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층의 독선과 오만은 죄악

집권층의 독선과 오만은 죄악
권력이 가진 독선과 오만을 경계해야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인 시대인식의 필요성

최근 한 권력의 실세는 현 정권의 선명한 개혁성을 강조하는 역사적 비유로서 조선시대 신진사대부의 원조 조광조(1482~1519)가 주도하였던 ‘사림파론(士林派論)’을 거론하고 있다. 아마도 조선 중종시절에 조선대대로 기득권을 내세우며 훈구 세력으로 대변되는 부패 및 안일세력에 대한 반동(反動)으로 급진개혁을 주장했던 개혁세력과 동일시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문제는 이 땅의 산업화.근대화 세력이 일구어온 역사적 업적에 대한 평가에 앞서서 특혜 및 눈가림으로 누려온 많은 사회적 특권 및 잇 권의 대물림 현상을 누리고 있는 가진 자들의 겸허한 사회.도덕적 책임의식의 부재가 낳은,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기득권층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일 것이다.

일제시대의 나라 잃은 아픔도 뒤로한 채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나라의 안위와 역사적 양심을 송두리째 버리고 자신들과 가문의 영달만 추구한 친일파 매국노들의 처세와 2차대전이후의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산업화.근대화를 위한 국가적 과업에 동참한 순수한 애국적 인사들의 상반된 정확한 평가가 아직은 자리잡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우리 일체 하 및 군부독재시절로 대변되는 근대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상식적인 궤도를 이탈한 굴절과 아픔의 지속에서 비롯된 상층부에 위치한 지배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일반 민중들의 인식 및 노블리즈 오블리제를 도외시한 지도층들의 무분별한 특혜 및 편의주의적 삶이 가져온, 갖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일반 백성들의 가슴에 기득권에 대한 증오감 및 타도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우리역사발전단계의 비정상성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군사쿠데타가 2번이나 성공해서 이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통치자 나오는 비극적인 왜곡된 역사구조를 아직도 청산하지 못하고 그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바로 이러한 부정적인 역사의 그늘 하에서 군부독재가 오랜 시절 지속되고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효율성에 기반한 시스템운영을 거부하면서 평등(平等)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의 악(惡)이 자랄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군부독재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 뒤에서 정권연장을 위한 모략과 비정상의 정치문화를 양산하는 역사적 과오도 갖게 된 것이다.

해방 이후 열강들의 잇 권 쟁탈전의 희생양으로 분단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결과 타도의 정치문화가 독 버섯처럼 성장하여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상이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남과 북이 소모적인 대결로 낭비해온 엄청난 국력도 부족해서, 이제는 우리사회내의 지역주의와 이념에 기반한 분열과 갈등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이러한 부정적이고 안타까운 역사적 진실을 잘 인식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의 무게와 앞으로의 새로운 모습을 위한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지금 현 정권의 핵심 참모들이 이야기하는 ‘자신들의 개혁철학을 조광조의 사림파에 비유하는 모습’에서 개혁만능주의가 빚어내고 있는 이 정권의 조급성과 부정확한 현실인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 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한 중진의원도 1일에 시골의 한 대학강연에서 “사림파는 부패한 집권세력인 훈구파와의 투쟁 끝에 정권을 장악한 뒤 도탄에 빠진 농민생활을 안정시켜야 함에도 당초 개혁정신을 잃은 채 당파싸움에 매달렸고 우리 당은 사림파의 이 모습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비교적 냉철한 자아성찰(自我省察)을 담아낸 쓴 소리를 한 것에서 나름의 안도의 마음도 갖게 되지만 “빈데 잡으려고 초가 삼 칸 다 태우는 식”의 ‘나만의 방식으로 내 것만을 고집하고 있는 독선과 편견의 개혁노선’은 ‘창조를 위한 파괴가 아닌 ‘파괴를 위한 파괴’가 되는 위험성을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는 점도 유념할 일이다.

필자는 항상 시대정신(時代精神)을 이야기 한다. 시대정신을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프리즘으로 시대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놓고, 잘 못 실행하다 보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본래의 목적에서 이탈하여 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대통령직속위원회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제기된 비판을 대통령자문 정책기원위원회 위원장이 광풍(狂風)에 비유 했다 한다. 그리고 “아마추어가 아름답다”는 말을 했다니 국민들이 이렇게 어려워진 서민들의 삶에서 체험하듯이 장기침체에 들어간 나라의 살림 및 북 핵 문제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외관계를 목격하면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 그지 없다.

