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재보선의 역사적 의미는 여권의 관념적인 현실인식

4.30재보선의 역사적 의미는 여권의 관념적인 현실인식
민심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집권당은 열린마음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들을 줄 알아야

4.30재보선이 끝나고, 참패로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는 여당의 지도부는 분명한 정확한 현실인식으로 깨달음을 해야한다.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던 국회의원 재.보선지역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일부 인사들은 ‘여당이 확실한 개혁노선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린 것’이 큰 패인이라고도 한다. 혹은, 상투적으로 원래 재.보선에서는 여당이 항상 패배를 해온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관행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필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구한 변명으로 들린다. 공천자를 마지막에 바꾸었던, 기탄 선거 전술전략의 실패로 규정하든, 그 것은 집권당의 자유이지만,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원인분석을 하고 국정의 방향을 잡느냐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처참한 패배후의 처신을 더 주의깊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6명을 포함, 시장.군수 7명, 지방의원 10명의 총 23명 후보자 중 단 한 사람도 당선시키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정권의 정책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이야기하는 실증적인 좌표요, 국정에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이 민심의 풍향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의 최대매력은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부패구조의 청산과, 지역주의에 기생하여 독 버섯 처럼 군림하고 있는 지역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는 개혁의지였다. 진보적인 시각에서의 남북문제 진단도 젊은이들의 커다란 지지를 이끌어 내는 동력이었음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외교정책분야에서도 젊은이들의 감각적이고 평등의식에 기댄 반미자주의 깃발이 과거의 정권들이 행해온, 좀 과장해서, 굴종과 종속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으로 여겨져서 사회 곳곳에서 자주적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진것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초창기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는 지난 집권 2년 동안에 이념적 노선에 기반한 극단적 편가르기, 부의 편중을 이유로 빈층과 부층간의 적대감 조성, 국정운영에 있어서의 미숙함 등으로 점 점 더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잃게 되었다.

국민들의 진정한 바람인 경제회생을 통한 제2의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는 정치역량의 축적이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민생경제의 목소리는 탄성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년동안 정부의 전문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테크노크래트들이 이념과 명분을 중시하는 집권여당의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서 제 역할을 해 오질 못한 측면도 있다.

국민들의 약 80%가 극단적인 이념노선을 거부하는 온건한 실용주의자들이기에 관념론에 몰입된 입으로만 하는 정치는 이제 점 점 더 설자리가 없을 것이다. 굳건한 현실인식을 토대로 북한의 핵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주변의 불안정한 안보환경에 대한 믿을만한 정부의 처방이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정정한 태도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느낌이다.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긴급한 현안이 아닌 행정수도 건설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백성들의 원망이 커졌고, 어려워만 가는 국민들의 일반 생활과는 거리가 먼 보안법폐지를 밀어부치는 집권당의 모습에서 스스로 판 정치인들의 우물속안에 같혀있는, 옹색한 구시대의 이념노선에서 벗어나고 있질 못한 정치철새들의 모습만이 국민들에게 들어왔음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잘 해서 이 번에 필승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래도 집권당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거대 야당이기에 밉지만 할 수 없이 표를 던 진 것이다. 제대로 된 야당으로 대북정책 및 대미정책분야에서 국민 대다수의 바람을 담은 건전한 야당의 역할을 한번 더 기대해 본다.

이 번 선거를 계기로 여권은 물론, 야권도 심각한 자성의 목소리로 정치판이 거듭나는 산고를 겪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지난 번 한 칼럼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이 번 선거에서도 여지없이 과거 선거판의 나쁜 구습을 자행하는것에서 한국정치의 고질병을 고스란히 보게 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보자는 심리로 한국정치의 절차적인 민주성에 대한 존중과 그러한 정치의 생활화는 아직도 매우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목표점이다. 정치권도 거듭나고, 우리 모두 거듭나는 새로운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늘도 경제난으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의 수는 하루가 멀다하고 증가하고 있고, 중소기업을 하는 경영인들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잠잠을 못이루면서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소수의 혜택받고, 잘 나가는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러한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이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반도주변의 안보상황은 점 점 더 우리정부의 통제력 밖으로 밀려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우리 후손들의 평화로운 삶을 위하여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주장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미국사람들의 반한감정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사려깊은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속이 시원한 말로 그 때 그 때의 어려운 국면을 일시적으로 돌릴 수는 있어도, 내실있는 후속조치가 병행되지 않은 전략을 결여한 정책이나 언사가 종국에는 그러한 정책의 추진 및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이 빚어낸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다 지게 될 것이다.

안보에서부터 경제문제까지 정부의 일관성이 결여된 행동으로 인해 어느것 하나 올바로 믿고 기댈려고 하지 않는 국민들의 일반정서를 잘 헤야려서 이 번엔 모든 정치권이 상생의 마음으로 거듭나는 환고탈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05-05-02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