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부정적인 대북인식 전환에 주목하라

미국 대통령의 부정적인 대북인식 전환에 주목하라
한국외교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담아내야
군사대국 미국의 대북군사제제 움직임을 경계하라

2005년 6월 2일은 평범한 하루인 것 같지만 필자에겐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있는 의미 있는 날 인 것 같다. 6월 10일에 와싱턴에서 예정되어있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간에는 상대방의 의중을 탐색하려는 의중 탐색전이 한 창일 것이다.

유력 국제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새롭게 보여진 미국 부시 대통령의 잠재된 대북관(對北觀)이 과거의 “절대로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적 행동은 없을 것”이라던 자세에서 지금은 “북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지만, 군사행동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대북인식을 보여주고 있다(It’s is either diplomacy or military..I would say that while all options are on the table, we’ve got a ways to go solve this diplomatically). 북미간에 불신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는 모습이 큰 희망을 담고 있어 보이지 않기에 더 걱정이 앞선다.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서 제기된 ‘동북아 균형자론’이 국내외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도 없지 않았던 바, 국제정치무대에서 이제는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고 있는 미국정부의 위상과 역할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재점검한 토대 위에서 모든 북 핵 관련, 한미동맹관련 발언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불필요하게 국내정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외교적 악수를 두는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지금이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6.25를 겪고 난 이후 발생한 안보적 위기상황이라는 외교에 정통한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을 겸허하게 새겨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도 많았던 ‘균형자론’관련 외교부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뒤 늦게나마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땜질 식 해명을 내 놓는 외교후진국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어제 외교통상부의 외교정책홍보실장은 “동북아 역내의 최후의 균형자(ultimate balancer)는 미국이고, 원리적인 면에서 동북아에는 역내 균형자(inside balancer)인 우리나라와 세계적 균형자(global balancer)인 미국이라는 두 겹의 균형자가 있다. 우리의 균형자 역할이 성공하려면 미국이 개입할 필요가 있고 우리가 개입하지 않고 미국이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상호보완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해명성 논평을 내어 놓았다.

필자가 평소에 미국이 좋아서가 아닌 학자로서 객관적인 국제정치의 위상을 독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에서 그 때 그 때 ‘균형자론’을 이야기 한 것을 생각하면, 우방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는 차원에서 본다면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번에는 외교부가 내놓은 적절한 논평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

한 사람이나 나라나 어 떤 조직이나, 진실(眞實)을 이야기 할 때에 가장 큰 효력을 갖고 상대방도 설득하고 국가의 이익도 극대화 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리차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31일자에 딕 체니 미 부통령의 북한 김정일 비난 발언과 관련하여, “진실을 말하는 것이며 미국 정부의 정책은 시종일관(始終一貫)된 입장이었으며 어떤 모순도 없다.”는 논평을 하였다. 우리정부도 북한의 김정일 정권관련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그 기반 위에서 우방들과의 조율 하에 지원을 업고, 밀고 갈 수 있는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튼, 한반도 주변은 초강대국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과 김정일 정권의 핵을 이용한 무모한 생존게임으로 인해 긴장과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서 있다. 역사의 장(場)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전 세계의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일자로 미국이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 ‘민족통일대축전’을 앞두고 F-117 스텔스 전폭기를 남한에 투입하는 것은 용납 못할 도발이라는 언어로 미국을 비난 중이며, 더 나아가 “ 핵 선제 타격용 ‘작전계획 8022-02’ 작성에 이어 스텔스 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것은 미국의 핵 선제타격 기도가 폭언에서 작전계획으로, 군사적 실동(實動) 단계로 체계적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확증해 준다. 이제 남은 것은 공격단추를 누르는 것 뿐이다.”는 주장으로 전쟁가능성에 대한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선전선동을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가 무어라 해도 이제는 2005년도 6월이 한국외교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안전보장에도 중대한 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잠재된 위협의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석인 분석이다.

우리 정부가 뒤 늦게 초창기의 ‘남방삼각동맹’에서 다소 이탈하여 ‘북방삼각동맹’과여 유연한 관계정립이 가능한 ‘균형자론’에서 다소 이반하여 ‘한미동맹속’에서만 ‘균형자 역할’이 가능하다는 해명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 그 동안에 우리정부를 향해 보내고 있는 의혹의 눈길이 완전히 해소 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우리정부의 진지한 우리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한 동아시아에서의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냉철한 위상정립이 요구될 것이다.

우리는 외교무대에서 ‘감상적인 민족주의’에 기반한 책략이 성공했다는 역사적 전례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정치용으로 가볍게 다루어 온 자주 및 주체의 문제에 대한 시대사적 부적절성을 객관적으로 조명해야 하고 우리의 현실적인 위상을 담지 못한 부적절한 용어의 남용으로 빚어진 국민들이 민족을 떠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偏見)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기반 위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의 중차대한 안보 및 경제 문제를 진단하고 국론(國論)을 모으는 대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만 이 위기를 돌파 할 수가 있을 것이다.
2005-06-02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客座敎授 ,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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