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두 지역에 대한 각각 다른 주문

미국의 두 지역에 대한 각각 다른 주문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대만해협과 한반도
미국은 왜 두 지역에 다른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가?

한국의 동아일보, 일본의 아사히 신문, 중국의 사회과학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한.중.일 국민의 국민의식 파악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 한국인과 일본인 다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안보상황’을 중국인의 대다수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문제’를 각각 꼽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자국민들과 인접한 지역에서의 불안정한 안보상황을 직접적으로 의식한 잠재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동아시아에서의 대만해협과 한반도가 갖고 있는 안보적 취약성에 대한 이 지역 국민들의 고민과 각국 정부의 노력은 항상 전세계 언론의 가장 큰 보도거리로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국민들의 미묘한 관심사항에 대한 차이점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核) 등 위협요인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한국인 중 77%는 ‘북 핵 문제를 외교 및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고 ‘중국인 중 같은 답변을 한 사람은 85%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동 조사결과, “일본인은 북 핵 해결 방식으로 47%가 외교 및 대화를 통한 유화책을, 46%가 경제제재 등의 강경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게는 일본인 및 한국인 납치가 가장 큰 관심사로 밝혀졌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선택한 일본인은 23% 그쳤으나, 한국인과 중국인은 각각 53%, 43%가 핵무기 개발을 꼽았다. 각국의 미묘한 정서적인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3국 국민들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갈망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북 핵 문제는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오리무중(五里霧中)의 강도를 더 해 가고 있다. 4월 25일자로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케이 전 이라크서베이그룹(ISG) 단장은 중국방문을 마친후 귀국하여 우드로 윌슨 국제학술센터 초청강연에서 “불행하게도 나는 6월 15일까지 북한이 핵 무기를 실험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우려를 담고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바 있지만, 실제 핵실험은 극적인 새 진전이 될 것이며 미국이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중시키게 될 것임을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분위기는 노동신문의 보도를 통하여 잘 보여지고 있다. 북한은 계속적으로 미국의 대북(對北) 적대정책으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핵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27일자의 북한의 노동신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북 핵 계획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전세계가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이란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에 대한 선제공격 폭언이고 라이스의 망발은 국제적인 대조선 핵 압박 공세 분위기 조성책동과 대조선 선제공격야망의 발로”라며 강경한 비난의 목소리를 늦추지 않고 있다.

마치 기차 레일이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의 미국과 북한의 타협점은 점 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이러한 악화일로의 사태를 보면서 미국의 전 제이슨 샤플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고문과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대사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의 보스턴 헤럴드(BH) 및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의 현지 신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실질적인 포용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에서도 북 핵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흐르고 있다는 반증(反證)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부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최근 한.중.일을 순방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입을 통해서 최근에 입수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북한의 핵 관련 정보를 놓고 심각하게 한.중.일의 대표들과 후속타를 조율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의 관계자가 아닌 동북아의 전문가들이 지금도 “한.미 동맹이 아주 잘 관리되고 있다”는 우리정부의 주장과 미국의 당국자들에겐 북 핵이 종국적으로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근거가 다소 희박한 낙관론을 피력하면서 대북압박정책을 반대하는 우리 정부의 분명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대북 봉쇄정책까지 거론하는 상황이 거듭 나오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아야 한다.

