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참상에 침묵하는 것은 민족적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

북한인권 참상에 침묵하는 것은 민족적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
국가인권위원회 월례특강 (5. 4)



북한인권과 국가인권위원회
-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민국의 양심이 되어주기 바랍니다 -

국회의원 김 문 수


북한인권의 실태

저는 최근에 북한 고성군 읍내와 온정리 마을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연탄보일러를 전달하면서 북한 가정집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우리 동포들이 너무나 불쌍해서 많이 울었습니다.
어려운 살림살이도 안타깝지만, 그보다도 명함 한 장조차 받을 자유가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 되돌려주는 아주머니의 모습, 그리고 1000세트, 2억 5천만원 어치의 연탄보일러를 기증 받고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할 자유도 없는 우리 동포들의 인권상황이 저를 울린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량난, 강제수용소, 고문, 광범위한 강제노동, 종교 및 표현의 자유 박탈, 정치와 사상의 자유 박탈, 여성 및 아동 등 약자에 대한 학대와 폭력, 법률에 의하지 않은 불법적 사형집행, 강제처형 등 비참한 북한인권 실상이 탈북자들의 증언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알려져 왔습니다.
또 3월1일과 2일 회령과 유선에서 이루어진 공개처형 동영상이 유포되어 북한인권의 참상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은 강제송환의 위협을 피해 주변 각국을 유랑하고 있는 실정이며, 약자의 위치에 놓인 탈북자들은 심각한 인권유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노동착취는 기본입니다. 상당수의 탈북여성들은 성폭행, 매매혼, 인신매매 등 성적자기결정권 박탈을 운명처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 남성과 가정을 꾸려도 결혼으로 인정도 안 되고 국적 보장도 안 됩니다.

납북자 및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심각합니다. 6.25 전쟁 납북자 수가 84,532명입니다(대한민국 통계연감, 1953년). 미송환 국군포로가 1,523명이고, 이 중 542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2004년 말 현재). 전쟁 후 납북자 486명이 현재까지 북한에 억류되어 있습니다. 가족들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지만, 언제나 만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한 지경입니다.

현재 탈북자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중국 감옥에 수감된 한국인이 13명입니다. 이들 중 외부에 알려진 최영훈씨(03.1.체포/2년4개월 수감중), 안충학(05.2.4체포)씨는 인도주의적으로 탈북자들을 도와준 죄밖에 없습니다.
외롭게 석방 캠페인을 벌이는 가족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해외의 인권NGO들입니다.


국제NGO, 국제기구 및 각국의 북한인권 참상에 대한 관심과 비판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이고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NGO, 국제기구 및 각국이 해마다 발간하는 각종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인권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국제 인권감시단체인 는 올해 1월 13일 발표한 ‘2005 세계 60여개국 인권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거의 모든 국제인권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도 2004년 12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세계 192개국 중 북한을 정치적 자유와 시민의 자유가 모두 최악인 ‘비자유국’으로 분류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AI)도 수차례의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인권 참상에 깊은 우려를 표했으며, 미 국무부의 연례보고서 역시 매년 북한인권 상황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고문, 공개처형, 자의적 구금, 정치적 이유의 사형, 수많은 강제수용소, 강제노동, 노동수용소에서의 영아살해 등 북한인권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겨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우려는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엔인권위원회 대북인권결의안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가결되었습니다. 특히 올해 가결된 대북인권결의안은 “북한 정부가 특별보고관에게 협조하지 않고, 북한인권상황에 진전이 없는 경우 여타 유엔기구, 특히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룰 것을 촉구”하고 있어, 개선조치의 강도가 더욱 커졌습니다.

미국은 2004년 대선 직전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대서한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상하양원에서 3차례나 만장일치로 의결하여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습니다. 일본 자민당과 민주당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은 북한인권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올해 가을 유엔총회에 북한인권 결의안을 제출할 계획임을 밝혔으며, 북한이 인권보호와 관련한 국제적 의무를 다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현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위원회인 인권위원회를 상설위원회인 인권이사회로 격상시키는 안이 유엔사무총장의 개혁안으로 3월 21일 제출되어 검토 중입니다. 인권수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가 더 확고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세계 인권탄압국에 대한 유엔의 감시 기능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권이 인류보편적 가치라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개선노력을 단순한 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위로 의미축소할 수 없습니다.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대한민국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우려와 달리 대한민국 정부는 이해할 수 없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하여 3년 연속 불참 내지 기권을 했습니다.
공개처형 동영상이 유포되어 세계 각국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 어느 부처도 유감표명의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탈북자는 난민으로서 국제법에 따라 무해통행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자들을 색출·체포하고, 강제 북송시키고 있습니다. 올림픽 개최 예정국으로서, 난민협약에 가입한 주권국가로서 최소한의 국제적 인권규정 조차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조용한 외교라는 이름으로 우리 국민, 우리 동포인 탈북자들의 인권에 눈감고 있습니다. 방관에 가까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북경의 외교단지에 소재한 각국의 외교공관은 모두 이중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공안들이 공관 주변 곳곳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모두 탈북자들의 공관진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탈북자들이 대한민국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치외법권 지역인 외국공관에 목숨을 걸고 진입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저는 탈북자들이 서면, 전화신청 등을 통해 안전하고 제도적인 방법으로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보호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습니다만,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마찰만을 걱정하고 탈북자에게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권리를 찾아주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탈북자들도 명백히 우리 국민입니다. 탈북자는 국내에 들어오면 별도의 국적취득 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그대로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주민등록만 부여받으면 그만입니다.
국민이 해외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몸부림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를 어찌 인권국가라 할 것입니까?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동식 목사가 납북된지 5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김동식 목사의 생사확인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탈북에 성공한 국군포로 한만택씨가 연길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었는데, 정부는 경위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합니다.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는 남북대화 의제로 채택된 일이 없습니다.
북한이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존재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하기 어렵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들은 가슴에 맺힌 한을 누가, 어떻게 풀어줄 것입니까?

