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도 없는 북한의 정당과 공동대응?

실체도 없는 북한의 정당과 공동대응?
“우리민족끼리”가 갖는 함정을 경계하며:
실체도 없는 북한의 정당과 공동대응을 한다?


4월 21일에 대한민국의 민주노동당과 북한의 조선사회민주당은 21일 일본의 군국주의적 팽창주의에 기반한 우리 나라의 영토인 일본의 독도의 영유권주장을 규탄하는 양당 공동성명서를 채택하였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외견상으로 남북한의 정당교류의 물고를 트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더불어서 마음 한구석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감정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정권의 수립토대가 항일운동을 통한 민족의 자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에 이 번에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망언으로 불거진 반일감정의 깊이는 폐쇄주의적인 사회통제를 하고 있는 북한에서 더 크게 일고 있다고 보여진다.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선 외세의 침략을 과장해서 체제단속을 해온 북한 정권이 북한인민들의 단결된 정신자세를 위한 총체적인 대(對)일본 규탄운동을 전개했다는 짐작이 든다.

우리나라의 암울한 한 슬픈 역사를 강요했던 일본의 새로운 군국주의적 움직임에 체제를 초월한 남북한의 공동대응은 우리가 비록 지금은 분단으로 사안에 따라서 대립과 공조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우리가 영원한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역사적 움직임이다. 우리 민족이 언제라도 만나서 ‘아리랑’을 부를 수 있는 정체성을 항상 지니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술한 보편적인 정서적.문화적인 접근이 아닌 현실적인 정치적인 접근을 해 보면 우리가 북한을 보는 시각에는 사실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김일성.김정일 유일사상 독재가 지속되는 한, 그 들이 군비증강 및 주민희생의 대의명분으로 쌓아온 ‘한반도의 공산화를 통한 민족해방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비록 지난 2000년도에 행해진 6.15 공동선언에서도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문구가 있어도, 북한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한반도의 남쪽에 대한 혁명추진 의지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보여지며, 오히려 ‘우리민족끼리’라는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의 불안정한 체제유지에 대한 더 많은 정책적 고려가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체제에 대한 교란을 목적으로 하는 선전.선동은 보다 더 구체화되고 있으며, 최근의 북한의 지속적인 보안법의 무조건적 폐지 주장에서도 보여지듯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소위 통일문제를 ‘외세의 힘을 배격하고 자주적으로 한다’는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어서 민족공조의 합리성을 강조하면서 외세배척의 첫 단계인 ‘주한미군철수’에 대한 주장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북 핵(核) 문제에 대해서는 민족공조의 틀을 확립하는 장으로 여기고 남북한이 공동으로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공동으로 대처할 것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가당착의 논리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북한체제내의 정치활동에 대한 자유는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북한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의 정설이다. 이 번에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이름뿐인 북한의 ‘조산사회민주당’과의 독도침략 공동대응 성명발표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북한의 경직된 정치제제를 고려할 때 자칫 우리의 젊은이 들에게 잘못된 북한관(北韓觀)을 심어줄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체의 종교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고 있는 북한은 이름뿐인 명목상의 교회 및 사찰을 운영하면서 마치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외부의 방문객들에게 선전선동을 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는 더군다나 조선노동당 이외에는 어떠한 정치활동의 자유도 제한하고 있는 북한이 북한실정에 눈이 어두운 우리 남한의 일부 민족주의 세력들에게 마치 정당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錯視現象)을 줄 수도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제3당과 북한의 이름뿐인 유령정당의 교류협력을 선전선동의 장으로 활용할 까 걱정이 앞선다.

물론, 아직 통일은 되지 않았지만, 우리 민족의 문제에는 언제든지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우리 한민족의 이질적인 체제를 초월해서 합심해서 대외에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음도 우리가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보이는 것을 지적하지 않고 그냥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접근은 금물이다.

6.25라는 민족전쟁에서 희생된 수많은 죄 없는 백성들의 소원이 이제는 다시 이 땅에서 그릇된 인식을 하는 정치지도자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전쟁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목소리가 지하에서 환청으로 들리기에 더더욱 우리는 북한의 실체에 대한 가감 없는 조사와 연구를 통한 대국민 홍보를 해야 마땅하다.

남북간의 정당교류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도 새겨야겠지만, 바로 우리의 합법정당이 정당외교를 벌이고 있는 북한의 조선사회당은 실질적으로 우리와 같은 비밀.평등.보통.직접선거에 의해서 조직되고 민주적으로 뿌리를 내려온 민주적인 정당이 아닌, 북한체제의 노동당 1당 독재를 호도하기 위한 조작된 유령정당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날 민주노동당과 북한의 조선사회민주당이 발표한 공동성명 4개항을 보면
- 독도는 우리 민족의 고유의 영토이며 일본의 군사적 강점과 식민지
지배역사는 침략과 약탈의 역사임을 선언하고,
- 일본의 독도침략과 역사왜곡 책동은 군국주의 야망이자 범죄행위로
규탄하고,
- 일본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며,
-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수호를 위한 공동 투쟁을 호수 하는 등 4개항이다.

공동성명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민족이 할 수 있는 당연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마음속이 시원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 북한이 대남적화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한 계산하고 있을 ‘자주와 민족공조’를 이용한 정치적 책략에 우리가 분명한 경계의 마음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분단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엄청난 고통과 혼선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통일하여 우리의 단합된 목소리로 국제사회의 부도덕한 목소리를 규탄하는 도덕선진국 대한민국을 그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우리의 바람이다. 거기까지 가기에는 너무나 험한 대장정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바로 그것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이 북한을 개방.개혁으로 이끌어서 믿을 수 있는 우리의 파트너로 만드는 일이다.

남북간의 정당교류가 그러한 작업을 위한 교두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현실의 경직된 북한의 정치체제를 보면서, 그 정치제도에서 노동당 이외의 기타 정당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기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그래도 희망을 접지 않고 이러한 일을 계기로 서울을 방문하는 북한의 당직자가 서울의 본 모습을 보고 북한사회의 모순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면 굳이 성과가 없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추진하고 있는 민족간의 정당교류가 남북한이 내재하고 있는 많은 모순과 불일치성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역사를 쓴 조그만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숨길 수 없음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 전세계 GDP규모의 약 30%(10조 8,800달러)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는 약 2%정도이다. 미국은 또한 전세계 군사비 지출의 49%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1.6% 수준이다. 일본은 GDP와 국방비에서 각각 12% 와 4.6%,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3.8%와 6.8%, 국방비는 1.19%와 5%라고 한 인터넷 매체가 적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동맹체제가 세계 GDP 와 군사비지출의 42%와 53.6%를 첨하고 있는 작금의 국제정치경제구조이다.

우리모두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진정한 민족주의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처한 우리의 냉정한 지위에 대한 관찰도 못하는 낭만적이고 폐쇄주의적인 민족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민족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 중국어 일어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일단 원리원칙의 문제에 충실 한다는 차원에서 남북한의 정당이 공동으로 일본의 군사패권주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노력에는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민족끼리’의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현실인식이 결여된 과대 포장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결국 잘못된 국가의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이 다 지게 되기 때문이다.

2005-04-22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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