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론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각론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각론(各論)을 고민할 때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숙제

6.25이후 한반도의 안보위기가 북핵으로 인해 전례에도 드문 오리무중(五里霧中)의 형국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한미정상간의 만남에서 표면상으로 북핵을 겨냥하여 한 목소리를 내게 되어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양국이 단합하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고수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총론적으로 합의되었지만 실천적인 차원의 각론을 조율하는 문제는 고스란히 실무자들의 짐으로 남아있다.

필자는 9일에 민주태평양연맹(Democratic Pacific Union) 동아시아 지역회의(East Asian Regional Meeting) 참석차 동경으로 날아가서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호텔방의 TV를 CNN과 BBC International에 고정시키고 6자회담 참가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한미정상회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링하였다.

10일 날 아침에 열린 민주태평양연맹(DPU)의 향후 발전을 위한 정책 패널에서도 앞으로 태평양연안국들이 중심이 된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추구하는 민주태평양연맹이 추구하는 목표의 첫 번 째 장애물이 바로 일본의 코앞인 한반도에서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얽혀 있음을 강조하면서, 주로 동아시아의 10여개국 국회의원 및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한 기회를 이용하여 한국의 대표로서 이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목소리를 북한에 전하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동경으로 출국 전 한미정상회담 당일에 서울신문의 시론란에 게재될 “한미정상회담 6월위기설을 잠재워야”라는 제목의 글을 미리 신문사에 보냈었다. 10일 아침에 시론이 서울신문의 지면을 통하여 전국으로 나간 것을 확인한 차라서, 동아시아에서의 평화를 구현하는 길목에서 북핵을 첫 번째 장애물로 지목하고 10여개국의 대표단에게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핵(核)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는 대책마련에 앞장설 것을 당당히 주장했던 것이다.

하루 종일의 회의를 마치고 필자는 10일 밤 아주 늦게까지 잠을 거르면서까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생방송 기자회견을 직접 시청하기 위해서 약 2시까지 눈을 비비면서 CNN을 통해 전세계로 전달되는 양국정상의 기자회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생방송으로 지켜보았다.

CNN을 통해서 본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한미간의 동맹관계가 아무런 이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북핵을 해결하는 주요프레임은 한 두 가지의 작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수단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었다. 문제는 김정일 정권이 끝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에 어떤 압력수단을 통한 제제로 가느냐는 각론에서의 양국간의 이견일 것이다. 논의된 내용 중 원칙적인 원론만을 공개한 기자회견에 밝힐 수 없는 긴밀하게 오간 양국정상간의 밀담내용에 궁금 중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필자가 6월 10일자 서울신문 시론에서 필자가 강조했듯이 아마도 부시 대통령은 북핵 관련, 준비된 미국 행정부의 단호한 결심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그 실천적 방안에 대한 우리정부의 의중을 타진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한 유지 및 발전적 재편에 대한 우리의 의중을 탐색하고, 북 핵에 대한 노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주문에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위기일로로 달려가고 있던 한미동맹의 균열조짐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회담을 이끌었다고 판단된다.

사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의도적인 흘림도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의 행정부를 북한을 새로운 방향으로 인식하게 하는 결과는 없었다. 김계관 북한의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취재중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핵 폭탄을 소유하고 있고 추가로 제조 중이란 발언을 통한, 미국과의 협상을 의식한 힘에 버거운 협상전술을 펴 보이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경직시킬 것이라는 판단을 한 필자의 우려가 매우 컸었다.

아무튼, 부시 대통령은 한미가 북한을 잘 다루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공조된 한 목소리를 주문하면서 북한이 끝내 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담판을 주장하는 공세가 계속된다면 유엔의 안보리 회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제문제를 한국정부가 반대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동참을 주문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노 대통령의 대미(對美)인식을 조금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선회시키는 계기가 되고, 동북아 균형자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문제, 북한의 급작스런 사태를 상정한 작계 5029의 작전개념 마련 등에서 보인 한미간의 균열상이 표면상으론 이상이 없는 것처럼 봉합된 것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 매우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인 것이다.

앞으로의 생산적인 대북정책관련, 한미간의 정책조율 및 한미공조의 강화를 통한 효과적인 안보토대를 마련하는 실무작업들이 한 치의 오차나 흐트러짐이 없이 양국간의 신뢰감(信賴感)을 회복하고 다지는 후속무대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할 따름이다.
2005-06-11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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