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 전문가의 뼈아픈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반도문제 전문가의 뼈아픈 충고를 새겨들어야
햇볕정책이 무엇을 변화시켰나?
영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냉정한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필자도 영국유학시절 만나 대화한 적이 있는 영국 리즈 대학(Univ. of Leeds)의 한국문제 전문가인 에이던 포스터-카터 씨는 15일자 영국의 유력지 파이낸셀 타임즈(The Financial Times)에 기고한 글을 통해 햇볕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내용의 비판을 가했다.

그가 주장한 여러 내용 중에서도 “더 큰 문제는 햇볕정책이 피억압자가 아닌 억압자들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고 북한주민들은 현재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가난하고 굶주리며 억압 받고 있다.”는 주장으로 북한의 서글픈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기아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밀수된 비디오테이프들은 강제수용소에서 공개처형이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유린행위에 대한 비판자들을 침묵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는 가슴 아픈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사실지적으로 북한인권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우리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있다.

과거의 지적들에 비해 시기적으로도 이 번의 비판은 상당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필자는 그의 주장 중에서도 햇볕정책이 북한의 억압 받는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닌 가부장적 독재체제에 기생하는 특권층의 생명만 연장해주는 반(反)인륜성(人倫性)을 내포한 모순이 많은 정책으로 이제는 이 정책의 유지를 심각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그의 견해를 우리 국민들이 상당부분 새겨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국제사회의 양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서 평양 6.15통일 대축전에 참석중인 우리 대표단은 남북한의 공존.공영, 6.15공동선언 발표기념일 제정, 동족 사이의 공조실현, 핵전쟁 위험제거, 6.15공동위의 통일운동기구화 등의 내용을 담은 ‘민족통일선언’을 발표했다 한다.

필자는 이 기사를 접하고 ‘우리는 한민족이다’라는 상징적인 일체감에 대한 우리정부 및 국민들의 염원을 잘 이해하면서도 ‘핵 전쟁 위험제거’라는 내용이 통일선언이라는 형태로 선언의 내용에 포함되어서 어떠한 정책적 효과를 가져올 지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보았다.

남(南)과 북(北) 정부는 1992년도에 ‘남북 비핵화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는 대가로 북한의 개혁.개방에 힘을 실어주는 대북지원을 명분을 갖고 추진해온 것은 백 번 이해가 되고도 남는 것이 사실이다.

핵 개발을 통한 독재체제유지를 위해 질주하고 있는 믿을 수 없는 독재자 김정일 정권에게 우리정부의 단호한 ‘핵 불용’을 천명하는 소신 있는 목소리를 전하는 대신에 ‘핵전쟁위험 제거’라는 문구가 감상적인 선전선동차원의 선언내용에 포함되도록 허락한 정동영 단장의 대북관(對北觀) 및 핵 문제의 본질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온 국민의 이름으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불과 몇 일 전에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북 핵 불용의 대원칙’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양식 있는 국민들의 우려를 전혀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 정부의 일관성이 부재한 대북(對北)핵 정책의 실마리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다수의 굶주리고 억압 받는 우리 동포들의 삶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지원한 물자들이 군비로 전용되어 주민들을 통제하는 도구로 쓰여지고,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독재체제의 구축 및 유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북한 노동당의 행태를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이런 식의 접근이 계속되는 한, 햇볕정책의 본래 추진목표는 상당부분 훼손 된 것이 사실이 아닌가?

북한의 인권(人權)을 다루는 방법과 견해는 다를 수가 있지만, 우리의 동포들이 겪고 있는 기본적 의식주도 해결 못하는 일반론적 상황과 인권침해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우리정부가 오늘까지 이 문제를 대하는 부적절성에 대한 역사적 논란은 미래의 정당한 역사도 용납하지 않는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민주주의로 국시를 정하고 개혁.개방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햇볕정책의 추진절차 및 성과측면에서 우리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의 양심세력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북한체제내의 고통 받는 일반주민들로부터도 아무런 희망을 답보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우리정부도 국내정치용으로 이 문제를 계속 전용하여 우리 국민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지 말고 인류의 보편적인 인간존중의 정신에 기반한 기본적인 문제인 인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를 대북지원에 연계시키는 정책의 대 전환을 이룰 시점이라 사료된다.
2005-06-16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客座敎授,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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