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북 핵관련 실상을 공개해야

국민들에게 북 핵관련 실상을 공개해야
부적절한 정부의 북 핵(核) 대처가 초래하고 있는 함정
국민들에게 북 핵의 실상을 전부 공개해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동안 북 핵 관련 정부의 태도가 오늘의 어려운 국면을 초래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한이 민주화된 정상적인 국가가 아닌 특수한 국가라는 사실을 백 번 인지한다 해도,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북 핵 문제를 풀어온 우리 정부의 자세를 훗날 역사가 아주 매서운 평가를 내릴 것이다.

소위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한을 북한의 관점에서 특수하게 이해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그들의 어려움을 일정부분 인정하면서 화합과 이해의 장으로 점철되어온 지난 8년간의 대북정책이 낳은 이 엄청난 안보불안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 동안에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온 외교부가 이례적인 발언을 한 것에 우리가 더 관심을 갖 을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온 외교부는 통일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보다도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경험적 지식을 갖고 있는 부서이다.

4일자로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북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 상황이 중대한 국면이라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어려운 시국에서 외교부가 구조적으로 조여오고 있는 북 핵 위기를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을 내리고 행한 경고성발언이라 생각된다.

그 동안 우리 정부부처의 ‘북한 눈치보기 발언수위’에 비추어 보면, 이번에 반 장관이 “최근 전개되는 상황이 상당히 우려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고, 중국과 미국 등 관련국간의 여러 협의결과와 핵실험 가능성 등을 종합해 볼 때 6자회담 전망도 밝지 않다”는 발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얽히고 있는 안보위기를 반증(反證)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논리’도 우리가 생존을 확보한 공간 위에서만 온전히 전개될 수 있고 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가 통일 이후에 강대국으로 우뚝 섰을 때만이 가장 자랑스러운 민족논리를 아주 떳떳하게 내 세울 수가 있는 것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유교적 공산주의, 가부장적 공산주의가, 전체주의적 공산주의 체제가 정당한 민족논리를 실천하고 민족의 이익을 잉태할 도덕적, 현실적 가능성이 거의 없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우리 우방들의 신뢰도 잃고 그토록 어우르고달래온 북한정권으로부터도 온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그 고통과 아픔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 그것이 온전한 민주정치를 하는 나라의 정도(正道)이다. 불행하게도 한국국민은 6.25라는 엄청난 민족의 참화를 겪으면서 이 나라의 통치자 행한 거짓을 잘 기억하고 있다.

전쟁수행상의 전략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도, ‘한강을 사수하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정작 본인은 대전으로 피난 내려간 이승만 대통령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이 남하하여 서울을 점령하고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내려올 때 정부의 말만 믿고 한강이북에 남아있던 죄 없는 서울 시민들만 그 엄청난 아픔을 다 겪어야 했다.


이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안보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이 다 알아야 한다. 군사기밀로 분류된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제대로 된 여론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반기문 장관의 ‘중대국면’ 발언은 이미 수위가 찰 대로 찬 한반도의 위기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도 우리 국민들과 핵(核) 관련 위험정보를 공유하고 난국돌파를 위한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정부는 경제협력을 계속할 것이고 금강산 관광으로 맺은 계약조건대로 북한에 현금을 계속 지원한다”는 식의 안이한 발언만 고집하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대북 정책을 주도하는 대북정책라인이라면, 심각하게 우리국민들이 왜 국방관련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도 자문(自問)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매섭게 지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렛대인 경제협력에 대한 일시 중단을 실행할 때가 된 것이다. 일부 인도적인 지원에 국한한 대북원조만 실행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워싱턴의 목소리는 우려 스러울 정도의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있다. 데이비드 고든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위원장은 4일 미 의회의 군기지 통폐합관련 청문회에서 “북한이 공공연하게 핵 보유국 지위를 추구하는 것은 역내 미국 이익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중의 하나이고 북한은 김정일이 권좌에 있는 한 매우 우려 스러운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내의 한 일간신문이 전하고 있다.

또한 북 핵 6자회담 담당인 조지트 디트러니 대북협상 특사도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수(CSIS)의 세미나에서 “악몽의 시나리오는 핵 물질이니 무기장치가 테러조직의 손에 들어가는 것으로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한다.

이러한 국면이 전개되기 시작한지도 벌 써 1년이 되어간다. 제3차 6자회담이후 북한이 회담장으로 복귀를 거부한 시간이 벌 써 1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와싱턴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점 점 더 강경해지고 있다. 북한식의 논리로 풀릴 핵 사안이 아니기에 더욱더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면에서의 정부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논리와 정당성으만 풀려온 인류의 역사라면 우리 역사에서 전쟁과 갈등은 없었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도 우리 정부는 애써서 “그리 근심할 사안이 아니고, 예전대로 대북지원 및 경제협력은 계속될 것이다”는 성명을 발표할 것인가?

사담 후세인이 왜 축출되었는지를 최근의 사례연구를 통해서 우리 정부도 진지하게 연구하고, 북 핵(核) 문제의 가장 큰 당사자로서 이제는 당당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북한정부의 핵 놀음에 대한 강경노선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한 안보지수 체감수위가 정부의 인식보다 더 심각하니, 역사가 어디로 흘러갈지 이럭 저럭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05-05-05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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