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비중을 과소평가 말아야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비중을 과소평가 말아야
한반도가 위치한 동아시아의 불확실성
논리적 관념론에서 나와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중을 알아야

유럽은 또 다시 제5차 확대를 통한 역내회원국들의 안보.경제적 토대를 굳히는 작업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우리 한반도가 위치한 동아시아에서는 갈등과 오해의 장(場)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질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적 수사(修辭)적인 접근이상의 실질적인 경제 및 정치적인 이득을 확보 하려는 공동의 장(場)이 쉽사리 마련되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은 2004년 5월 1일을 기해 지중해 및 동.중구 유럽의 새로운 10개의 회원국들을 추가로 받아들 임으로서 범 유럽정치연합(Pan Euroepan Political Union)을 향한 장정(長程)으로 돌입하고 있다. 작년에 행한 제5차 확대작업은 이슬람 권을 대표하는 터키가 드디어 회원국으로 정식 편입 됨으로써 문화와 사상을 초월하는 지역에 기반한 정치연합체로의 대 서막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이다.

반면에 동아시아는 국제정치이론으로 접근해 보아도 아직은 통합을 위한 기초조건들도 충족이 안된 상태이다. 경제통합에서 정치통합으로의 진행과정을 파급효과이론(spillover effect theory)으로 설명하고 있는 신기능주의자(neo-funcitionalist)들도 유럽에서의 호혜적이었던 통합여건에 비해 아시아에서의 설익은 통합환경을 분석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와 국경을 초월한 이익집단 및 비정부기구(NGO) 등의 활발한 활동이 가져오는 초국가적 기구의 활성화 및 자리매김은 문화와 사상의 차이에서 오는 권위주의적 관점을 일소하고 협력과 교류의 물고를 트는데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위치한 동아시아는 국가간의 경제수준격차가 심하고,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체제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공통된 대화의 토대가 열악함은 물론, 아세안을 포함한 각 나라들의 정치.사회.경제적인 격차 및 보편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목표의식도 상당히 열악한 수준인 것이다.

필자가 주로 국제정치를 보는 프리즘으로 선호하는 현실주의(realism)자들도 유럽에서의 우리가 경험적으로 지켜보아 왔듯이 다자위주의 대화가 가능했던 안정적인 통합을 향한 공통의 이념 및 목표의 공유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에서는 양자위주의 동맹정치체제 및 미국을 위시한 중국의 과도한 패권주의가 북한의 핵 문제와 맞물려서 소모적인 대화로 실질적인 진전이 매우 미미할 뿐만 아니라, 북 핵 문제가 부정적으로 배가시키고 있는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는 매우 취약한 안보상황만이 조성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관리하는 전략에 중국의 경제적 급부상이 맞물리면서 냉전체제에서 탈피하는 다극구조(multipolar structure)의하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을 통한 자리매김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북 핵 문제를 해결키 위해 만들어진 6자회담이 잘 자리를 잡아서 동북아시아의 안보환경을 관리하는 ‘다자안보협력체(Organization of Collective Security)’로 자리잡길 바라지만 우리정부의 외교적 노선이 과거의 한미, 한일동맹에 기반하여 냉전시대에 조성된 국제공조의 틀에서 민족공조에 더 큰 힘을 싫고 과거의 적대국이었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부문 협력확대를 통한 새로운 자리매김의 노력이, 다소 긍정적이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불확실한 안보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지구적 미군(美軍) 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의 한 부분으로 도입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우리정부의 협력여하에 따라서 새로운 안보환경의 틀을 만드는 한 요소로 남아있지만, 지금처럼 우리정부가 ‘작계 5029’에서 보았듯이 애매한 자주국방논리로 기존의 우리 우방인 미국과 일본과의 긴밀한 군사공조체제를 일정부분 유보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군사적인 면에서 중국의 급부상 및 북한 김정일 정권의 핵을 이용한 무모한 생존전략과 맞물려서 우리가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군사환경이 급 선회할 수도 있음에 우리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활용하여 안정적인 다자안보협력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와는 달리 아직까지 경제 및 정치통합에 대한 아시아 역내국가들의 아무런 의도 및 행동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단계에선 당분간 미국의 위상이 갖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경제적 영향력의 깊이와 범위가 쉽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북 한의 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반도가 위치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당분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자 및 전략적 파트너 개념’에 기반하여 결코 축소되지도 않을 것이고, 우리사회의 일부 반미(反美)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러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견제 및 대항을 가능케 하는 어떠한 대체논리가 쉽지가 않은 상황임에 우리정부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북 핵이 원만히 타결되고 6자회담이 다자협력체로의 태동을 위한 모체로서 자리잡아도 아직도 많은 실험을 남겨두고 있는 중국의 역할과 위상만으로 미국을 대체할 능력과 현실적인 지렛대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유럽처럼 정치통합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 및 안보부문에서의 안정적인 환경조성을 잉태하고 사후관리를 가능케 하는 ‘다자협력체’의 출현도 쉽지가 않은, 우리가 놓인 동아시아의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 보고 성급하게 자주(自主) 및 주체(主體)에 기반한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그 동안에 우리의 선배들이 공들여 쌓아온 동맹정치에 기반한 안정적인 경제 및 안보협력구도를 와해시키는 역사적 대 실책(大失策)을 우리 국민들이 결코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네 우(Anne Wu) 미(美) 하바드 대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소속 벨퍼 연구소(The Belfer Center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Affairs) 연구원도 최근에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분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러한 동아사아 지역의 현실적인 열악한 안보환경을 염두 해 두고 이 지역의 안보구조 형성 및 운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의 현실적인 역할을 인지하는 조건에서 “미국만이 북 핵을 결자해지(結者解之)로 풀 수 있다( Only the U.S can stop the nuclear march)”는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정부는 ‘남북합의’를 통하여 1992년도에 ‘남북한 비핵화 선언’을 일구어 냈지만 이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계속적인 핵 개발을 통한 생존전략을 탐색하는 시대착오(時代錯誤)적인 김정일 정권에게 입바른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미국의 양보만 기대하면서 현실적인 외교적 조건이 충족되지도 않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국제사회에 이야기해서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동아시아 안보구조의 합종연횡(合從連橫) 바람에 또 하나의 실타래를 추가한 꼴이 된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며 ‘민족공조’로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는 물론 기본적인 인권이 부재한 사각지대에 살고 잇는 북한동포를 구출하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도, 인권 및 국제테러리즘, 마약밀매 등으로 보편적인 민주주의 사회와 상반(相反)되는 행적으로 체제유지를 위한 기만과 위선(僞善)의 전술을 피고 있는 김정일 독재체제가 있는 한, 국제사회의 우리정부를 향한 목소리는 점 점 더, 잔잔하지만 아주 단호한 방법으로 향후 북 핵 문제 해결에서도 양자택일(兩者擇一)을 강요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 단적인 상황이 아마도 6월 1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일 것이다.

