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망인의 아픔을 되새겨야

한 미망인의 아픔을 되새겨야
국민의 일반정서를 거스르는 안보관(安保觀)
한 미망인의 슬픈 이야기가 다시 떠 올라

필자는 두 달 전쯤에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현역군인의 미망인이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한 우리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눈물 흘리며 호소하는 이 나라의 문제점에 대해서 글을 쓴 기억이 난다.

햇볕정책의 희생물이 되어서 나라에 순국한 영웅들임에도 그 뜻과 용기를 기리고 싶은 유가족들의 소망이 우리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울분으로 변하여 그 거룩한 희생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탄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왜 우리 정부가 이러한 애매모호한 태도로 이 땅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순국영령들의 가족들을 불편하게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필자는 그러한 고민의 큰 대답의 실마리를 어제야 찾게 되었다.

바로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6.15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중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4일 밤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서 6.25전쟁을 북한의 승리로 이끈 첩보 영웅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를 불렀다는 것이다.

현재 차관급의 고위직 공무원이 한반도주변정세에 대한 냉철한 고찰도 없이 북한의 전쟁영웅을 칭송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다. 그 인사는 1990년대 말에도 자신이 북한 문화유산답사를 위해 북한에 갔을 때 들었던 노래라며 즉석에서 이 여화의 주제가인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흥겹게 한 곡 불렀다니, 만약 이 노래를 6.25때의 국군희생자들의 영령이 현장에서 들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필자는 왜 서해교전의 한 미망인이 우리나라의 보훈정책의 미흡함을 비판하며 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는지 어제서야 그 못마땅한 흐름의 큰 단서를 얻게 된 것이다. 북한군과 교전하다가 전사한 이 땅의 수많은 순국영령들의 가족은 유 청장의 그러한 순진하고 낭만적인 행위에 대해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이 나라의 안보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고위공직자가 인민군 찬양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국민의 여론을 전하는 야당의 논평에 대하여 “화해와 평화의 자리서 몇 소절 노래를 부른 것을 너무 탓하지 말라”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의 대변인이 논평을 했다니, 미국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그 서해교전 전사자의 미망인의 가슴은 더 답답하지 않을까 우려 스러운 마음으로 우리 국가안보의 누수현상을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정부는 그 미망인의 아픔을 한 번쯤 되새겨 보길 바란다.
2005-06-17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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