug Bandow) 연구원이 “한국은 미국의 안보공약에 비용의 부담이 없이 큰 틀에서 무임승차한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젠 저간의 사정으로 판단 컨데 양국은 우호적인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미국내의 한국관(韓國觀)에 우리가 심각한 위기의식(危機意識)으로 사태를 인지하고 분석.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4월1일 오후에 서울의 용산에 위치한 한미연합사령부 2층의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 형식으로 나온 15분량의 발표문은 관례적으로 살펴보아도 한.미양국의 동맹관계나 군사.외교관례에 비추어 볼 적에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정상적인 동맹체제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인 것이다.

지난 60년간 가장 강력한 우리의 우방(友邦)으로 우리의 오늘 한국경제를 가능케 한 안정적인 안보우산을 제공했던 동맹체제(同盟體制)의 이상 균열조짐에 대한 소극적이고 우리 중심적인 접근으로 하루 하루 시간이 가면서 치유는 커녕 파열음(破裂音)만 난무하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1970년대에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지 서울 특파원을 지냈고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International Herald Tribune) 주한 특파원을 지내면서, 필자와도 몇 차례의 대화로 한반도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해법으로 학자인 필자를 감동시킨 바 있는 돈 커크(Donald Kirk)씨도 최근 근자에 다소 감정적인 접근으로 사안의 균형 잡힌 이해를 결여하게 만들고 있는 안타까운 한국내의 대미(對美)관련 흐름과 사태를 그의 글로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와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지에 기고한 글(Diplomatic War with Japan: A Dangerous Distraction for Seoul)을 통하여 “독도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분노가 의미하는 것은 그 것이 더 민감하고 복잡한 북한 문제로부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자신을 할말은 하는 강한 지도자로 인식시키는 의도와 관련이 있어 보이며, 북한은 중국 이외의 다른 친구가 없고 한국은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중국 쪽으로 접근하면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위험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 일본과 전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북한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인 방사포만 가지고도 서울을 사정권 안에 두고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고 한국을 사랑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심정과 견해를 피력하였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The Asian Wall Street Journal)지도 30일자의 한 사설(A Diversionary Diplomatic War)을 통하여 “노 대통령은 통상적인 외교적 섬세함을 탈피한 연설을 이용하여 일본역사교과서 문제와 더불어 독도관련 영토분쟁을 이야기 하면서 강경한 대일(對日) 외교전의 시작을 선언하였고, 이것이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 북한 편을 든 지 3주 만에 다시 나온 점을 볼 때 국내정치 용 이상의 것으로 보이고, 대한민국호(號)를 어느 영향권으로 두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중국에 더 가까워 지도록 손을 내밀고 있는가라고 묻고 싶고, 중국과의 분쟁 시 주한미군이 동원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표시했다.”는 내용을 이야기 하면서 다소 통상적인 관례에서 벗어난 우리 정부의 외교노선에 우려석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인용한 의견이나 글들이 미국사람들이 주류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기자나 학자로서 우리에게 하는 말에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사태의 객관적 진실을 위한 우리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 핵(核) 문제와 더불어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는 또 다른 사안이 인권(人權)문제이다. 영국의 외무차관인 빌 라멜 씨는 31일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이 세계최악이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사실을 우리 정부가 유념해서 들어야 한다.

그는 현재의 북한 인권 남용사례는 국제사회가 용인 할 수 없는 수준이면서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인도적 차원의 인권개선조치가 이루어 질 때까지 국제사회의 압력(壓力)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다루고 인권문제는 유엔 인권위에서 다루고 있지만, 효과가 미진할 시엔 언제든지 유엔 안보리 회부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하였다.

이렇게 북한의 인권과 핵(核) 문제는 이제 국제사회의 주요한 현안(懸案)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우리의 현실적인 외교역량이 중요한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시점에 다 달았다.

우리가 아무리 지난 날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관념적인 토론과 올바른 생각이 있어도, 지금 바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난세(亂世)의 위험을 보지 못하고 잘못된 소견을 믿고 낙관한다면 이처럼 우둔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편견이나 검증되지 않는 사견은 금물일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견해와 주장을 전달하면서 객관적(客觀的)인 우리의 현 위치를 점검해 보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핵 과 인권문제 모두 굳건한 한미동맹의 틀 내에서 접근을 요(要)하는 사안이기에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지식인의 사명이요, 역사적 책무인 것이다.

아직도 북한의 외무성은 31일자 담화를 통하여 “6자회담은 미국의 핵무기 청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국제사회가 제기한 6자회담의 틀(framework)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성을 주고 있지 않다.

북한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무엇보다도 미국이 북한을 ‘핵 선제 공격대상’으로 삼고 핵 전쟁으로 북한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적대시 정책부터 걷어 치워야 하며, 한 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남조선에서 미국의 모든 핵무기들을 철거 시키고 남조선 자체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원천적으로 없애 버려야 한다”는 논리로 국제사회와 맞서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를 시대에 뒤떨어진 북한식체제로 바꾸려고 의도하고 있는 행간의 뜻을 잘 새겨 보아야 할 것이며 대민(對民) 억압적인 체제유지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대남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북한체제에 더 이상의 낭만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온 것이다. 관념적인 논리의 정당성을 인류의 역사가 항상 반영해 왔다면 현세(現世)는 우리가 그렇게 추구하는 천국이나 지상낙원(地上樂園)에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필자는 요즈음 주말이면 아무리 바빠도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난세에 이 민족을 누란의 위기로부터 구한 충무공의 정신과 열정을 마음으로나마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제대로 된 정신을 갖춘 한 장군이 썩어빠진 조정의 방해와 무지의 늪을 넘고 넘어서 혈혈단신 구국의 선봉에서 벌였던 ‘그의 나라 사랑이야기’는 작금의 위정자들의 처신에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가능성을 논(論)하면서도 관념론에 빠져서 당파싸움으로 파당의 이익만 쫓았던 무능한 조선의 왕과 대신들이 왜침으로 나라가 함락되면서 백성과 수도 한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비극과 치욕의 역사를 우리는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오직 국제사회는 나라의 힘이 뒷 받침 될 때에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논리를 이야기 할 자격이 있다는 역사의 뼈아픈 교훈이다.

정확한 주변상황인식과 분석이 이루어 지면 제대로 짜여진 국가의 전략이 나오지만, 책상물림식의 난상토론으로 검증이 안된 이론과 주장으로 안보외교(安保外交)를 실험하는 실수를 범하는 위정자들이 안 되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작금의 우리 외교의 중요성과 무게가 임진왜란(壬辰倭亂)때와 비교하여 결코 그 비중이 적지 않음에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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