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등록 문턱 낮춰 부실업체 속속 진입 / 진단비용 저가 출혈경쟁…진단품질 하락

[이투뉴스/이지폴뉴스] 사업장의 에너지 소비를 진단하는 한 전문업체가 지난해 9월께 영업정지 주의조치를 받았다.

인력이나 장비,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에너지 의무진단 대상 사업장을 끌어모은 채 진단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고객을 확보해 보자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진단업체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진단비용을 제시하는 바람에 나머지 진단기관들이 경쟁조차 할 수 없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 업체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영업을 하지 말라는 주의를 줬다"며 "그 이후엔 진단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지난해 진단기관별 중소기업 진단결과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연간 에너지소비량이 2000TOE를 넘는 다소비 사업장에 대한 에너지진단 의무화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면서 에너지 진단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실적 없어도 진입…저비용으로 출혈경쟁→저품질

실제로 에너지를 진단할 수 있는 인력은 부족한 상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에너지 진단 의무화 시행 이후 진단기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없어도 인력과 장비만 갖추면 에너지관리공단에 진단기업으로 등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공단은 에너지진단 전문기관 지정 사전협의 설명회에서 20여개 신규기관이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업체가 늘어나자 기존 진단업체 관계자는 "에너지 진단은 오랜 시간의 경험과 노하우로 할 수 있는 분야로 고품질 진단을 위해서는 진단기관 등록 장벽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진단기관으로 등록되고 나면 영업에 도움이 되는 실적을 쌓으려고 진단비를 낮춰 부르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기관들끼리 저가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그렇게는 좋은 품질의 진단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단대상 업체의 인식 부족도 저가 경쟁을 부추겨 부실진단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에너지 진단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대상 기업들이 단순히 벌금을 피하기 위해 싼 값으로 진단을 받으려고 한다"며 "포스트 교토의정서를 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에너지진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인력 현황도 파악 안돼

에너지진단을 하는 전문업체는 2월말 현재 32곳이며 2003년부터 공단이 시행한 에너지진단사 검정을 통과한 진단사는 225명이다. 이들과 함께 열관리기사, 전기기사, 전기공사기사 자격증을 소유한 기술인력들이 에너지진단 활동을 한다. 현재 진단활동을 하는 정확한 인력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공단은 올해 550개 사업장이 진단을 받아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진단은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사업장당 10일에서 30일 소요되며, 3~4명으로 구성된 1개조가 투입된다.

인력과 업체 부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새로운 기관이 지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인력이나 기관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공단은 밝혔다.

제대로 된 진단을 제공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진단인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것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업체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 진단기관 관계자는 "업체들이 진단사 확보를 위해 서로 스카웃도 마다하지 않는 추세다"며 "7~9월 인력이 부족하거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때마다 전문 프리랜서를 대상 사업장별로 고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기업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진단사를 고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에너지 진단사 수요가 높아질 것이며 이를 위해 교육 등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에너지 진단 …

산업체와 건물에 대해 에너지 진단 업체가 에너지관리 전문기술인력과 최신 진단장비를 활용해 에너지 이용 현황 파악, 손실요인 발굴, 개선방안 및 경제성 검토내용을 제시함으로써 에너지 절감을 위한 투자 활동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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