분명 한반도는 한국과 미국의 보이지 않는 대북정책관련 불협화음으로 정책적 공조의 토대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갖어야 한다. 클린턴 정부 때부터 사용해온 북한에 대한 유화책(carrot)의 실용성 및 유효성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이제 우리정부와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강경책(stick)의 마련을 위한 공동보조를 강하게 요구하는 시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이러한 한반도의 흐름과는 반대로 대만해협(Taiwan strait)에서는 화해와 교류의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의 5월1일자로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중국이 안전판이 잠긴 압력밥솥 같은 사회이며, 이번 반일(反日)시위는 그 동안 당국에 의해 억눌려왔던 7가지 피 억압요소들이 분출되는 통로 역할을 해 왔다”는 분석을 했다고 국내의 한 일간지가 옮겨 싫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 압력 사회가 바로 중국의 현실이다. 현재 중국에 존재하는 7가지의 억압으로는 민족주의 억압, 시위에 대한 보도를 통제하는 매체 억압, 주변인으로 전락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 학원가 동향의 정밀감시를 통한 대학교 억압, 출판이나 강연의 통제를 통해서 행해지고 있는 지식계층 억압, 세계와의 자유로운 교통을 방해하는 인터넷 억압,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반 민중들의 집회 및 시위권을 제한하는 헌법에 대한 억압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필자가 장황하게 이러한 중국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는 주된 이유는 대만이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있음에도 본토의 불안전성으로 인한 대만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불안한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필자가 대만의 정치대학에 방문교수로 체류하는 동안 지식인 및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대만의 체제적 불안정성의 원인이 본토 중국의 공산당이 외교적으로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정책(one china policy)’에 기반한 대만고립노선의 지속적인 추구에서 볼 수 있었다.

대만의 국민들은 중국 본토의 공산당지배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감을 쳔수이벤이라는 독립추구파의 대통령을 연임 시킴으로서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공산당은 ‘국가반분열법(anti-secession law)’ 등의 제정을 통해서 대만 정부의 독립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 이러한 갈등에 무관할 수 없는 첨예한 안보이익을 나누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중국정부의 무분별한 움직임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도 우리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한반도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먼 장래를 보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한 중국견제의 축으로서 대만과 한반도가 같은 구조속에 있지만, 지금 우리의 발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흐름에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문제에 대한 압박정책을 우리 정부에 주문하고 있지만, 대만의 천수이벤 정부에게는 오히려 중국본토와의 현상유지를 위한 화해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대만 국민당 주석인 롄잔(連戰)의원이 26일 중국의 난징 공항에 도착하여 중국 일정을 잘 소화하고 있다. 또한 대만의 제 2야당인 친민당(親民堂)의 쑹추위 주석도 내달 5일부터 12일까지 역시 중국을 방문해 각각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역사적인 일정이 마련되어있다. 중국의 야당지도자들에 대한 예우를 확장하면서도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천 총통에 대해서는 대화제의를 일축하고 초청도 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정부의 계산을 잘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천 총통도 처음엔 이들의 본토 방문 및 후진타오 주석과의 면담을 “ 합의 없이 가면 내란죄 처벌도 불사하겠다”는 당초의 강경입장에서 선회하여 “렌 주석 및 쏭 주석의 방문이 중국의 대만관련 입장을 알 수 있는 1차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방문을 용인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번에 천수이벤 총통의 입장변화를 주문한 미국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일부의 분석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 같다. 양안(兩岸)간의 긴장 완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으며 구체적인 증거로 미국 대만협회의 더글러스 팔 대표가 롄 주석의 중국 방문을 양안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양안문제에선 대만정부가 현상유지를 목표로 화해와 협력의 기조를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작금의 한반도에선 북한의 핵(核) 문제에 관한 한 우리정부의 더 강경한 입장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틀에서 미래의 거대한 강성대국(强盛大國) 중국을 견제하는 다른 지역의 두 무대에서 양안문제에 관련하여선 미국은 중국과의 이해관계 및 대만과의 이해관계를 다 보존하는 현상유지를 주문하고 있지만, 한반도에선 북한이 그 동안에 국제사회에서 보여온 믿을 수 없는 행동과 체제의 독재성 및 폐쇄성 등을 염두 해 두고 있는 미국의 정부당국자들이 이제는 북한에 대한 더 강경한 정책을 입안하는 막바지 단계에 끼지 다다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긴장보다는 안정적인 대화의 창구가 열리면서 조율과 대화의 인프라 구축이 실현되고 있는 대만과 중국의 문제를 보면서 더욱 더 꼬이고 있는 우리 한반도의 문제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다.

그 동안 우리 정부의 대규모의 지원을 통한 북한체제 이해 및 저자세라 할정도의 정부의 북한 비위 맞추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공식적인 대화채널 하나도 작동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서 비공식적으로 돈만 지원해 달라는 메시지가 우리 정부에 전달되고 있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최대 우방인 미국은 효과가 없는 우리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서 대북강경노선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 아닌가?

2005-04-27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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