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적 교조주의를 버리고 실용주의로 나와라

고립적 교조주의를 버리고 실용주의로 나와라
북한은 베트남에서 배워라
과거의 잘못된 길을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21일자로 전 세계에 보도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반 카이 베트남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은 북한의 김정일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을 것이다. 양국의 지도자는 이 회담을 통하여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포함한 인권 및 종교의 활동을 허용하는 문제 등에서 양국간의 공감대를 확대하는 협력체제 구축에 합의했다는 국제언론의 보도를 접하고 있다.

베트남전의 종전 30주년 기념치고는 가장 의미 있고 베트남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양국의 수교가 10년 전에 이루어 졌지만 이번처럼 합의에 도달한 내실 있는 회담이 가져올 파장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세계에서 사회주의(社會主義)를 하고 있는 나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인류사의 주요 사건인 것이다.

2006년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염두 해 둔 베트남의 외교적 성과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문명이 지배하는 21세기 패러다임(paradigm)의 실용주의(pragmatism)적 식견(view)을 담아낸 베트남 지도부의 현명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절대적인 외교적 지원을 조건으로 성공을 답보 할 APEC 정상회담이지만, 양국은 상호 존중 및 평등, 호혜를 바탕으로 보다 깊은 친선관계, 건설적 파트너싶, 포괄적 협력관계 유지 및 확대를 위한 대장정(大長程)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북한정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이념적인 교조주의(ideological indoctrination)을 탈피해 실질적 교류가 확대되어서 양국간에 급성장한 무역량이 당초 수교 당시 4억 달러에서 10년 만에 64억불에 달했다는 것은 이념을 떠난 실리외교(practical diplomacy) 성공담의 전형적인 모범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북한은 북미수교에 대한 원론적인 주장으로 체제보장 및 경제원조를 지렛대로 핵(核)을 빌미로 힘겨운 상대와 소모적인 외교 전을 전개하고 있다. 1994년도의 ‘제1차 북미제네바합의’이후에 상호간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국제사회의 점점 더 커지는 우려의 목소리는 또 다시 순진한 북한 인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비난하면서 합리적인 대화의 장(場)으로 오길 권하고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1986년 이후 중국식의 개혁.개방 노선에 불을 점화한 이후 외교에서도 실용주의(實用主義)를 모토로 진부한 관념적 교조주의(敎條主義)에 종지부를 찍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향한 체제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세계에서 가장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북한의 사회주의는 대미(對美)대립노선의 조장을 통하여 체제단속을 하고 있으며 아직도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는 구시대적 외교전술로 한반도 위기조장의 주범이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도 강대국으로서 체제유지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담판을 준비하고 있는 약소국의 어려움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공산혁명이 성공해도 고립된 상태에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는 것은 불가능한 21세기 정치경제패러다임에 대한 자명한 위치를 잘 알고 있을 김정일 정권이 하루 빨리 지루한 논술시험 식 대미전(對美戰)에서 나와서 과감한 대화를 위한 실증적 자세변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 것이 2005년도에 한반도를 반쪽 책임지고 있는 김정일 정권이 해야 할 역사적 책무(責務)요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이 오매불망(寤寐不忘) 바라고 있는 유일한 윈-윈 게임(win-win game)임을 알길 바란다.
2005-06-22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 객좌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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