정책적 효과와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에 대한 면밀한 비교 분석 없이, 시대정신을 잘 담아내지 못한 열정과 의지로만 나라를 이끌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집권당이 내치(內治)는 물론 외치(外治)에서도 국정의 난맥상을 잘 풀어 헤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반수 이상을 점하고 있는 야당 역시 비판을 위한 비판을 넘어선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창조적 정책을 만들고 있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은 어디에서 새로운 희망을 볼 수가 있는 것인가?

나라가 ‘위기다!, 위기다!’ 연일 외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날이 우리사회의 구석 구석에 메아리 침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의 눈과 귀에는 자신들의 정파적 이득을 저울질하는 안목을 넘어선 역사적 대의(大義)에 기반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절망하게 되고 현실의 삶의 고통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좌절을 간절하게 하소연하고 같이 의논할 대상으로 누구를 택하여야 하는지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여야의 모든 위정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에서 이야기하는 역사적 정의와 국제정치이슈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내외의 이웃들이 공감하고 같이 동참할 수 있는 정도의 깊이와 적실성이 확보되어야 국민들의 마음도 더 편안해 질 것이다.

한가지 현안을 이야기하면, 분단의 질곡에 몰입된, 아직도 실질적으로 분단의 해결을 위한 묘안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정부가 평양에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기리는 6.15 행사에 대규모 축하사절단을 파견해서 무엇을 얻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할 일이다.

우리의 형제요, 동포들이지만 그들은 항상 우리와 합의한 사항들을 그들의 목적에 따라서 헌신짝처럼 버린 김정일 정권의 독재를 합리화하는 편의주의적 공산주의를 하는, 협소한 철학을 실천하는 폐쇄적인 정권이다. 검증이 없는 이론과 유쾌하지 못한 과거의 경험으로 오로지 ‘민족공조와 민족화해’를 지상의 과제처럼 섬기면서 안보적으로 위기에 처한 이 상황에서도 앵무새처럼 외쳐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진정한 ‘민족공조와 민족화해’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잘 이식하여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답보하고 있는 경제성장에 기반한 풍요로운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잘 다스리고 이에 기반한 남북통합노력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또 묻고 물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미동맹’의 강화만이 한반도주변의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국내외전문가들의 진단인데도, 왜 우리정부는 굳이 이 시점에서 실질적 득(得)이 없는 남북대화에 집착하는가?

협소한 정파의 이득을 위한 지나치게 대화에 집착하는 우리정부의 헛 점을 이용하여 합의된 사항을 일방적으로 위반하면서 행사축소를 통보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설사 행사에 참석해도 반미(反美)구호가 넘치는 행사장에서 우리정부의 대표단 및 민간 참여 인들이 무슨 태도로 무엇을 얻어낼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북 핵 문제의 무게를 생각하면 어떠한 전략적 사고로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의 지도부를 대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실질적인 합의가 불가능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통해서 시간만 끌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무엇을 얻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해 볼 일이다.

평화 시에는 합리화될 수 있는 여러 사건들도 이 처 럼 대외관계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에서는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술차원에서라도 조심에 조심을 기하여 접근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이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적절한 보상을 통한 우리정부와 미국의 북 핵 제거 요구를, 상당량의 핵 보유를 위한 시간 벌기 전략차원에서 국제사회의 현실성을 도외시하고 논리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문제 삼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한, 우리정부는 설령 북한에 가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정부의 분명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미국에게도 우리정부는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임을 재확인하고 우리의 대북전략을 다시 추스르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개혁을 이야기하고 민생을 돌보는 개혁을 상징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사림파(士林派)가 되려면, 우리 나라가 처한 객관적인 상황분석을 통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고 “아마튜어리즘(amateurism)도 아름답다”는 궤변에서 과감히 벗어 날 수 있는 프로패셔널리즘(professionalism)에 기반한 정국인식 및 산적한 난제(難題)를 풀 수 있는 해법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에, 경제 및 안보를 비롯한 우리사회의 제(諸)영역에서 성공한 사림파라는 평가를 후대의 사관들에 의해서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2005-06-03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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