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조에 기반한 대북접근의 한계를 알아야

민족공조에 기반한 대북접근의 한계를 알아야
북한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국
민족감정으로 북한을 재단하는 대북정책의 함정을 경계해야

6월 10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많은 점 들이 논의되기를 바라는 것은 주어진 짧은 시간적인 제약으로 보아도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이전에 양국의 참모들간에 조율되고 있는 여러 의제들의 방향을 설정하고 대북정책추진 공조에 대한 감을 잡고 나아가는 수장끼리의 회담이기에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의중을 확인하고 동맹체제의 새로운 그림 및 지속을 위한 나름의 정책적 판단을 갖게 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대북정보망이나 북한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하는 근거가 우리정부가 현재 갖고 있는 정보수집 망보다 더 정확하고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정밀한 위성을 통한 첩보수집을 분석하고 탈북자들로부터 시시각각 북한체제에 대한 일반 인민들의 이완현상을 접하고 있는 미국정부는 언제까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선군정치(先軍政治)의 깃발을 올리고 행진하게 될 지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이 번에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한미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전술을 예견하고 있는 북한정부는 몇 일 전에 조세프 디트라니 북 핵 대사 및 제임스 포스터 국무부 한국과장을 북한의 유엔대표부에 불러들여서 6자회담에의 복귀가능성을 국제사회의 언론에 전략적으로 흘리고 있지만, 정작 국제사회에서 ‘양치기소년’이 된 북한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 제제에 직면한 파국위기를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란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북한을 잘 아는 전문가들에겐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는 미국의 와싱턴에서 부시 대통령과의 대좌에서 민족주의 논리에 기반한 평화적 해결을 위한 북 핵 해법 채택을 주장하는 노 대통령의 설득력에 힘을 일정부분 보태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알고 외교적인 수사(修辭)를 통한 복귀를 종용하는 의전적인 환영의 뜻을 표하는 성명이상으로 미국내의 한반도 담당관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렛대가 되지는 않을 듯 싶다.

최근 10년간 열린 한미정상회담 중 가장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라는 국제언론들의 보도는 ‘한반도위기설’의 진원지인 한반도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그 중요성의 무게가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가볍질 않다. 시중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 중엔 ‘북한에게 6자회담 복귀기회를 마지막으로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한미간의 대북정책의 기조를 통일시키는 최후의 통첩으로 연결되는 압박전술을 마련하는 장(場)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찮은 현실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외한 기타분야에서 직.간접 지원을 핵의 포기와 연계시키는 대 압박전술로 언제든지 전환하여 미국과의 공조를 복원하는 전략도 있어야 마땅하다. 양국 정상들이 이상징후가 포착된 한미동맹의 이간된 틈을 매워야 하는 역사적 책무도 주어져 있는 중요한 회담인 것이다.

우방과의 조율된 목소리가 검증되지 않은 민족공조에 묻혀서 우리의 실익을 확보하는 실용외교의 장(場)을 놓쳐선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모처럼 그리고 흔치 않는 동맹체제의 공고화를 꾀할 수 있는 이 번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새로운 청사진 마련 및 북핵 문제 해결의 일치된 합의를 도출 함으로서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정착에 큰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6월 위기설’을 위기로 더 확대하지 말고 말끔히 잠재울 수 있는, 반세기 동안 동맹국으로서 누려온 양국간의 신뢰와 미래의 비젼을 함께 나누는 생산적인 회담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2005-06-08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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