아마도 이 양자택일의 범주는 기존의 동맹정치(alliance politics)의 핵심인 미국과 더 공조를 강화해서 북한의 핵 놀음에 종지부를 찍을 목표로 전개 될 시대착오적인 독재체제를 압박하는 프로그램에 동참을 권유 받는 것이 될 것이든지, 아니면 기존의 동맹정치체제에서의 신뢰성이 소진되고 있는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어서 불확실성만 배가되면서 도덕적인 정당성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 ‘민족공조’로 기울어서 이 승만 정권이래 우리가 소중하게 경제를 일구어 오고 안보우산의 혜택을 누려온 소중한 ‘동맹정치체제구조’에서 이탈하는 매우 어리석고 비현실적인 자충수(自充手)를 두는 선택이 될 것이다.

“평화와 행복이 말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서 증명된 만고(萬古)의 진리(眞理)이다. 더군다나 전환기적인 시대에서 평화와 행복은 자국이 어떠한 외부의 위협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든지, 아니면 그러한 능력이 있는 강대국과 연합하여 외교적으로 그 전환기를 잘 벗어날 수 있는 국민적 인식과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때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유럽의 안정적인 통합환경 및 실질적인 정치통합을 향한 발 빠른 행보는 그 지역의 지도자들 및 역내 시민들의 역사의식에 기반한 소신 있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 및 평화와 행복이라는 두 마리의 목표를 향한 열정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전세계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냉전의 찌꺼기를 갖고 있는 한반도가 위치한 동아시아는 유럽의 상황과는 정 반대로 아직도 이 지역 국가들 사이에 신뢰성의 부재 및 역사적 앙금의 잔재가 상존하는 관계로 급격한 안보적인 면에서 정책적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안보환경의 조성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하면서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패권(hegemony)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의 동반자가 되어서 북 핵 문제를 비롯한 여타의 군사분야는 물론 경제분야에서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불씨를 제압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치국(治國)의 도(道)라는 것을 우리의 위정자들이 명심하길 바란다.
2005-05-29 朴 泰 宇(臺灣國立政治大學 外交學科 客座敎授, 國際政治)
* 2004년 대만에서 교환교수 생활 때부터 꾸준히 써 온 국내의 언론에 기고한 글을 중심으로 엮은 칼럼 집 [진정한 동북아의 균형자란?, 도서출판: 연인 M&B]이 출판 되었음을 독자들에게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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