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합동행사에서의 반미적인 분위기의 경계를 주문하며

6.15 합동행사에서의 반미적인 분위기의 경계를 주문하며
감상적인 대북관(對北觀), 왜곡된 대미관(對美觀)
우리의 안보불감증을 경계한다

핵을 보유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파키스탄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경직된체제유지를 꾀하겠다는 북한은 이미 무리수를 두는 핵 개발 및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는 생존전략으로 대 결단을 내리고 민족의 비극을 잉태하는 자충수(自充手)를 두었다고 생각한다. 핵 보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국제사회의 평화적인 해결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양, ‘시간벌기작전’으로 임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겐 핵 보유를 방해할 그 어떠한 유혹과 당근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생각이다.

이 번 평양에서 개최되는 6.15 남북공동행사에서도 북한의 대미.대남 선전선동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을 비난하면서 민족공조를 통한 자주적인 외세배격전략의 마련과 외세를 철저히 배격하는 통일전선전술을 부르짖음으로써 동석한 남측의 대표단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용납하는 것처럼 반미(反美)국적인 행사분위기를 유도할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필자의 생각으론 이미 북한정권은 ‘파기스탄식’의 핵보유에 대한 내부적인 대 결단을 내리고 6자회담이나 그 밖의 여타 회담은 시간을 벌고 핵 보유국의 위치를 확보하고 홍보하는 수단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더욱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우리민족끼리가 갖고 있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민족적 접근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일부 젊은이들과 국제정세에 다소 어두운 국민들에게 착시현상(錯視現像)을 주고 있는 안보에 취약한 우리의 피동적인 현실이다.

암묵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주한 미군철수를 외치고 있는 우리사회내부의 일부 세력들에게 아무런 제제도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보적으로 속수무책의 강을 건너고 있는 위태로운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한미동맹관계를 굳건히 한다는 것은 우리가 설정한 공동의 적이 분명히 있다는 기본 명제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되고 이러한 인식을 현실적인 군사정책으로 반영시키는 양자간의 합의가 있어야 마땅하다. 현실적인 적의 존재한다는 것과 평화와 정의를 지키는 관념적인 적의 설정이 가져다 주는 정책적 혼선이 얼마나 큰가?

우리의 국방백서에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이후 ‘작전계획 5029’ 의 합의과정에서도 많은 갈등과 이견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점진적인 통일을 추구하는 큰 틀과 원칙에는 누가 이의를 달겠는가?

문제는 세계의 양심세력들이 반대하는 인권의 탄압과 사상적 통제로 사회주의 가부장제를 유지하려는 북한이 취하는 자세가 아닌가?

분명 우리 한반도는 아직도 안보에 관한 한 안개정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 북한을 방문하는 우리의 대표단은 이러한 분명한 안보에 대한 현실인식을 흐트러트리지 말고 정해진 방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북측의 감상적인 민족놀음의 희생양이 안되길 바란다.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에 대한 의지를 굳히고 그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우리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극적 태도변화가 없는 대북정책의 대 전환을 이끌 나름의 결단을 준비해야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북한의 전술과 전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마지막으로 대화의 장(場)을 강조하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어떠한 준비로 북한을 유인할지 궁금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북한 식 마셜플랜’ 등 의 당근 책이 북한정권의 핵 포기를 향한 대 결단을 지연시키는 여지를 줄 수 있는, 현실적으로 부정적인 정책적 효과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북한관(北韓觀)을 정립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현실성(現實性) 있는 북한분석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5-06-14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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