국가인권위원회 조차도 북한인권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04년 8월), 사형제도 폐지 의견(05년 4월), 비정규직 관련 법률 의견(05년 4월),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관행 개선 권고(05년 4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인권침해요소에 대해 활발히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인권상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공개처형 동영상으로 인해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지금도 국가인권위원회는 흔한 성명 하나 내지 않았습니다.

북한인권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조차 회피하기에 급급합니다.
<한나라당 납북자 및 탈북자 인권특별위원회>는 “김동식 목사 납북사건 관련 토론회(05.1.4)”와 “북한 공개처형 관련 토론회(05.3.25)”에 위원회 관계자의 참석을 요청했습니다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직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습니다.

4월 21일 조영황 위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제와 인권 중에 어느 것이 우선인가” 라는 질문에 “지금 무엇이 우선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또 4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인권문제가 국내문제인지 국외문제인지를 확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잘못하면 체제 문제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권이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하는 보편적 최고 가치라는 절대적 믿음을 갖고 권력과 강자의 인권침해행위를 견제해야할 국가인권위원회 최고 수장의 말씀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2003년 3월 26일, 위원회는 “UN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된 전쟁에 반대하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와 관련된 사안을 반전·평화·인권의 대원칙에 입각해 접근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고도의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어느 부처보다도 정치적인 입장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인권이라는 큰 틀에서 비판하고 견인하는 것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입니다. 정부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바로잡아 주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 주시기를 바라며, 다음 문제들을 깊이 고민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첫째, “인권이 각국의 특수성에 따라 제기하고 말고 할 사안인가? 아니면 국경과 주권을 초월하는 보편적 최고 가치인가?”하는 근본적 문제입니다.

우리는 치열한 민주화 운동 과정을 겪었습니다.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여기는 세계 여론, 국제 NGO, 외국 정부는 민주화 운동가들을 지원하면서, 군사독재정권에 대해 비난과 압박을 가했습니다. 독재정권은 남북대치상황 등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강변했습니다. 현 정권의 골간을 이룬다는 민주화 운동세력이 당시 어떤 태도를 보였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 왜 반미세력이 존재합니까? 당시 미국이 군사독재정권의 손을 들어줬다는 이유 때문 아닙니까?
통일 후 북한 독재정권의 인권유린에 신음했던 북한 주민들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지금 우리의 침묵은 통일 이후 반드시 비난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그토록 고통 받던 그때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우리에게 물을 것입니다.

둘째, “참된 민족공조가 무엇인가?”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독재세력에 대하여 바른 소리 한마디 못하고 타협만 하는 것이 민족공조입니까? 참된 민족공조는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서 바른 목소리를 낼 때에만 가능합니다.

셋째, “북한인권을 거론하면 남북교류협력이 저해되는가?”
교류협력이 저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재정권, 인권탄압정권은 자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세력에 대해 가장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그 만큼 그들에게는 인권에 대한 비판이 따가운 것입니다.
그러나 인권이 빠진 교류협력이란 주체적 민주화, 자유화과정이 없는 위로부터의 시혜적 통일만 기다리는 잘못된 의식을 심어줄 따름입니다. 스스로 인권과 자유를 쟁취할 수 있도록 그들을 고무하고, 격려하는 발언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권운동의 출발이요, 민주화운동의 기본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넷째, “참된 통일은 무엇인가?”
단순한 ‘국토’의 통일은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이 아닙니다. 통일은 민족의 번영을 위한 통일이어야 합니다.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향한 통일이어야 합니다.

다섯째, “통일의 주체는 누구입니까?”
북한 내에서 가장 억압 받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권리를 찾아 싸워 일어설 때, 그 세력이 바로 참된 통일의 주체세력이 될 것입니다.

여섯째, “대한민국 정부에 민족적 양심이 있는가?”
우리는 북한 동포의 인권 참상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수백만이 굶어 죽었고, 처형당하고, 중국 땅에서 성노리개로 전락한 실상을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동포의 참상에 눈감은 정부에 과연 양심이 존재합니까? 최소한의 민족적 도의가 있습니까?

일곱째, “그 많은 인권단체는 모두 어디 있나? 언론은 왜 침묵하는가?”
지난 과거사까지 다시 뒤져서 인권문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대한민국 시민단체들이 왜 북한의 현재진행형 인권참상에는 한마디 말이 없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이 땅의 언론들은 왜 김정일 독재에 대하여, 동포의 고통에 이처럼 무관심하고 무력하기만 합니까?


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의 양심으로 거듭나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 동포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실태조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탈북자부터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실상을 모릅니다. 너무나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두 차례 중국출장(2004.6 / 2004.10)은 좋은 시도입니다.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가서 자료를 수집하고 인권실상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북한인권백서도 발간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국내 및 국제 북한인권단체, 국제기구와도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들은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견해가 있습니다. 그들이 왜 북한인권에 대해 우려하는지 들어야 합니다.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도 직접 접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공개처형 등 각종 인권 참상에 대하여 발언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나아가 입법권고, 의견표명 등 실효적인 개선 노력을 해야 합니다.

2005. 5. 4. 김문수

김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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