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고 있는 인식의 벽

커지고 있는 인식의 벽
한.미간에 느끼는 북 핵 관련 온도차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지는 인식의 벽

15일자로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영어단어 ‘quarantine’을 들어서 북 핵 관련 한미간의 온도 차를 대조적으로 설명해서 우리의 이목을 끈다. 뉴욕타임즈는 “미국정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에게 ‘quarantine’은 ‘북한의 핵 물질 및 관련 장비의 밀거래를 막기 위한 행상, 육상 및 상공에서의 검색’을 의미하지만, 대북 포용정책의 옹호자인 한국에게는 ‘남북의 화해협력의 물고를 상징하는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위한 검역’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와 같이 북한정책관련 한.미간의 상반된 대북인식의 격차가 수 많은 국내외의 객관적인 견해를 실은 걱정과 충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한반도에서의 안보문제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2월 10일 북한이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한미간의 인식 차는 더 벌어지는 느낌이다. 지금 미국정부는 더 이상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선 94년의 ‘북미제네바합의’ 이후의 경험에서 배웠듯이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서 미국의 국제사회를 향한 분명한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을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이처럼 ‘벼랑 끝 전술’로 버틸 때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까지도 동원해서 미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정부의 태도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이미 신뢰성을 잃은 집단으로서 우리 정부와의 여러 차례 협상에서도 분명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 점을 참작하여 더 냉정한 판단으로 북한을 대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에 똑같이 조금씩 양보하라고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다 보면 우군도 잃고 북에게도 버림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정부는 왜 이러한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가?

우리정부의 우리사회내의 반미(反美)선동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는 계속적인 반미감정의 확산으로 이어져서 오늘도 우리의 소중한 안보자산을 갉아 먹고 있는 중이다.

이틀 전에 광주에 위치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 앞에서 우리사회의 일부 과격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과 관련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3000여명의 대모군중은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의 폐쇄를 요구하며 부대 주위에 둘러쳐진 2중 철조망의 일부를 뜯어 내는 과격적인 행동으로 부대영내로 침투 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한다.

이쯤이면 우리의 일부 시민단체들이 우리의 안보에 대한 분명한 자신들의 입장을 행동으로 표시한 것이기에 우리 경찰당국의 단호한 대처는 실정법으로도 가능한 것인데 경찰은 이러한 행동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북과 첨예한 군사적 대치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반전(反戰) 시위가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증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

바로 일부 세력들의 이러한 무모한 행동들이 한미간의 대북(對北) 인식 차를 더 벌이고 있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반미(反美)와 반전(反戰)이 지금의 한국상황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없이 북한의 암묵적인 주의 주장에 일조하는 선전선동으로 이어지는 과격한 반미시위는 우리의 사활인 걸린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을 좀먹고 있는 주요 요인중의 하나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일부 세력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우리정부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 처럼, 이러한 일련의 도를 넘은 행동들에 대한 분명한 경고나 입장표명이 없는지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의 절대다수를 점하는 구성원이 피땀 흘려 벌은 돈으로 세금을 내면서 공권력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한 정부의 고찰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우리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안정적인 안보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달라고 정부에게 위임한 것일 것이다.

사실 이번의 남북차관급 회담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북한의 전략과 전술이 다 읽혀졌고 그들이 갖고 있는 국제사회를 향하여 쓸 수 있는 협상을 위한 지렛대들이 다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욱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6자회담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이 다른 옵션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저의를 잘 알아야 한다.

미국의 의중을 대변하고 있는 힐 차관보는 이 번 회담이 6자회담에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신호를 찾는데 지쳤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내 보이면서 대다수의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이야기하는 기대석인 반응과는 대조적으로 지속적인 대화노력의 현실적인 무용론을 전달했다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해본다.

오히려 이렇게 평화로운 대화노력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꺽여 졌을 때를 대비한 우리정부의 대책을 물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미국은 이미 2004년 6월에 나름의 과감한 접근법(bold approach)을 천명했다. 다자차원의 안전보장, 대북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에서의 명단제외, 그리고 경제재재 조치 해제협의에 대한 나름의 의사를 전달했다.

우리정부도 나름의 안을 갖고 대북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올해 지난 1월과 당월에 각각 농업기반 조성사업지원, 에너지분야 협력, 관광협력, 교통인프라 확충추진에 이이서 대규모 경제지원, 북한 내 인프라 구축협력,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의 문서화(추정) 등을 지렛대로 내세우며 당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核) 을 포기하는 대가로 마셜플랜식의 국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당근으로 이 번 회담에서 북한의 회담장 복귀를 종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제안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이다.

핵 보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파시스탄식의 핵 게임을 통한 억압적 현 체제유지를 생각하는 김정일이 개혁.개방을 전제로 한 국제사회의 과감한 지원을 받아들여서 체제모순에 대한 국민들의 자각이 스며드는 경협을 통한 핵 포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북한체제의 보장은 북한의 군대도 아닌 바로 북한 인민들 자신들이기에 시대성을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시간 끌기에 지친 미국정부는 북한의 무모한 핵 실험에 대비해 대응전략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느냐 일 것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우리정부와 중국은 북한정부의 막가파식 행동에 대한 레드라인(red line)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 일것이다.
2005-05-17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 客座敎授,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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